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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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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 점포 '돈 많은' 강남에 몰려

서울 자치구별 점포수 분석결과 최대 11배 차

2023-12-18 06:00

조회수 : 2,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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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서울 시내 시중은행 점포 수의 지역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남구의 은행 점포 수는 강북구의 10배가 넘었는데요. 강남구에는 고액 자산가와 사업체 수가 많은 영향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이 손익계산을 하는 사이 정작 점포를 필요로하는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대 은행 점포수, 강남구 182개·강북구 16개
 
<뉴스토마토>가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점포(6월말 기준)를 분석한 결과 전국 점포 수는 모두 3936개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32.6%인 1285개가 서울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서울시 자치구별 5대 은행 점포 수.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편차는 컸습니다. 은행 점포가 가장 많은 서울 자치구는 강남구로 총 182개의 지점이 있습니다. 서초구 123개, 중구 106개, 송파구 88개, 영등포구 78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은행 점포가 가장 적은 자치구는 강북구로 16개에 불과합니다. 이어 도봉구 17개, 중랑구 20개, 금천구·관악구 27개 순으로 점포 수가 적었습니다. 점포가 가장 많은 강남구와 가장 적은 강북구는 11배 가량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구수와 은행 점포수가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점포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주민등록인구수는 6월 말 기준 65만7101명으로 자치구 중 세번째입니다. 점포수가 서울 지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중구의 경우 주민등록 인구수가 12만1441명으로 자치구 중 가장 적습니다.
 
은행 점포 수는 인구보다는 사업체 수와 더 연관이 짙었습니다. 경제활동 척도가 되는 기업 수가 많을 수록 은행 점포가 많다는 의미인데요. 2021년 기준 자치구별 사업체현황을 보면 강남구가 11만7개로 가장 많은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어 영등포구 7만4562개, 송파구 7만4531개, 서초구 7만1958개, 중구 7만308개 순입니다. 도봉구·강북구는 각각 2만5391, 2만6385개로 가장 적은 사업체가 자리했습니다. 
 
지방세 납부 규모와 점포수도 정비례했는데요. 자치구 간 세수입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은행 점포 수와도 연관되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기준 강남구는 4조7928억원으로 가장 많은 지방세를 납부했습니다. 다음으로 서초구 2조5338억원, 중구 2조7억원, 영등포구 1조8899억원, 송파구 1조7767억원으로 지방세를 많이 냈습니다. 반면 강북구가 낸 지방세는  2127억원에 그쳤고, 도봉구 2196억원, 중랑구 3133억원, 노원구 3906억원, 관악구 3958억원이었습니다. 
 
은행들은 강남권이 아닌 다른 자치구에 살더라도 해당 지역으로 출퇴근할 경우 업무시간에 은행 업무를 봐야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곳에 지점을 집중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단순 인구 수보다는 경제활동 및 소득에 의해 은행 점포수가 좌우된다"면서 "이에 고연령층 등은 불편을 겪을 수 있는데 이는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은 더 심하다. 대중으로부터 예금 수취 기능을 가진 은행이 일정 부분에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강북구 점포당 노인인구 '중구 대비 18배' 
 
서울시 자치구별 5대 은행 점포 1개당 65세 이상 인구 수. 숫자가 클수록 은행 점포 수가 부족하다는 의미임.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로 이 같은 은행 지점 편중 현상은 취약계층의 은행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65세 이상 인구수를 은행 점포수로 나눠보면 은행 점포 1개당 담당하는 노인 인구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요. 점포 당 노인 인구수는 강북구가 4213.2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도봉구 4036.6명, 중랑구 3840.1명, 은평구 3254.7명, 관악구 3083.3명 순입니다.
 
중구는 은행점포 당 노인 수가 236.7명으로 가장 적었는데요. 강북구와 점포 당 인구 밀도 차이는 17.8배에 달합니다. 이어 종로구 369.3명, 강남구 462.0명, 서초구 517.8명, 영등포구 828.8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북구와 도봉구, 중랑구 등 자치구에 사는 노인들의 은행 접근성은 중구, 강남구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 인구수 대비 점포수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랑구는 점포당 1만9213.6명으로 가장 높은 밀도를 보였습니다. 이어 강북구 1만8211.5명, 도봉구 1만8175.6명, 관악구 1만8044.1명, 은평구 1만6546.3명 순으로 밀도가 높았습니다. 이에 반해 중구는 점포당 인구가 1145.6명에 불과했고, 종로구 1857.3명, 강남구 2951.3명, 서초구 3288.4명, 용산구 4723.6명 순으로 점포별 인구 밀도가 낮았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절차를 강화하도록 했지만, 금융 취약층의 불편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지점 폐쇄를 정할 때 수익성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기 때문인데요. 단순 내방객 수요나 해당 지역의 경제 지표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 영업점 축소 파급효과 분석과 은행권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은행 지점 폐쇄 시 대상 지점이 고령 소비자 비율이 높아도 폐점이 진행되고 있다"며 "은행별 폐점대상 지점 선정 시 내점 고객 수 분석을 세밀화하고 고령 소비자 비율이 높은 경우 폐점 예외항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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