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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리메이크 한계 넘은 '미생'·'라이어게임'·'패션왕'

2014-11-07 10:26

조회수 : 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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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최근 리메이크작이 붐이다. 웹툰이나 일본드라마 등 다양한 원작이 있는 작품이 TV와 스크린을 통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작 특유의 코드는 살리면서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이 있다. tvN <미생>, <라이어게임>, <패션왕>이 대표적인 예다.
 
◇<미생> 출연진 (사진제공=tvN)
 
◇<미생>, 새로운 스토리, 폭 넓어진 캐릭터
 
<미생>은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생>을 거론하며, 자신의 회사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격하게 공감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원작을 드라마로 만든 <미생>은 사회초년병의 사회 적응기와 함께 직장인들의 애환을 세밀하게 담고 있다. 웹툰에 없는 스토리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기존의 캐릭터에 풍성함을 더하면서 리메이크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장그래(임시완 분)를 비롯한 인턴들이 오징어 사이에서 꼴뚜기를 찾아내야 하는 에피소드,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이 친구를 접대해야 하는 에피소드는 웹툰에 없었던 내용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의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웹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감동이 TV 화면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캐릭터의 성격도 폭이 넓어졌다. 주인공은 장그래는 웹툰 특유의 샤프한 느낌보다 인간적이면서도 어리바리한 이미지가 부여됐고, 웹툰에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인 오상식은 감정이 다양해졌다. 김동식 역시 가벼운 이미지가 전혀 없었지만, 드라마에서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인간미가 돋보이게 그려진다.
 
똑부러지기만 했던 안영이는 사내 왕따를 당하는 고충을 겪고 있으며, 웹툰에서는 거의 비중이 없었던 장백기는 이성적인 신입사원의 이미지로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가상의 인물도 새롭게 생겨났다. 인턴생활 도중 장그래를 괴롭히는 이상현(윤종훈 분)은 웹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를 통해 낙하산의 비애를 절묘하게 그려내며 극초반 갈등을 이끌어냈다.
 
◇<라이어게임> 포스터 (사진제공=tvN)
 
◇<라이어게임>, 사무국이 방송사로..변화된 캐릭터 대거 등장
 
<라이어게임>은 일본에서 만화 원작 뿐 아니라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이 생겨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때문에 리메이크 소식이 들렸을 때 여러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KBS2 <내일도 칸타빌레>의 경우를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6회까지 진행된 <라이어게임>은 초반의 우려를 씻고 작품성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다. 일본 원작에서 '라이어게임'을 진행하던 LGT사무국은 국내 드라마에서 '라이어게임' 쇼를 진행하는 방송국이 됐다. 국내 정서에 맞게 내용을 변경한 이 지점은 단순한 '따라하기'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쇼호스트 강도영(신성록 분), '라이어게임' 쇼의 담당 PD인 어윤주(차수연 분), 새로운 음모를 꾸미는 장 국장(최진호 분)까지 가상의 인물들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일본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드라마가 됐다.
 
캐릭터에서도 변화를 줬다. 소수결 게임에서 반전을 일으키는 인물은 원작에서는 버섯머리를 한 남자였지만, 국내 드라마에서는 여성 제이미(이엘 분)가 담당했고, X로 의심받는 인물은 원작에서는 미모의 여성이었지만 <라이어게임>에서는 젊은 남자 최성준(이시후 분)으로 변했다.
 
또 6화에서 남다정(김소은 분)으로부터 구제를 받는 인물은 원작에서는 젊은 남성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살인의 추억> 향숙이로도 유명한 박노식이 맡으며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게임에 참여했다는 스토리도 덧붙였다.
 
원작을 본 사람들도 재밌게 시청하고 있는 점은 그만큼 원작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어게임> 역시 원작의 한계를 넘은 리메이크다.
 
◇<패션왕> 포스터 (사진제공=NEW)
 
◇<패션왕>, 새로운 결말로 대중적인 코드를 만들다
 
6일 개봉한 영화 <패션왕>은 어떻게 제작될지 전혀 예상하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웹툰작가 기안84의 동명 원작 자체가 실사화하기에 어려운 지점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갑자기 늑대로 변하는 내용이 담긴 <패션왕>을 과연 어떻게 실사화 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컸다.
 
뚜껑을 연 <패션왕>은 권선징악이라는 대중적인 코드로 관객들에게 접근한다. '빵셔틀'이었던 우기명(주원 분)은 서울로 전학오면서 멋에 눈을 뜨고 남정(김성오 분)으로부터 간지를 배우며 가장 멋있는 남자가 되고자 꿈꾼다.
 
웹툰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지만 영화는 선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자신만의 멋을 유지하는 우기명이 자신의 것을 단 한 번도 뺏겨본 적 없는 김원호(안재현 분)과 맞붙는다는 설정으로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낸다. 전 세계적으로도 쉽게 통용되는 권선징악 코드를 웹툰 특유의 '병맛'코드와 결합시키면서 색다른 콘텐츠로 재창조했다는 평가다.
 
이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 YLAB의 윤인완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병맛'코드를 유지할까 아니면 대중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넣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상업영화인만큼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권선징악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패션왕> 캐릭터들의 비주얼은 웹툰과 흡사하지만 과거와 성격적인 면에서 새로운 설정을 만들며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우기명이 빵셔틀이라는 설정은 웹툰에는 없었지만 영화에 새롭게 부여한 내용이다. 곽은진(설리 분)이 서울대를 꿈꾸는 학생이라는 점과 김원호(안재현 분)가 못된 성격을 갖게 된 이유 등도 웹툰에서는 볼 수 없었다.
 
캐릭터에 대한 변화와 새로운 스토리와 설정을 넣으며 웹툰과 다른 느낌을 선사한 <패션왕>은 올해 최고의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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