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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디도스 공격' 박희태 前의장 보좌관, 항소심서 왜 무죄?

2012-12-11 19:26

조회수 : 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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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디도스(DDoS) 공격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관 김모씨의 공모 혐의에 대한 1·2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려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앞서 1심은 김씨가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관 공씨와 디도스 공격을 공모했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디도스 공격을 두 사람이 공모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나 관련자의 진술, 피고인들의 진술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의심스러운 정황 증거만으로 '김씨가 디도스 공격 행위를 공모했다거나 가담했다'고 인정하기는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11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동오)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 김씨와 공씨간 10월 25·26일 통화내역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와 공씨가 디도스 공격 전날과 당일 수차례 통화를 주고 받은 것을 유죄의 근거로 삼은 1심 판단에 대해 '유력한 정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25일 디도스 공격 전날, 공씨가 다른 피고인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할 당시 김씨와 공씨가 세차례나 통화를 했더라도, 이는 김씨의 주장처럼 '공씨에게 A유흥주점에 합류하라'고 전화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정황만으로는 김씨가 공씨의 디도스 공격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공씨의 디도스 공격을 만류했다'는 김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다른 판단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공씨가 김씨의 만류를 무릅쓰고 디도스 공격을 감행할 특별한 사정이나 개인적 동기를 쉽게 발견하지 어렵다'는 이유로 김씨의 공범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설령 피고인의 변소에 불합리한 점이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단할 수는 없고, 공씨는 김씨의 만류에도 디도스 공격이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김씨가 공씨의 디도스 공격을 만류했다는 취지의 변소를 믿기 어렵더라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는 김씨가 디도스 공격에 공모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디도스 공격 당일 두 사람의 전화통화 내역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만약 피고인들이 사전이 디도스 공격을 공모했다면 오히려 한 번의 보고로 충분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 차례 통화한 것은, 공씨의 진술처럼 디도스 공격 결과에 당황한 나머지 김씨에게 보고를 하게 되자 김씨가 공씨를 나무라는 과정에서 공격을 즉각 멈추라고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격 당일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김씨가 디도스 공격에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씨가 공씨에게 건넨 1000만원의 성격
 
김씨가 디도스 공격 전에 공씨에게 송금한 1000만원의 성격에 대한 판단도 달랐다.
 
1심은 '1000만원 송금 내역'을 김씨가 디도스 공격에 공모했다'는 정황으로 봤지만, 2심은 "강씨가 다른 이들과 디도스 공격을 구체적으로 공모한 때는 1000만원이 건네진 지난해 10월 20일 아닌 25일 저녁인 점에 비춰볼 때, 김씨가 공씨에게 범행 엿새 전에 돈을 건넸다는 사정만으로 이 돈이 디도스 공격의 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1심 재판부는 "김씨가 공씨에게서 1000만원을 빌려주고도 첫 달 이자를 받지 않았고, 다른 이를 통해 1000만원에 대해 말맞추기를 시도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사실을 김씨가 디도스 공격을 공모했다는 혐의의 유죄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김씨로서는 공씨의 도움으로 피고인 차모씨에게 투자한 돈 대부분을 회수하게 돼 첫 달 이자를 받지 않았을 개연성이 충분하고, 그렇지않더라도 김씨와 공씨가 선후배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첫 달 이자를 받지 않아도 다음 달에 두 달 치 이 자를 같이 줄 것으로 기대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1000만원이 디도스 공격의 대가라면 현금으로 줬을텐데 굳이 '차용증'을 표기해 계좌이체를 해 허위외관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김씨와의 면담 이후 진술을 번복한 공씨
 
공씨가 김씨와 면담한 이후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공씨와 김씨가 경찰 영상녹화실에서 면담하는 내용이나 과정, 태도 등을 보면 김씨와 공씨가 묵시적으로 의사교환을 해 두 사람 사이에서는 공씨만 책임지는 방향으로 허위진술을 하기로 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만약 김씨가 공씨의 구속 전에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부인하기로 했다면, 굳이 경찰 수사관들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공씨를 설득하려 애쓰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씨가 김씨를 면담한 후에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했더라도 이것이 공씨만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두 피고인이 말을 맞춘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특별검사가 기소해 별도 심리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징역 8월을 선고해 김씨는 현재 구속 상태다.
 
특검은 수사과정에서 김씨가 국회의장실 비서라는 점을 내세워 지인의 온라인 게임 등급분류 결정 취소 사유를 대신 알아봐준 사실을 밝혀내 기소했다.
 
◇'디도스 공격' 가담자들 항소심소 다소 감형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디도스 공격을 주도·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공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형을 "범행을 시인하고 있고, 우발적 범행임을 감안한다"라며 다소 감형했다.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공씨는 징역 4년, 디도스 공격을 지휘한 IT업체 K사 대표 강모씨 등에 대해서는 3년 6월~징역 2년, 징역 1년 4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 선고됐다. 앞서 1심은 공씨에게 징역 5년, 강씨 등에게는 징역 1년6월~징역 4년6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범행을 저질러 선거제도의 본질을 침해하고 국가의 이익을 침해했다.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사실 오인' 주장을 한 다른 피고인들의 항소 이유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와 별도로 도박장 개장 및 도박 혐의로 추가 기소된 강씨 등 3명에 대해 벌금 200~500만원을 각 선고했다.
  
김씨 등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 디도스 공격을 하기로 공모하고 지난해 10월26일과 선거 당일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를 두 차례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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