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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촉법 공백 '비상'…생존 가능 기업도 퇴출 '우려'

대기업 10곳 이상 법정관리 위기 "제2의 팬택 될라"

2016-01-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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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기·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목된 C등급 대기업 27곳 중 10곳 이상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못해 법정관리 위기에 처한 상태다. 기촉법이 효력을 잃은 상태에서 채권 금융기관이 여신 회수에 나서면 워크아웃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도 퇴출될 수 있는 비상상황이다.
 
금융당국은 4일 기촉법의 효력 상실에 대응하는 '구조조정 대책반'을 가동해 채권금융기관 자율의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한시적으로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인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촉법이 있는 경우 C등급을 받은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주채권은행이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해 75% 이상의 동의를 얻은 이후 업무협약(MOU)을 체결,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 등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기촉법이 없는 상태에서는 채권단 100%의 동의를 받아 자율협약이 진행되므로 사실상 채권단 지원을 얻기 어려워진다. 모든 채권 금융회사들의 동의를 받을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참여를 끌어내는데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 구조조정에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기업 정상화 등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따라 상거래 위축 등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채권은행의 여신 회수 압박으로 살릴 수 있는 기업도 무너질  우려가 생기고, 채권은행 또한 부실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진다고 경고한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응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채권단 75% 동의' 기준을 자율협약에 적용한다는 계획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금융사의 참여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팬택, 현대LCD, VK 등에 대해 자율협약에 따른 채권은행 공동관리를 추진했으나, 금융기관 비협조 등으로 구조조정이 무산되거나 지연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율 협약은 사적 계약이므로 참여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려고 처음부터 거부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에 대한 대규모 채권을 가진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이나 자산유동화회사 등은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로 가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채권을 가졌거나 제3자의 자산을 다루고 있어 이해 관계가 더욱 복잡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도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가 되는지 지켜보되, 금감원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자율협약의 어려움 등을 검토해 이해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4일 열린 금융위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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