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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패션·유통업계, '개성공단 사태' 대책마련 비상

장기화 대비해 물량 해외 이전·직원 철수 검토

2013-04-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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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차단 조치가 내려진 지 엿새째를 맞은 가운데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국내 패션·유통업계가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직은 정부와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단계지만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압박이 강화되면서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8일 통일부와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123개 업체 중 의류봉제업체는 70여곳으로 이들 중 다수가 제일모직(001300), LG패션(093050), 세정 등 국내 패션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신원(009270), 좋은사람들(033340), K2코리아 등 개성공단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현재 이들 기업 대부분은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위기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측으로부터 원부자재와 식자재 공급이 중단되면서 상황이 길어질 경우 상주 인원 철수 또는 생산 물량 전환을 위한 계획을 검토 중이다.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차단 조치 이후 개성공단에 진출한 국내 패션, 유통기업이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제공=신원)
 
신원 관계자는 "전체 생산 물량 중 개성공단 물량이 5% 미만이라 사업에 크게 지장은 없다"면서도 "상황이 장기활 될 경우를 대비해 개성공단 생산물량을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부자재는 5월 생산분까지 확보돼 있어 생산 활동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완성품을 남한으로 싣고 가지 못해 공장 내 보관 장소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내의전문기업 좋은사람들은 지난 2일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차단 조치가 내려진 이후 개성공단 물량을 캄보디아 공장으로 전환했다. 현재 7명의 직원이 개성공단에 상주하고 있으며 추이를 지켜보고 직원 철수를 결정할 계획이다.
 
K2코리아는 전체 등산화 생산의 약 20%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하고 있다. K2 전체 매출로 봤을 때 3~4%에 해당하는 적은 양이라 아직까지 대리점 납품 등 영업활동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 등 상황을 대비해 인도네시아 공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납품받는 제일모직, LG패션 등 대기업들은 개성공단 물량이 적은 만큼 아직까지는 여유를 갖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현재 개성공단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품은 금년 봄·여름 시즌 전체 생산물량의 2% 정도로 전체적으로 큰 영향은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제일모직과 협력관계를 맺은 10개사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 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CU는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보통 매일 오전 10시에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CU전용물류센터에서 물량을 공급받았지만 지난 4일부터 남측에서 판매 물량 공급이 중단돼 판매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자체 창고에 1주일 치 물량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공단 점포에는 두 명의 CU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주로 라면과 커피 등 음료 매출이 높은 편이다.
 
한편 올 초 중국 정부로부터 '북한 내 위탁가공 사업' 허가를 받은 쌍방울(102280)도 애가 타고 있다. 개성공단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남북 관계 개선 여하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허가로 쌍방울은 북한 나선 특구 등에 위치한 공장에서 낮은 임금으로 내의 생산을 위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무역교류 제한 조치로 통일부에서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허가기간은 오는 2015년 2월초까지 2년으로 그때까지 통일부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면 효력은 상실된다.
 
쌍방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자본·시설 투자는 없어 실질적인 피해는 없지만 인건비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되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는 현재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며 "향후 사태가 악화될 것을 대비해 직원 철수 및 생산 공장 전환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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