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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피플)“투자유치 성공비결?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한 결과”

서울대 수석졸업 후 월 100만원 받는 스타트업 창업자,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2016-02-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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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NS, 그림 거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했는데 다 잘 안 됐습니다. 얕은 지식으로도 쉽게 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입니다.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대신에 시간은 많아졌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떤 사회적 문제를 풀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중금리 대출 시장의 부재로 인해 중신용자들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가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출조차 받기 어려웠던 경험도 배경이고요. 사회적 문제에 주목했더니 사업이 성과를 내기 전부터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27·사진)은 지난 1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라 투자 유치를 성공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 옐로금융그룹, 세틀뱅크,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등으로부터 2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 신한은행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았다.
 
어니스트펀드는 투자자와 대출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P2P(개인간) 대출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이다. 중금리 대출(연 4.9~15.5%) 여러 건을 묶은 투자상품을 통해 연평균 10% 안팎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기존 신용정보 외에도 기업의 인·적성 검사처럼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해 대출하는 콘셉트로 눈길을 끌고 있다.
 
서 대표는 서울대를 지난 2014년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사실로도 유명하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조간신문이 집 앞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공부하다가 잠을 잤다고 한다. 창업한 뒤에도 목표를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그는 "창업자이지만 1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며 웃었다. 자신을 믿고 3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관과 사람들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면서 실력이 좋은 팀원들에게 충분한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질의·응답.
 
-방금 미국 출장에서 복귀했다고 들었다. 무슨 일인가.
▲설 연휴 동안 미국 뉴욕에 머물면서 그동안 모시고 싶었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을 만나고 왔다. P2P 대출·투자 사업을 하려면 빅데이터 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반응이 괜찮았다.
 
-왜 P2P 대출 핀테크 분야로 창업했나.
▲이번 창업 전에 뉴욕에 있는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펀드'에서 주니어 심사역으로 잠깐 활동했다. 그 회사가 투자한 곳 중에 P2P 대출·투자 업체들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신용인 대출 희망자에게 맞춤형 금리를 제시하고 투자자에게는 상당한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고금리 대출과 투자수단이 부족한 문제를 해소하고 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 수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창업했을 때 대출이 어려웠던 개인적 경험도 한몫했다. 자연스레 그런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다양한 아이템으로 창업하면서 사람들이 그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지 그것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인지 생각하지 않고 했던 것 같다. 반응이 안 좋으면 접고 다시 창업했다. 그러다 자금이 다 떨어졌다.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사회적 문제를 기술로 풀어야겠다는 답을 얻었다. 중금리 대출 시장 부재와 투자수단 부족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정부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덕분에 많은 성과를 내기 전부터 주목을 받은 것 같다.
 
-망한 사업 얘기를 좀 더 해달라. 예비 창업자들은 그런 걸 더 궁금해한다.
▲대학생 때부터 창업했다. 여행 관련 앱, 신인작가 미술품 거래 서비스 등이다. 다양하게 했는데 다 잘 안됐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그친 것도 많다. 제대로 했던 건 미술품 거래 서비스다. 이름 있는 회화 작가가 아닌 경우 그림을 팔 기회가 거의 없다. 친구가 아마추어 작가였다. 그가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도울 방법을 고민한 결과로 나온 사업이다. 잘 되진 않았지만, 그때 개발을 배울 수 있었다. 삼성SDS 개발실에서도 인턴으로 일했다. 기술을 배운 덕분에 사진을 정리하는 SNS를 만들기도 했다. 얕은 지식과 쉽게 해볼 수 있는 거로 했다. 사업이 모두 실패한 뒤 뉴욕 벤처캐피탈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에서 투자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사업을 구상하는 시간이 많았다. 기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것에 접근했다. 이번 사업은 그런 과정을 거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뉴욕에 갈 때 국내 게임업계의 유명 CEO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공동 창업자들은 누구인가.
▲한 명은 중·고·대학 동창이다. 김주수 부대표다. 나는 IT에 대한 이해와 사업 경험이 있고, 김주수 대표는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신용 리스크를 예측하는 연구를 했기 때문에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박사 과정으로 가려고 했고, 서울대 로스쿨에도 입학했으나, 내가 꼬셨다. 이런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김주수 대표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는 자퇴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대학교 다닐 때 자동차 제작 동아리인 '런투유'에서 만났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서 인턴 할 때 만난 친구도 있다. 
 
-김주수 부대표와 지분율은 동등한건가.
▲내가 조금 더 많다. 초기 자본금을 더 많이 냈기 때문이다.
 
-직원이 몇 명이고, 인건비는 얼마나 지출하나.
▲직원은 20명 남짓이다. 인력이 중요하다. 전문 인력들에 이전 직장 수준의 월급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밥만 먹고 있는 수준이다. 그게 창업자로서 도리인 것 같다. 투자자들의 신뢰에 부응하는 목적도 있지만, 저를 믿고 기존을 직장을 두고 와준 훌륭한 팀원들을 위해 최대한 돈을 아껴야 한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최소 생계비만 받는다. 월 100만원 수준이다.
 
-회사 명칭을 기존 '비모'에서 어니스트펀드로 변경한 이유는.
▲고금리 대출을 하는 금융상품에 정직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정직함을 강조하자는 의미에서 직접 지은 것이다. 앞으로 어니스트를 아이폰의 '아이' 같은 브랜드로 쓰고 싶다. 가령 어니스트펀드에 이어 '어니스트자산운용'을 선보이는 식이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사진/어니스트펀드
 
-P2P 대출 스타트업이 쏟아지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것 아닌가.
▲이런 사업을 '돈 놓고 돈 먹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P2P 핀테크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고, 금융상품을 제공해야 하므로 데이터 전문가와 여신심사역 등 고급인력들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진입장벽이 높다.
 
-차별적인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기존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 더해 다른 방식의 신용평가도 추가한 대출과 안정적 투자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했을 법한 것을 온라인으로 넘긴 점도 있고 새로운 형태의 대출·투자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어떤 식으로 금융행동을 하고, 어떤 점에 방점을 두고 금융상품을 보는지 분석한다. 온라인 심리 평가도 한다. 일종의 인·적성 검사다. 당장은 대출에 반영할 수 없다. 출시한 금융상품이 만기까지 도달한 결과에 따라 우·불량 여부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이 되면 적용할 계획이다. 1~2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대출과 투자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과 투자성향에 맞는 자동투자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투자자는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모으고 있나.
▲지인들은 거의 없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다. 1000만원 이상 투자하는 분들이 꽤 있다. 온·오프라인 광고도 큰 역할을 하지만, 재테크 소모임에 직접 가서 소개를 하고 있다.
 
-수익화는 어떻게.
▲현재 대출과 투자 모두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매출액도 '0'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부터 수익화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이 최근 10억원을 투자했다. 기존 투자액 22억원과 추가 10억원 등을 어디에 쓸 계획인가.
▲투자 받은 돈 대부분은 기술역량을 키우는 데 쓰고 있다. 핀테크라는 건 기술과 금융이기 때문에, 금융(핀) 전문가들과 기술(테크)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추가 투자유치 계획은.
▲투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어니스트펀드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서상훈 대표.사진/어니스트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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