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닻 오른 한동훈 비대위…'쇄신이냐, 용산출장소냐'
키맨: 윤석열(대통령실), 한동훈, 이철규 등 친윤계, 이준석-유승민 등 비윤계, 민주당 비명계
▶이준석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합니까? 이제 시민 여러분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검투사의 검술을 즐기러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께서 수고롭지만, 아고라에 오셔서 공동체의 위기를 논의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이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 받아야 합니까?"
"신당에서는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이야기하겠습니다. 해열제와 진통제를 남발하여 이제는 주삿바늘을 꽂을 혈관도 남아있지 않은 대한민국의 중차대한 문제들을 솔직하게 다루겠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 하는 주장과 선택에 대해서 30년 뒤에도 살아서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누가 내는 대안과 제안이 더 절박하겠습니까? 마크롱이 표 떨어질 각오로 연금개혁에 몸을 던진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탈당 기자회견문 중에서
"소위 말하는 제1지대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제1지대와 2지대가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도의에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선거를 치르기 전에 제3지대 명칭을 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할 정도. 최근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여러 인사와 교류하면서 많은 분들과 만나고 얘기하고 있다. 지금은 완벽한 동일성을 찾아 헤매기보단 같은 점 몇가지를 찾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이 전 대표, 회견 뒤 질의응답에서
▶한동훈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지 묻고 싶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 위해 국민의 자산인 검찰을 악마화 하는 것은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무책임한 행위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관련) 아직 통과되지도 않았다. 악법(이라고) 말씀드렸다. 그 법 통과해서 계속 (여론전) 시도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것은 국민의 권리 침해다. 총선용 악법이다."
"(이준석의 세대포위론, 세대교체론 등과 관련해)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라는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 열정과 동료시민 봉사하는 마음에 나이 제한 없다. 세대포위론으로, 나이 기준으로 갈라치기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정략적 이익을 가져다줄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해로울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상명하복 중심의 검찰 출신이라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대통령과의 오랜 관계로 허심탄회하고 진솔하게 대화해 건강한 당정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적인 이해관계를 내려놓는 상징적인 의미라 본다. -안철수 의원, KBS특집 1라디오 '오늘'에서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하루 간격으로 젊고 유력한 보수 대권주자들의 정견을 접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 역시나 살아온 세월처럼, 한동훈의 수락 연설이 서슬 퍼렇고 긴장감 끌어올리는 검사의 언어였다면, 이준석의 회견문은 거친 들판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최대한 자신을 세일즈 하는 정치인의 언어. (이 전 대표의 회견문 중 상계동 사람들의 삶을 설명하는 대목이나, 노무현의 돼지저금통을 언급하는 부분은 지금껏 보수정당 정치인에게 찾아볼 수 없었던 감성)
② 이 전 대표 탈당 회견의 핵심 메시지는 '미래'. 한 비대위원장의 '세대교체', '인적교체'와 비슷하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중도-책임정치 쪽에 더 방점.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도 좀 더 디테일하게 접근하며 자신이 하려는 정치를 설명하는 기술이 있음.
③ 이 전 대표 회견 내용을 보면, 윤석열-김건희 내외뿐 아니라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 현 정부여당의 코어 세력과는 확실한 선을 그음. 회견 중간에 등장하는 '콜로세움 vs 아고라'가 그 상징. 검사 출신의 대통령과 당 비대위원장, 경찰 출신의 윤핵관과 원내대표 등 이른바 검경 출신이 득세하는 정권을 콜로세움 세력으로 규정. 자신은 시민들을 토론이 벌어지는 아고라로 인도하겠다는 것. 윤 정부를 '2년째 휘둘러대는 칼잡이 정권'이라고 비판한 부분은 비판적 중도층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상당히 어필할 듯.
④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취임 뒤 첫 출근길부터 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공격으로 시작. 지지자들은 좋아하겠지만, '비난과 빈정거림'이 일상화. "왜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냐"는 발언에 대해서는, 댓글창에 '왜 당신은 주가조작 범죄자를 절대존엄으로 모시냐'는 반박이 쏟아지고 있음. 대선 당시 이준석의 세대포위론을 '갈라치기'라고 폄훼하면서, 정작 그 덕을 본 윤 정권이나 자신이 '동료시민'들을 얼마나 갈라치기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음. 아무튼 검사 때와는 달리, 이제는 무슨 말을 하든 그것과 똑같은 잣대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 정도는 알았으면 싶음. 사람 쉽게 변하진 않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