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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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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청년 백수 갈 데가 없다…고학력·청년층 일자리 불일치 '심각'

금융위기 이후 심화…노동 미스매치 수준 OECD 8위

2015-10-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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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자리와 갈 수 있는 일자리의 괴리는 생각보다 크네요"(취업준비생 이 모씨)
 
서울의 명문사립 S대를 졸업하고도 2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 모씨(28)는 매일 수시로 취업 커뮤니티를 확인한다. 혹시나 원하는 일자리가 올라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2년 전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S대를 나와서 거기 밖에 취업 못했냐'는 주변의 핀잔에 회사를 그만뒀다. 불안한 마음에 7급 공무원 시험도 준비하고 있지만 길어지는 취업준비생 딱지에 어느정도 구색만 맞으면 어디든 취직하고자 한다.
 
대졸 이상 고학력 청년층에서 노동수급 불일치(mismatch·미스매치)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노동시장 미스매치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번째로 높다. 원하는 일자리와 갈 수 있는 일자리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대졸 청년 백수도 많아지는 셈이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은 노동생산성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간한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 및 시사점'을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은 심화됐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이란 학력이나 기술 등의 조건이 일치하지 않아 노동 수요와 공급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학력별, 연령대별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연령대별 미스매치지수는 1.75로 OECD 24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의 미스매치지수가 높았다. 2010~2013년 15~29세 청년층의 미스매치지수 기여도는 64.5%로 우리나라보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이 더 심각한 스페인(50.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 보면 대졸이상 고학력자일수록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했다. 학력별 미스매치 지수는 0.79로 OECD 국가 중에서는 13번째를 기록했다. 비록 OECD 평균 1.07보다 낮았지만 고학력 인력의 과잉공급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와 같은 고학력·청년층의 노동시장 미스매치 원인은 청년층의 인구 감소와 대졸 이상 고학력자 증가 등 노동력의 구조변화에서 비롯된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노동시장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청년층의 비중이 낮아지고 고학력화가 진전되면서 대졸 이상 학력자가 증가한 점이 미스매치 정도를 심화시켰다.
 
경제 불확실성 증대와 제도적 요인 등에 기인한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빈 일자리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용이 제한돼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는 높아졌다. 또 노동관련 제도와 규제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과도한 고용보호도 미스매치 정도를 끌어올렸다.
 
최영준 한은 선진경제팀 차장은 "미스매치 심화는 유휴노동력을 증가시키고 일자리 탐색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고용조정속도를 둔화시키는 등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 차장은 "청년층 취업 확대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학정원의 합리적 조정 및 대학교육과 노동수요 간의 연계 강화를 통한 고학력 인력의 과잉공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직업훈련 시스템의 확충을 통해 선업과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일자리 매칭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자료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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