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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총동원, '병풍'까지…경영공백 우려

역대 정부, 총수 동원 해외 순방 최대 5회 미만…윤석열정부 9차례 동행 '최다'

2023-12-13 15:40

조회수 : 6,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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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해외 순방에 동행시키면서 총수들의 경영 공백이 깊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에 집중해야 할 총수들이 수시로 정치권 행사에 동원되면서 냉철한 경영 판단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건데요. 총수를 총동원에 떡볶이 단체 시식을 하는 상황을 연출하는가 하면 엑스포 지원에 총동원시켜 한달 가까이 해외에 상주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정치권과의 관계에서 을 입장일수밖에 없는 재계에서는 싫은 소리도 못하고 정부의 각종 행사 동원돼 눈도장을 찍는 형국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역대 정부 최대 5회 미만…윤석열정부 총수 동원 순방 9회 최다
 
13일 뉴스토마토가 역대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해외 순방시 총수 동행을 분석한 결과, 노무현정부 미국·카타르 (2회), 이명박정부 미국·중국·러시아·베트남·호주-뉴질랜드 (5회), 박근혜정부 미국·중국 (2회), 문재인정부 중국·미국·인도·인도네시아 (4회)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정부에서는 UAE(아랍에미리트),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베트남, 사우디-카타르, 폴란드,영국-프랑스, 네덜란드 순방 등 9차례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또 과거 정부에서는 기업인들을 해외 순방에 대동하더라도 전문경영인 위주로 경제사절단을 꾸린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는 4대 그룹 총수로 경제사절단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계 안팎에선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주요 대기업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동원된 바 있습니다. 

이재용 재판에도 행사 동원, 최태원은 해외 상주
여권서도 "해외 순방 때마다 총수 불러 피로감"
 
4대 그룹 총수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진행됐던 재판에 일주일에 1~2회 직접 출석해야 하는데도 윤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에 동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최태원 SK회장의 경우 한달 가량 프랑스 파리에 사실상 상주하며 엑스포 유치에만 전념했는데요. 이 때문에 SK그룹 인사가 예년보다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해외 순방 때마다 총수들을 불러들이는 데 대한 피로감이 있다"며 "역대 대통령 중 이렇게 총수들과 자주 해외에 나가는 정부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업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엑스포 지원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토로하더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부산 29대 사우디 119표라는 참패로 끝났고, 지역 위로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총수들을 동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과 총수들이 나란히 서서 떡볶이를 먹는 촌극을 빚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등 분식을 시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 국무위원과 여당 대표 및 의원들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한국경제인협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총출동했습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에서 "총수들을 들러리 세우는 모습에서 굉장히 대통령께 실망을 한 번 더 했다"며 "보수주의 대통령이라면 작은 정부를 꿈꾸고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그 바쁜 재벌 총수들을 부산까지 불러가지고 떡볶이 쇼를 보여드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전 의원은 "엑스포 실패했던 대통령의 부담을 지우기 위해서 총수들까지 부산으로 불렀다"며 "(총수들이)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난관을 헤쳐가려고 하는 모습이 내가 기업인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들러리인지 하는 자괴감이 들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여당 소속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건은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부각되고 기업이 좋은 이미지 갖는 건 좋겠지만, 그러한 목적으로 그 자리에 가서 떡볶이를 먹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부터),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재계 "총수들 기업 최고 의사결정 주체…매일 몇시간씩 중요한 결정 해야돼"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주요 기업들은 그룹의 조직을 개편하고 내년 경영 전략을 짜는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총수들이 정치권 관련 행사에 수시로 불려나가는 데 대한 정재계 안팎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엑스포 결과는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만 몰랐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들 알던 사실"이라며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경제가 돌아가게 해서 국가 이익과 국민 생활을 윤택케 하는 것이 정권의 목표가 돼야 하는데, 엑스포 참패라는 국치에 버금가는 상황이 되고도 상황을 인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총수들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주체다. 글로벌 경영 현장은 전쟁터"라며 "총수들이 매일 몇 시간씩 중요한 결정을 해야 되는데 한가하게 한 데 묶어갖고 돌아다니니 이게 총수들인지, 하수인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의 이같은 총수 동원 순방이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단 대통령과 정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이란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재용, 최태원, 구광모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불러 비공개 만찬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는데요. 재계 한 원로는 "이것이야 말로 총수를 종처럼 부리는것 아니냐"면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가에서 이 회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탄핵까지 당했는데, 비공개로 총수들과 회동한 것 자체가 자기부정이자 부적절한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과거 윤 대통령은 박근혜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규명을 위해 꾸려진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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