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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미

VC들이 말하는 '바이오벤처' 투자의 조건

삼성서울병원, 바이오협·BMCC와 공동포럼

2012-02-16 13:16

조회수 : 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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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2000년 최고조에 달했던 국내 바이오 분야 투자는 전체 투자 중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헬스케어 분야 투자가 30%에 달한다. 우리 역시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투자동향이 이동한다면, 벤처캐피탈이 바이오 분야 투자를 이끌게 될 것이다." (박민식 스틱인베스트먼트 상무이사)
 
"바이오벤처가 투자 받기 어려운 이유는 매출이 없고, 적자가 계속되는 소위 숫자에 있다. 바이오벤처의 핵심 성공요소인 제품개발의 진도, 즉 마일스톤(milestone) 달성 여부가 투자 성공의 관건이다."(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16일 한국바이오협회와 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BMCC)가 연 컨퍼런스에 지난 10여년 넘게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진행해온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세계 최초·최고를 주장하기보다 글로벌 동향·경쟁사 파악해야
 
'바이오벤처의 투자 유치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박민식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리스크(risk)를 테이킹(taking)하는 것이 아니라, 헤징(hedging)하기 위해 투자한다"고 운을 뗐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17개 바이오기업에 942억원을 투자했고, 이중 9개 회사가 상장되거나, M&A된 바 있다. 지난해 상장한 제닉(123330)은 물론, 메디톡스(086900), 아이센스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이사는 "어떤 바이오기업을 가보면 '세계 최초'의 제품, '우리가 최고'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라면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의 글로벌 동향과 경쟁사 파악 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투자회수 계획'도 투자유치 선조건
 
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 회수 계획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투자유치를 필요로 하는 바이오기업들의 사업계획서 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가 강조한 사업계획서의 요건을 살펴보면 ▲인적자원의 강점에 대한 구체적 설명 ▲시장 상황과 경쟁구조 파악 ▲분명한 수익 모델(profit model) 제시 ▲외부환경에 대한 통찰력 ▲위기 관리 능력 ▲투자자 회수방안에 대한 고민 등이 포함돼야 한다.
 
박 이사는 "한 회사에 대한 투자를 위해 최대 6년이 걸린 경우도 있다"며 "대표는 물론, 회사의 핵심인력과 기술, 주변 사람이나 경쟁사의 평가도 한 기업을 보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백신·세포치료제·항체의약품 등 조기성과 예상
 
그는 앞으로 빠른 시기에 상업화 성공이 이뤄질 분야로 ▲백신 ▲세포치료제 ▲DDS ▲영상진단장비 ▲항체의약품 ▲바이오센서를 주목하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벤처투자의 성공사례 발표를 맡은 김명기 인터베스트 전무는 "많은 바이오 기업 대표들이 '내가 좋은 물건을 만들면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와서 사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무는 "처음 시장에 어떻게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제품 개발 단계부터 시장을 알고 제품의 상업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벤처 성공요소? '마일스톤' 달성 여부!
 
마크로젠(038290) 전략기획팀장 출신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된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지난 10년간 2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한 사례 가운데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사례를 들며, 신약개발 회사에 대한 투자 포인트를 밝혔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 통과한 바 있으며, 올해 상장계획 중인 곳으로, LG생명과학(068870) 출신 연구원 5명이 만든 회사다.
 
신 이사는 다른 벤처캐피탈들과 함께 지난 2007년부터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 3회에 걸쳐 총12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그는 "보통 한두명의 핵심인력이 대기업을 나와 창업하지만, 레고켐의 경우는 5명의 전문 연구원이 나와서 창업한 이른바 '독수리5형제'였다"며 "기존의 기술이 이미 나와 있던 분야였다"고 말했다.
 
또 레고켐의 핵심기술은 약물설계와 솎아내기로서 다국적제약사들도 보유한 기술이지만,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 것이 투자유치의 성공 요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신 이사는 "투자 이후에도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기업 간의 소통"이라며 "자금 계획은 물론 기술이전과 상장계획 등 기업전략을 함께 논의해 가는 것이 성장의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바이오 기업관계자는 물론, 벤처캐피탈과 정부, 병원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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