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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잘 말한다"-정직하고 성실하며 틀리지 않은 말을 한다

2017-04-24 16:31

조회수 :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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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끔 누군가에게 꾸중을 할때 "잘 좀해라"라고 말한다. 혹은 "좀 잘해라"라고 말한다.


이 두가지 말은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국어의 매력이자 가끔 뼈를 담아 구사하는 언어의 유희다.


"좀 잘해라"는 말그대로 "잘하라"는 것이다.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잘 좀해라"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예를 들어보자.


"말을 잘한다"와 "잘 말한다"는 천양지차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언어운사로서 비문을 잡아내거나 발음이 좋거나 맞춤법이나 어법이 거의 완벽한 것으로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것이다 .


"잘 말한다"의 뜻은 다르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틀리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도 잘하고 잘 말하면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거기에 외모까지 더해지면 1000년에 한번 나올만한 사람이다.


말을 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에는 학원도 많아서 돈 천에 6개월 정도면 포즈를 취하는 법이나 손의 모션, 코찡긋하며 눈웃음치기 등 여러가지를 전수해준다.


하지만 잘 말하는 법은 쉽지 않다. 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하고 의자에 앉아 우주여행을 해야하며 때로는 격분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하고 울기도 해야 하며 호탕한 모습도 갖춰야 한다. 족히 30년은 걸린다.


그런 이유로 말을 잘하면 칼자루가 뽑히기도 전에 10리를 도망가지만 잘 말하는 사람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별 관심없이 장기나 한판 두곤 한다. 조조에게 바른말을 멈추지 않아 목이 베일때도 장기나 두던 공자의 후손 '공융'처럼. 실제 목이 베어져도 크게 후회안한다. 왜냐면 진실을 알았기에 나머지 삶은 덤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끔 독립운동가들이나 군부세력의 고문속에서도 끝까지 버틴 분들이 바로 이런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쓴다와 잘 글을 쓴다는 하늘과 땅차이다. 그 시작은 눈앞의 현상을 대하는 글쓴이의 '진정성'이며 이 글을 읽을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다.


이 두개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 혼자 깨달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은 시인의 말이 정답이다. 낮에는 언론인 밤에는 작가. 둘은 한지붕 사람이다.


원래 하나였던 두 직업은 미디어가 세분화 되면서 헤어졌다. 이제는 미디어 전성시대가 박살나면서 이제 둘이 다시 만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작가가 되지 못하는 기자, 기자가 되지 못하는 작가는 풍랑에 휩쓸릴 수도 있다. 갈수록 변화의 속도는 빨라진다. 이제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필봉을 잡으려는 그대여. 불과 몇달정도면 잊혀지겠지만 그래도 알고는 길을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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