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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데스크칼럼)'中企대통령'의 첫 걸음은 '중기부' 신설부터

2013-01-07 10:00

조회수 : 3,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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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한 소규모 가게에서부터 최첨단 창업기업까지 중소기업은 미국 경제의 중추이자 주춧돌이다”(지난해 1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 성공 직후 발언 내용)
 
“중소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 3불(不) 문제를 적극 해결해 중소기업부터 챙기는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발언 내용)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대통령이 되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들 목소리를 높인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왠지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식상할 정도다. 대통령 당선 직후 들떠서 내뱉은 중소기업 정책들 중 임기 말 돌아보면 제대로 지켜진 정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신반의 하는 것도 당연하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자 역시 중기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 당선 직후 그의 행보에서도 중기육성에 대한 의지는 읽힌다.
 
당선 후 첫 정책행보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인들을 만났다. 당초 예정시간이었던 1시간을 훌쩍 넘긴 1시간25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11시20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방문 시간은 당연히 늦춰졌다.
 
 
 
5년 전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을 먼저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박 당선자를 비롯,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 직후 ‘中企찬가’를 부르는 이유는 뭘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이자 뿌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인 ‘9988’로도 설명된다.
 
박 당선자도 중기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수차례 이 숫자를 언급했다.
 
'99'는 전체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라는 의미다. '88'은 이들 중소기업이 총 근로자 중 88%를 고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박 당선자가 중기대통령으로서의 ‘기본’은 갖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을 대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계의 염원이었던 중소기업부 신설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는 공약에 중소상공부 신설을 분명히 못 박았었다.
 
박 당선자는 중기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여러 행정 조직이 걸려 있어 쉽지 않다. 중소기업청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여러 행정 조직은 통합 하거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구분해 주면 된다. 중기청에 대한 발언 논리대로라면 그 동안 중기청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단 말인가.
 
답답하다. 지금은 맞춤형 서비스를 논할 때가 아니다. ‘현재의 중기청으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정책을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중기청은 입법기능이 없는 차관급 외청이다. 독립적인 중기 정책을 입안, 추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정책을 청 단위에서 하다 보니 소멸되는 것도 많고, 국무회의서도 소홀해 그런 것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장관급 기관이, 프랑스는 중소기업혁신담당장관과 소상공인관광장관 등을 통해 중소기업 정책을 맡고 있다.
 
뭘 망설이는 건가. 박 당선자는 내달 말이면 정식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대한민국호(號) 선장으로서 키를 잡고 방향을 정해 항해해야 한다.
 
진정한 중기 대통령을 원한다면 이제 ‘수첩’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중소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부 신설은 중기 대통령으로서의 첫걸음이다.
  
이승국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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