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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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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짝꿍 '환경부-국토부'

2024-03-2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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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어릴 적 어색한 짝꿍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와 달리 말이 없었고 혼자 있는 걸 좋아했습니다. 운동보다는 책을, 액션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을 즐겼습니다. 저와 정반대 성향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지금은 단짝이 됐습니다. 정반대이기 때문에 20년이란 세월 동안 답답하고 충돌될 때도 많았지만 둘도 없는 친구가 됐습니다.
 
성향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 친구는 이제 저보다 말이 많아졌고, 혼자 주짓수도 배우러 다닙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 횟수를 나이 들수록 줄이게 됐고 운동보다는 책을 끼고 삽니다.
 
하지만 똑같은 비율로 비슷해진 것은 아닙니다. 친구가 제 성향을 조금 더 닮아 갔습니다. 여전히 제가 더 말이 많고 주도적인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저와 제 친구 관계를 보듯 비슷하게 느껴진 짝꿍이 또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입니다.
 
두 부처는 지난 7일부터 자리를 맞바꿔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자연 보전을 주요 과제로 삼는 환경부와 개발이 주요 업무인 국토부가 만났으니 딱 봐도 어색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각에선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개발사업에 친화적인 윤석열 정부가 환경부-국토부 인사 교류로 최소한의 견제 빗장마저 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그는 "그냥 인사 교류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핵심 의제를 놓고 어떤 식으로 두 부처가 풀 수 있을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짝꿍으로서 '정책협의회'를 발족했습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부지에서 첫 회의도 개최했습니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인사 교류 핵심 목표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신속 조성'을 내걸었습니다. 두 부처는 협의회를 통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만 아니라 환경과 국토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안건 논의를 확대할 것이라고 합니다.
 
환경부와 국토부의 만남이 한때 어색했지만, 시간이 흘러 친해지는 관계로 될 수 있을까요. 친해지면서도 서로가 해야 할 역할과 가치는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친구라면 가까워질수록 닮아갈 텐데 걱정입니다. 제 친구는 제 성향을 좀 더 닮아갔는데, 환경부가 국토부 성향을 따라가다간 진짜로 마지막 견제 빗장이 풀려버릴 수 있어섭니다. 부디 두 부처의 협의체가 수평적 관계에서 유기적 소통을 위한 목적만 달성하길 바랍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28일 '환경-국토 정책협의회'를 발족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부지에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태원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어린이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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