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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2인자는 없다”…재계 불문율 SK·LG ‘관통’

SK 최태원의 남자 4인방, LG 2인자 권영수 용퇴

2023-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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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계, 오너체제에서 영원한 2인자는 없다는 불문율이 이번 SK 및 LG 인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SK는 지주회사 체제 정비와 인적분할, LG는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등 각각 지배구조 과제를 해결했던 그룹 중역들이 세대교체 명분으로 퇴진했습니다. 그룹 승계 문제를 푸는 데는 늘 재무통이 중용됐으며 그들을 대신해 일선에 나선 젊은 세대는 기술통이 득세합니다.
 
장기 군림은 없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의 경우 최태원의 남자로 불렸던 조대식, 장동현, 박정호, 김준 4인방이 용퇴했습니다. 이들은 2017년 김창근, 김영태, 정철길 3인방 수뇌부와 교체되며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그러다 차례차례 60대를 모두 넘기며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물러나게 됐습니다. 특히 박정호 부회장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수행부터 시작한 최측근으로 그룹 내 주요 결정에 참여해왔습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도 연임 관측이 많았지만 결국엔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2인자들의 숙명은 그룹 숙원과제와 교차됩니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통합 지주회사 출범을 주도했고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활약하는 등 인수합병(M&A) 전문가로도 불렸습니다. SK 중간 지주 인적분할을 전후해서는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주요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미완의 지배구조 과제를 맡아왔습니다. 굵직한 구조 개편이 일단락 되자 최태원 회장이 예고했던 ‘서든데스’는 현실화 됐습니다. SK는 여전히 SK하이닉스로의 미약한 지배력을 보강할 과제가 남았습니다. 일선 퇴진에도 박정호 부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직합니다.
 
LG 역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그간 그룹 내 2인자로 통했습니다. 지주회사 대표 등 구광모 체제 들어 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습니다. 그 사이 경영권 지분 상속과 LG그룹 및 LX그룹 간 계열분리 과정이 복잡했습니다. 친정체제 구축이 필요했던 구광모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은 연결고리가 컸습니다. 이제 권영수 부회장은 본인이 완강히 부인했던 포스코 회장직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삼성 이학수 전 부회장 사례처럼 영원한 2인자는 없는 법. 재계에선 2인자로 장기군림 시 가져올 폐해를 잘 알기에 세대교체 명분으로 젊은 피를 수혈, 이는 곧 새로운 친정체제의 확립이란 인사평이 나옵니다.
 
 
극적인 기술통 귀환도
 
이번 세대교체 바람 속 젊은 피는 기술통이 두드러집니다. 그 중에서도 극적인 기술통 귀환이 눈에 띕니다. 연중 아예 그룹 밖으로 물러났던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SK온 신임 사장으로 현역복귀했습니다. 막판까지 인사안을 고쳤던 최태원 회장의 고민 속에도 이석희 사장은 일찌감치 복귀가 예정됐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당시 비메모리 확장을 강조했던 전임 CEO들과 다르게 메모리 집중을 고집한 바 있습니다. 그런 승부수는 업황침체로 실적이 하락한 데다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한 결과, 메모리 사업 적자부실로 번지며 화가 됐습니다. 그랬다가 퇴임 후 반전을 이뤘습니다. SK하이닉스가 되레 삼성전자보다 먼저 D램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반전을 이룬 게 복귀 배경으로 재평가됩니다. 그는 이제 장기 적자 늪에 빠진 SK온을 살려야 합니다.
 
LG에선 정철동 사장이 7년만에 친정인 LG디스플레이에 복귀했습니다. 전임 재무통 사장의 바통을 받아 기술통이 장기 적자를 보는 LG디스플레이를 구원합니다. SK와 LG 재무건전성이 이들 적자회사를 진원지로 악화되고 있는 바, 소방수 역할을 맡긴 셈입니다. 여전히 영업적자 개선이 필요한 SK하이닉스와 산업 구조적 요인으로 전망이 어두워진 LG에너지솔루션에도 각각 곽노정 사장과 김동명 사장 기술통이 중용됐습니다. 
 
지배구조 문제가 어느정도 정리되자 발등에 떨어진 과제가 재무위기입니다. SK그룹은 SK온 상장이 지연되며 시설투자 자본을 끌어오지 못한 채 적자까지 길어져 다른 계열사들의 부진과 함께 채무 부담이 커졌습니다. LG그룹도 배터리 등 시설투자비가 증가하는 속에 주력 전자, 화학 실적이 둔화하고 디스플레이 적자 부담이 누적된 형편입니다. 이들 적자회사는 차세대 기술 전환, 중국 추격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돼 기술통이 과제를 짊어졌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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