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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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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전 '반전에 반전'…박삼구 회장, 정치권 가세로 기사회생

유력 대선주자들, 호남민심 의식 일제히 해외매각 반대…산업은행도 기존 강경입장 포기

2017-03-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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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마지막 퍼즐’이 정치권의 도움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든든한 조력자로 부상했다. 채권단이 정치권 압박에 기존의 매각 원칙을 깰 경우 중국과의 외교 마찰까지 우려되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3일 언론 설명회를 열고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당초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필요한 인수자금을 이미 확보했다던 입장이 돌연 바뀌었다. 이례적인 금호의 공세에도 채권단은 컨소시엄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불리하던 판세는 정치권의 가세로 반전됐다. 17일 광주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당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반대했다. 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 측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인정하지 않고 중국 기업(더블스타)의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형평성을 따졌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도 고용보장과 지역경제 측면을 고려해 해외 매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이에 더블스타가 21일 금호타이어의 임직원 고용승계와 기업가치 제고, 지역인재 추가채용 등의 방침을 피력했지만 불을 끄진 못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정치권 압박에,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검토하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섰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더블스타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 해석을 달리할 경우 더블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것이 유력하다. 더블스타는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제3자에 양도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금도 부담이다. 자칫 사드 문제로 불붙은 한중 관계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 공장 3개를 보유 중이다. 정치권의 압력으로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중국 당국이 보복에 나서 현지 공장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전의 쟁점이 고용보장이지만 정작 노조 측 입장은 불분명하다. 고용승계가 최우선이라고만 못 박아 놓은 상태로, 더블스타나 박 회장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가 최근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안에 잠정합의하면서 박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보였으나, 지난 21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지난해부터 협상을 끌며 인수전의 전략적 카드로 쥐고 있다가 이번에 만족할 제안을 했으나 바닥민심은 이미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워크아웃 위기를 넘긴 금호타이어가 졸업 후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박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한 소액주주 모임 관계자는 “국민 혈세를 쏟아 겨우 되살린 회사를 부도를 일으킨 장본인에게 다시 돌려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으로 최종 주인이 정해질 경우 주가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부채부담에 대한 걱정도 크다.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불허하는 이유와도 직결된다. 구 사주가 인수대금의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빌려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인수 기업에 부담을 떠안기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박 회장은 이미 금호산업 인수 때 원료사들로부터 빚을 져 금호타이어 실적 부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효성, 코오롱, LG화학, SK에너지, 롯데케미칼 등 인수자금을 조달한 원료사에 대한 협상력 약화로 비용구조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인수로 '승자의 저주'가 재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박 회장의 정·관계 인맥에도 시선이 쏠린다. 박 회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마당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호남 및 연세대 출신들과 친분이 깊다. 금호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가 적자인 상황에서도 최순실 사태를 빚은 미르재단에 기금을 투척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2014년 말 워크아웃 졸업 후 2년 넘게 매각을 유보하고, 예비입찰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떨어뜨리는 등 박삼구 회장 측에 대한 편의가 많았다”며 “산업은행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 대상"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그간의 지적에 시장논리를 내세웠지만 이번에는 정치권의 제동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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