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편성됐는데요. 역대 가장 강력한 '허리띠 조이기'에 초점이 맞춰졌지요. 세수 결손 사태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의 예산을 단호히 폐지 또는 삭감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올해 예산은 작년보다 2.8% 늘어난 656조 9000억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이 증가율은 우리나라 예산 편성에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최저치 입니다. 토마토 Pick은 그럼에도 올해 증가된 눈에 띄는 예산 편성 내용에 대해 짚어봅니다.
취약계층
-노인: 저소득 노인 대상 무릎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대상을 1000명 늘리고, 고령자 계속 고용 장려금 지원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습니다. 이 지원금은 취업이 어려운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 촉진을 위해 분기별 1인당 30만 원씩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장애인: 예산 269억 원을 늘려 2013년 이후 동결됐던 장애인연금 부가급여를 1만 원 인상합니다. 중장 애인 근로자의 출퇴근 비용 지원 한도도 월 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인상돼 관련 예산이 늘었습니다.
-저소득층: 기초·차상위·한 부모 양육가정에 대한 분유·기저귀 지원 단가가 월 1만 원(분유 월 8만→9만 원, 기저귀 월 10만→11만 원) 씩 인상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료 지원 대상을 저소득 청년에서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 전체 저소득층으로 확대합니다.
청년
-주거: 사회 초년병인 청년들의 주거비 마련 등에 돈이 더 풀립니다. 올해 종료될 예정이던 ‘청년 월세 한시 특별 지원’의 지원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고, 올해 신규 인원도 받기 위해 예산 690억 원이 더 늘어납니다. 청년 월세 특별 지원은 청년들에게 최대 월 20만 원씩, 12개월 동안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교통: 청년·저소득층 우대 대중교통 환급 지원(K-패스) 시행 시기를 5월로 앞당기고, 환급 요건을 완화하는데 예산 218억 원을 늘렸습니다. K 패스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용할 경우 월 60회 지원 한도 내에서 최대 21만 6000원을 환급해 주는 제도로 청년층(19~34세)은 연간 최대 32만 4000원(30%)까지 받을 수 있는데 환급 요건도 15회로 완화됩니다.
-대학생: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양질의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1000원의 아침밥’ 지원 기간은 기존 7개월에서 8개월로 1개월 연장하고 예산도 5억 원을 더 투입했습니다.
소상공인
당초 정부안에서 빠졌다가 부활한 지역사랑상품권에 3000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또 매출 제고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와 발행량을 확대해 올해도 작년에 이어 약 5~10% 할인된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생·안전
-마약: 공항·항만에 설치하는 신변검색기를 11대 추가 도입하는데 44억 원,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지원을 확대하는데 17억 원이 추가됩니다.
-안전사고: 출퇴근 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하철역 내 역주행 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에스컬레이터 1000대를 개선하는데 75억 원이 더 늘었습니다.
-보훈: 저소득 보훈대상자에 대한 생활조정수당을 10% 인상하는데 70억 원, 보훈병원에 간호·간병 통합 병상 비중을 기존 30%에서 40%로 확대하는데 13억 원이 추가됩니다.
-피해 지원: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주택융자 공급을 1800억 원 확대하고,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 대상 국선 변호사·진술조력인 5000건을 확충하는데 13억 원의 예산이 소요됩니다.
-위기 임산부: 의료기관 출생 통보제가 도입됨에 따라 ‘병원 밖 출산’ 및 ‘아동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위기 임산부에 대한 상담과 가명 출산 등을 지원하기 위해 42억 원을 투입해 12개 지역 상담기관이 신설합니다.
지역 경제
-새만금: 입주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과 민간투자 유치를 지원하도록 고속도로, 신항만 등 기업 수요에 맞는 사업을 중점 지원하는데 3000억 원을 투자합니다.
-SOC: 지역 간 촘촘하고 편리한 교통망 확충을 위해 국도·국지도·철도 신규 노선 설계·착공비, 조기 완공을 위한 계속 공사비 등 1000억 원이 반영됩니다.
-산업 인프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바이오·배터리 등 기술 개발, 시설·장비 구축 등 지원에 549억 원이 추가됐는데요.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 검증 지원센터(30억 원), 미래차 반도체 신뢰성 검증센터(43억 원) 등입니다. 바이오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제조혁신(11억 원), 디지털 바이오칩 실용화(56억 원), 배터리는 EV 배터리 화재안전 검증센터(35억 원), 이차전지 실시간 고도 분석센터 (25억 원) 등입니다.
이색 예산
-생활 체감 지원: 올해 특별한 예산 찾아볼까요? 먼저 청년층에 자격증 응시료를 50% 할인해 주는 것인데요. 취업도 어려운데 자격증 따는 것조차 응시료가 너무 비싸 부담스럽죠.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이 10.4개월인데 평균 응시 횟수는 연 2.4회거든요. 정부는 올해부터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493개 기술 자격시험 응시 비용을 연 최대 3회 50% 감면키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56만 명의 청년이 1인당 최소 2만 1000원에서 최대 30만 원, 평균 4만 3000원의 감면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국민 마음: 연간 정신질환자 증가세,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 비율 증가세, 높은 자살률 등 정신건강관리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죠. 이에 따라 작년에 550억 원이던 예산을 1282억 원까지 확대했습니다. '예방·조기 발견-치료-복귀' 전주기의 연계성 강화 및 투자 대폭 확대를 위해서입니다.
R&D 예산은 -14.8%
33년만 최대폭 삭감
정부의 예산 감축 기조로 가장 크게 예산이 줄어든 분야는 연구개발 R&D입니다. 정부는 예산을 짜면서 R&D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며 올해 본예산(31조 1000억 원) 대비 5조 2000억 원을 삭감했죠.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 연구자 고용 불안 등 불만의 소리가 나왔고, 국회 안에서 정부안 대비 6000억 원을 늘렸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R&D 예산보다는 4조 6000억 원(14.8%) 줄어들었습니다.
총지출 증가 막았지만
총선용 선심예산 무더기 신설
올해도 국회는 예산 법정시한(12월 2일)보다 19일이나 늦게 '지각'처리했음에도 각자 자기 '지역구 챙기기'엔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허리띠 조이기가 무색하게도 총선용 선심예산이 밀실서 무더기로 증액됐습니다. 총지출 증가는 막았지만 철도·지역 행사 끼워 넣기는 여전했는데요. 문경 단산터널 공사(10억 원), 인천 부평구 캠프마켓 용지 매입비(10억 원), 경부선 철도 지하화 연구용역 사업비(30억 원), 2025 영동 세계 국악 엑스포(10억 원), 천안 K-컬처 박람회 개최 지원(3억 원), 부산 국제공연예술 마켓 개최 지원(3억 원) 등이 내년 예산에 포함됐습니다. 이들 예산은 정부안에서는 모두 빠져 있던 사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