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알리익스프레스'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언론에서 이따금씩 사건사고로 다뤄지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역으로 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알리의 구체적 서비스에 대한 칭찬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드레스코드가 있는 연말모임이 잡히고 나서 제게는 화려한 착장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해보니 화려한 장신구를 판매하는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선택지의 폭도 좁았고 배송 기간도 다른 제품에 비해 길었습니다. 물론 가격도 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배우 마동석씨가 떠올랐습니다. 알리에선 저렴한 물건들의 향연이 펼쳐진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왔지만 직구의 불편함과 교환·환불 절차를 생각하면 그동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리가 국내에 진출한 시간도 흘렀고 마동석씨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생각에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기회를 한번 주기로 했습니다.
검색을 하는 순간 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국내에서 검색어를 수차례 입력해서 겨우 찾아냈던 물건들이 알리에는 널리고 널려 있었습니다. 이른바 희귀템들이 알리에서는 흔한템이었습니다. 덕분에 검색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예쁜 물건들이 많아 눈 호강과 함께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상품사진이 구체적이지 않을 때는 판매자에게 문의해 실물 사진을 요청했습니다. 그럴 때면 아주 빠른 답변으로 당근마켓 판매용 사진 같은 적나라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소재, 길이 등에 대한 주관적인 질문에도 거침없는 답변을 받을 수 있어 구매 결정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알고리즘은 이내 다른 카테고리로 저를 인도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며 장바구니를 꽉꽉 채웠습니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줄여보기 위해 간단한 물건부터 먼저 '7일 배송' 제품을 주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국내 사이트에서 주문접수 후 배송까지 14일 정도 걸린다는 제품들은 아마 판매자가 알리 등에서 물건을 주문해 받은 후 판매하는 듯 싶었습니다. 그동안 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가며 같은 물건을 비싸게 구매했다고 생각하니 손해를 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알리는 후했습니다. 첫 구매자들은 첫 구매 쿠폰을 활용하면 최대 2만원 가까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결제를 시도했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기회를 날렸지만 대신 블랙프라이데이 명목으로 지급한 쿠폰을 야무지게 사용했습니다. 천원마트에서 액세서리들을 끌어 모아 하나 값도 되지 않는 다량의 제품을 한번에 결제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궁금증들은 알리 고객센터에서 친절하게 답변해줬습니다. 영작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한국어로 말하면 한국어로 답변이 왔고 이해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캡처화면까지 동원해 설명을 해줬습니다.
배송물건이 9일 만에 도착했습니다. 광군제 여파가 컸다고 하니 너그러이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물건만 잘 도착하면 됩니다. 여느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품을 개봉했습니다. 4개의 상품 중 1개가 파손이 있었습니다. 헐값이었기에 알리에서 4개 중 1개의 실패면 성공적인가 하면서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겼습니다. 직구에 있어서 파손으로 인한 교환이나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어 어느 정도 체념한 상태였지만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고객센터에서 알려준 방법으로 환불을 요청하자마자 1분이 채 되지도 않아 파손제품에 대한 환불이 이뤄졌습니다. 제품을 배송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사진 한 장에 모든 처리가 끝났습니다. 국내였으면 제품을 배송하고 판매자 측에서 제품을 받아 확인하는 과정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릴 일이었습니다.
포인트도 어찌나 후한지요. 출석 시에도 지급하고, 보너스로도 지급하는 포인트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넉넉했습니다. 최소 구매 금액을 높게 걸어두고 포인트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했던 꼼수 가득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비교됐습니다. 알리는 지금도 틈만 나면 장바구니에 있는 제품을 할인하는 쿠폰이 단독으로 제공된다고 유혹하며 좋아할 만한 제품들을 야무지게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한 번의 구매경험이었지만 제가 알리에게서 받은 첫 인상은 신선 그 자체였습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보다 친절하고 이용 절차가 오히려 간편했습니다. 넉넉한 인심마저 느꼈습니다. 아직 알리에서 제대로 된 좌절과 실패를 겪지 않은 초보 구매자여서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사고만 줄인다면 알리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 갈수록 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