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변소인

ehlee @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외국인 간택받아야 산다"…제조 중기의 눈물

수도권 쏠림·잦은 이직·높은 급여에 고충 호소

2024-01-01 11:06

조회수 : 5,75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외국인이라도 다르지 않아요. 급여를 더 준다고 해도 서울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겨우 고용한다고 해도 E-7(특정활동 비자)을 받자마자 좀 더 편한 곳으로 가더라고요. 이제는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밥'이에요. 면접 볼 때 우리가 외국인 근로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를 선택해야 합니다." - A 중소기업
 
"민간 업체를 통해 면접자를 선정해도 4명 중 1명만 왔고, 고용노동부 사업을 통해 면접을 보기로 한 이들도 3명 중 1명만 왔습니다. 이제는 면접에 면접자가 오지 않는 것이 익숙할 정도입니다. 병역특례업체 지정을 노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 B 중소기업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탈이 심해서 그들을 잡기 위해 기존 숙련공들의 임금을 깎아 월급을 올려주고 있어요. 일거리가 줄어드니 인건비를 깎는 수밖에 없죠. 이대로 가면 결국 숙련공들을 내보내게 되겠죠." - C 중소기업
 
전북 전주시 팔복동 공업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새해가 밝았지만 제조 중소기업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신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가용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첫 단추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제는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요소가 됐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이 지속된다면 기업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무겁게 이야기합니다.
 
제조 중소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는 단연 우리나라 청년들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제조업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청년인력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A기업의 경우 회사에 헬스장, 탁구장, 노래방 시설 등을 갖추고 직원들의 복지를 크게 늘렸지만 청년들의 고용을 늘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원자들이 면접 불참에 대한 의사조차 제대로 밝히고 않고 연락두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A기업 대표는 답답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지역대학과 고용노동부를 통해 사람을 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A기업 대표는 "20년을 내다보고 이뤄놓은 사업인데 지금으로선 몇 년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매일매일이 불안하다"면서 "유럽에서 그랬듯 우리나라도 이민청을 신설해서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지원조차 하지 않는 대다수 제조 중소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들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고용허가제에서 E-9(비전문취업 비자)을 받고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는 한 번에 최대 4년 10개월까지 노동이 가능하며 재신청하면 다시 4년 10개월간 노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수많은 제조업 선택지를 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곳으로 이직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두고 제조 중소기업들이 호소하는 주요 고충은 △수도권 쏠림 현상 △잦은 이직 △긴 채용 과정 △높은 급여 등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국내 취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선호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각종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문화생활이 가능한 지역에서 취업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체류기간 내 집중적으로 급여를 모아야 하다보니 잔업이 많아도 급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러다보니 이직이 잦아 중소기업 입장에선 일자리 공백이 생기기 일쑤고, 이들을 붙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숙련 여부와 상관없이 급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새로운 외국인 인력을 충원하려면 신청, 심사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3개월이 걸리고 이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합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입니다.
 
정부는 내년에 외국 인력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역대 최대치인 16만5000명으로 확대합니다.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제도 정비 없이 규모만 늘리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중소기업 대표들은 지적합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곪은 문제들을 예방할 장치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 변소인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