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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해외여행, 현지 바가지요금·쇼핑 여전 `여행 스트레스`

비싼 현지 옵션 강요(?)..선택하지 않으면 가이드에 구박(?)

2012-03-06 16:19

조회수 : 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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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봄이 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여행을 떠난 현지에서 가이드들의 옵션을 통한 바가지요금 횡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여행객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비용이라는 판단으로 선택한 여행일수록 현지 가이드들의 옵션 선택과 현지 지정 쇼핑관광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저비용 해외여행 상품을 선택할 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3.1절 연휴를 이용해 2박4일 일정으로 홍콩여행을 다녀온 김정훈씨(가명.44)는 현지여행에서 느낀 불쾌함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다.
 
김씨는 여행자가 최대 1일 이상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착순특가]★런닝맨도반한★홍콩 2박4일' 상품을 선택했다. 국내 2위의 여행업체인 모두투어(080160)에서 내놓은 패키지 상품으로 지난 3월1일 아침 홍콩으로 출발해 일요일인 4일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확정가격 74만9000원에 유류할증료 13만7200원을 합쳐 비용은 88만6200원을 지불하고 기분좋게 출발한 김씨의 여행이 엉망이 되기 시작한 건 현지에 도착해서 일정이 시작되면서부터다.
 
현지 가이드가 옵션(선택관광)으로 제시한 상품은 홍콩의 야경을 구경하는 '나이트시티투어(미화 30달러 추가)'와 홍콩과 국경을 접한 중국의 본토 '선전(深川)관광(미화 130달러 추가)', '마카오 관광(미화 130달러 추가)' 등 3개였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김씨는 당연히 옵션을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고, 일부 여행객들도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옵션상품을 선택하지 않았다. 불쾌한 여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김씨 등을 향한 가이드의 노골적인 외면과 불친절이 본격화된 것. 현지 여행정보를 묻는 질문에는 "여행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또 실제로 가이드의 도움을 받은 시간은 여행일정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공식적인 가이드팁 미화 30달러를 달라"는 가이드의 태도에서는 "낯선 곳에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마저 느끼게 했다고 김씨는 털어놨다.
 
자유여행 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이튿날 오전에는 3시간에 걸쳐 보석상인 TSL과 라텍스 이불판매점, 보이차 판매점 등 3곳의 쇼핑점을 강제로 방문해야 했다.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쇼핑점이 최우선시 돼 당일 점심식사는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먹을 수 있었다.
 
쇼핑점 방문은 하기 싫고 점심도 알아서 해결할테니 먼저 자유일정을 시작하게 해달라는 김씨의 요청은 "정해진 시간에 자유시간을 드릴 수 있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묵살됐지만 "모든 쇼핑점을 방문한 뒤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실제적인 이유였다.
 
가이드의 위세에 눌려 모든 옵션상품을 선택할 경우 '나이트시티투어' 미화 30달러(한화 33000원), '선전관광' 미화 130달러(한화 14만5000원), '마카오관광' 미화 130달러(14만5000원)를 합치면 실제 여행의 공식비용은 121만원 가량이다. 당초비용의 1.5배 이상이 드는 셈이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운전기사를 위한 것이라며 조잡한 디자인의 열쇠고리와 젓가락세트를 미화 10달러에 판매하기도 했다. 운전기사가 이익을 가진다는 말에 며칠 동안 고생한 기사를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구매해주는 여행객이 적지 않았다.
 
김씨와 같은 그룹에 속해있던 다른 여행객은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마지못해 갔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여행은 쇼핑점 방문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불평했다.
 
더구나 놀라운 일은 가이드가 법정 한정액을 초과한 물품을 구입했을 때 세관원들의 눈을 속이고 공항세관을 통과하는 요령을 상세히 알려준다는 점이다. 그 요령이라는 것도 어이없는 것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국인이 아닌 한국국적을 가진 한국인임을 강조한 가이드 강모씨는 "시계나 옷을 구입했을 때는 반드시 차거나 입고 나가야 한다"며 "세관원이 차고 왔는지 입고 왔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때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 강씨는 특히 "육포(마카오 명물로 알려짐) 등 식품도 허리에 한겹 두르고 나가면 아무도 모른다"며 자신의 출입국 경험담을 털어놨다. 김씨는 "실제로 청소년들이 일행중에 있었다면 따라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방법을 자랑하듯 떠벌리는데는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가이드 강씨는 또 "여행 후 좋지 않은 후기를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말해 마치 좋지 않은 여행후기가 올라와도 반성문 한장이면 끝난다고 여행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듯 했다.
 
김씨는 "자주 여행을 다니는 편이라 여행가이드를 생업으로 하는 가이드들의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이해하며 눈감아 왔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여행가이드의 행태는 정말 심각하게 느껴 제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불친절하면서 외면당해보기는 처음"이라면서 "한국 사람이 마치 돈이나 쓰는 '봉'으로 여기는데는 완전히 질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경우처럼 해외여행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각 여행사 홈페이지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김씨와 같은 피해를 입고 소비자원에 신고한 사례가 지난 2010년 53건에서 지난해 111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 관계자는 "보통 저가상품에서 이 같은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평가제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지만 모든 가이드들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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