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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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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핵관·검핵관이 온다"…최악 땐 제2의 '진박사태'

용핵관·검핵관, 험지보다 양지 출마 고려…현역 반발↑

2023-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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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최수빈 기자]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집권여당의 권력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김기현 전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로 친윤(친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이 2선으로 후퇴하면서 이른바 '윤핵관'의 시대가 저물었는데요.
 
윤핵관이 물러난 자리에는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검핵관'(검사 출신 핵심 관계자) 등 신진세력이 오는 모양새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인적쇄신이 가속화한 가운데, 공천권을 둘러싼 현역의원들과 신진세력과의 내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각에서는 여권 내 내홍이 격화할 경우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옥쇄 파동'을 일으켰던 '진박(진짜 친박근혜)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역 물갈이 본격화'윤심 감별사' 째깍째깍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쏘아올린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가 시작되면서 현역 물갈이가 본격화된 모습입니다. 이는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더욱 뚜렷해졌는데요. 바꿔 말하면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정치인에게 사활이 걸린 것으로 여겨지는 공천권을 두고 현역의원과 신진세력 간의 알력다툼이 본격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 지난달 30일 용산을 떠난 대통령실 참모진들, 소위 '용핵관'은 등판을 준비 중입니다.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까지 많게는 전·현직 20여 명이 총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문제는 이들의 출마 지역구가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있는 이른바 '양지 출마'로 쏠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의 경우 자신의 고향이 있는 충청남도 홍성군·예산군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이 지역구는 보수 철옹성으로 꼽히는 가운데, 지역구 현역 의원은 4선 홍문표 의원입니다. 홍 의원은 선거 출마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고향인 경북 영주 영양·봉화·울진 출마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곳은 박형수 의원이 있습니다.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현역 전봉민 의원이 있는 부산 수영 출마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은 현역 김영식 의원이 있는 경북 구미을 출마가 각각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핵관'도 내년 총선 등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권 내 차기 유력주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연말 또는 연초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 출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한 장관의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역구 중 한 곳은 서울 용산입니다. 한 장관이 용산에 출마한다면 현역 의원인 권영세 의원과의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반면 '용핵관'이나 '검핵관' 중 험지 출마는 아직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에 그칩니다. 이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험지 출마를 시사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있는 인천 계양을 출마가 거론되고 있고, 이승환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험지로 꼽히는 서울 중랑을에 도전하면서 민주당 박홍근 의원과 대결합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윤핵관이 물러난 자리에 '용핵관', '윤핵검'(윤 대통령 측근 핵심 검사)들을 앉혀 진짜 자신만을 위한 정당, 자신을 지켜줄 철옹성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 참모진, 출마 예상 지역구(그래픽=뉴스토마토)
 
공천권 놓고 내전 시작…당 내홍 '일촉즉발'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들이 격전지가 아닌 보수 우위 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당 내 현역 의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물갈이 드라이브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는 셈인데요. 당내 경쟁만 과열시켜 내홍의 불씨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공천 경쟁이 격화될 경우 2016년 총선 당시 '옥쇄 파동'을 일으켰던 '진박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색채가 강한 이한구 당시 공관위원장이 '진박'에는 공천을 주고 '비박(비박근혜)'은 전면 배제하는 공천을 단행하며 파행을 빚었는데요. 
 
김 전 대표는 '진박 공천'에 반발하며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가는 '옥쇄 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극심한 혼란 속에 민심은 여당에 등을 돌렸고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안았습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내부 갈등이 공천 경쟁의 변수이자 총선 승리의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핵관을 몰아내고 찐핵관들이 들어가는데, 국민들에게 사당화로 보일 수 밖에 없다"며 "문제는 만약 성공한다면 영웅이지만 실패한다면 조직적인 저항이 생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용산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반발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인데, 위기 심화 과정이다"며 "이 위기가 언제 곪아서 터질지 총선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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