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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고척돔 사용료, 정말 100억원 넘을까?

'전기료만 100억원' 낭설…사용료 60억원 예상

2016-01-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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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쓸 신축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국내 최초 돔야구장으로 주목 받는다. 야구팬은 물론 마케팅·홍보 기업, 다른 스포츠 종목 관계자, 공연계도 관심이 많다.
 
그런데 최근 야구 팬들 사이에 구장 사용료와 관련한 뜬소문이 돌았다. 서울 고척스카이돔 사용료로 넥센이 시에 연간 100억여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같은 추정은 현실성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1월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척스카이돔 쓰는 댓가로 히어로즈가 시에 내야하는 돈
 
넥센 구단이 시에 고척스카이돔을 쓰며 내야할 돈의 항목은 크게 5가지다. ▲지방자치단체의 시설을 쓰면서 납부할 일종의 운동장사용료인 '전용사용료' ▲구단 사무실과 선수 체력단련실 등 경기와 무관하게 임차를 해 지불해야할 '부속시설임대료' ▲광고·중계 등을 통해 버는 돈에 대한 '상업사용료' ▲전기·수도·가스 등과 전광판 및 음향이 모두 포함된 '부속시설사용료' ▲지방자치단체 소유 시설을 임차해 영리·유료 목적에 사용할 경우 납부하는 '관람권사용료'다.
 
우선 전용사용료와 부속시설임대료는 고정금액이며 적다. 조례로 지정된 전용사용료는 평일의 주간은 21만원이며, 야간과 주말은 각각 30% 더해 받는다. 고로 일요일 저녁 경기에 대한 전용사용료는 35만4900원이다. 정규시즌 72경기와 시범경기, 포스트시즌 경기는 물론 경기시간 외에 준비시간 등을 감안해도 총액 1억원을 넘기 어렵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물론 넥센 구단조차 전용사용료는 1억원 미만으로 산정하고 있다. 또한 부속시설임대료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두 항목은 합쳐도 연 2억원대다.
  
'광고권'이라고 널리 알려진 값인 상업사용료는 현재 행하는 감정평가 결과로 결정된다. 감정평가는 넥센 구단과 시의 협의에 따라 양 측이 지정한 감정평가 법인이 각각 진행해, 차액이 10% 이내일 경우 평균을 낸다. 만약 차액이 10%를 초과할 경우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을 준용, 국토교통부에 재감정을 의뢰한 후 그 결과로 확정된다. 취재 결과 현재 시와 넥센 구단은 각각 20억원 전후와 30억원 전후 결과를 예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람권 금액의 10%로 정률제인 관람권사용료는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넥센 구단에 좋다. 관람권사용료가 많다는 것은 넥센 구단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와 넥센 구단 모두 관람권사용료가 10억원 미만일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양 측이 모두 지난해 대비 올해 총 관객 수가 10만명 늘 것으로 보며 추정했기 때문이다.
 
스포츠경기시 적용되는 고척스카이돔 전용사용료. 정리/이준혁 기자
 
전기요금 100억원? 10억원도 안 나올 듯
 
'100억원설'의 주원인은 부속시설사용료 때문이다. 특히 몇몇 언론은 연간 전기료를 100억원으로 규정해 총 사용료가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에는 냉난방 없이도 전기료가 일일 1000만원을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 퍼져 억측을 낳았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해 가을 쿠바와 치른 서울슈퍼시리즈 당시 전기료 총액은 879만9370원(연습일인 11월3일 포함해서 3일간의 경기·준비시간 합산 총액)이다. 현란한 조명과 음향이 동원된 엑소(EXO) 콘서트 전기료 총액도 461만6680원(10월5일부터의 준비일 포함 8일간 총액)에 그쳤다. 넥센 구단의 경기 전기료가 두 이벤트를 넘기는 어렵다. 결국 전기료는 연간 100억원은커녕 10억원도 넘기 어렵다. 
 
전기료를 포함한 공공료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공료는 전기·수도·가스 실비 및 전광판과 음향시설 사용료를 포괄하는 금액으로, 같은 기간 서울슈퍼시리즈와 엑소 콘서트는 각각 1055만9680원과 574만4960원이 나왔다. 넥센 구단이 시에 내야 하는 경기당 전기료는 300만원대, 전기료를 포함한 공공료는 400만원대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같은 근거에 따라 산정하면 넥센 구단이 시에 낼 돈은 매점 임대료 등을 더해도 70억원을 넘기 힘들다. 상업사용료 감정평가 결과가 현재 넥센 구단이 보는 30억원대로 결정됐다고 가정해봐도 마찬가지다.
 
서울 고척스카이돔 전경. 사진/서울시
 
"스포츠 인프라, '구단 망하게 하는 돈먹는 하마' 아냐"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점점 대형 스포츠 인프라의 신축과 첨단화를 꺼리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주경기장을 필두로 대형 스포츠 시설을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게 알려지며 사회 문제가 됐고, 첨단 장비를 설치했던 스포츠 시설의 이런저런 오류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 맹비난이 쏟아진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고척스카이돔에 대한 뜬소문도 유사 사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고척돔 공공료 총액의 대부분인 전기요금은 목동구장의 전기료에 비해선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100억원의 반절인 50억원도 나올 가능성이 없다. 많은 건설·시설 현업자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정이 의아하고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과거 야구장 설계를 했던 한 설계사의 담당자는 "고척스카이돔 전기료 100억원설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창문을 모두 열고 구장 냉난방시설을 쉬지 않고 연중 틀면서, 전기 콘센트마다 멀티탭을 끼워 전기를 최대한 써도 전기요금 50억원조차 내기 어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 인프라는 잘 운용되면 유용한 여가시설이다. 시작부터 '구단 망하게 하는 돈먹는 하마'가 아니다"라면서 "터무니없는 괴담에 시는 물론 야구계와 팬도 함께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이런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 어느 지자체가 새로 야구장을 지으려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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