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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대법, '장애평가' 미국식 아닌 국내기준 첫 적용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2023-12-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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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의료 과실 손해배상액을 미국식이 아닌 국내 여건에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라 산정한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지난달 16일 성형수술로 인한 의료사고로 후각을 잃은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B씨가 A씨에게 255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습니다.
 
앞서 A씨는 2017년 7월 B씨가 의사로 있는 성형외과에서 쌍커풀, 뒷트임, 코 융비술, 입술 축소술 등의 성형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A씨는 호흡곤란을 겪었습니다. A씨는 이비인후과 검사 결과 콧속에서 제거되지 않은 거즈가 나왔고 종창이 발견됐습니다. 
 
치료를 받았음에도 냄새를 맡지 못하는 무후각증 상태가 계속된 A씨는 B씨를 상대로 8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A씨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B씨에게 4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상급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으라는 권고를 했으나 A씨가 듣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60% 수준으로 손배액을 제한한 겁니다.
 
반면 2심은 B씨에게 255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손해배상액이 1심보다 줄어든 건 노동력 상실률 산정 기준으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국가배상법 시행령을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 15% 산정했으나, 2심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 기준에 따라 3%로 산정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대해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다”며 “국가배상 기관에서 배상액수를 정하기 위한 행정 편의적 기준인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 시대 저무나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맥브라이드 평가표가 아닌 국내 기준인 대한의학회 장애평가를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하급심의 경우 대한의학회 장애평가 기준을 적용한 판결이 일부 있었으나, 대법원은 처음입니다.
 
기존 판례에서 적용되던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36년 초판이 발행돼 1963년 6번째 개정판이 나온 이후 60년 넘게 변화가 없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변화된 사회환경이나 직업양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대한의학회는 2011년 장애평가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장점을 취합하고 단점을 보완해 장애율과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했습니다.
 
일부 근골격계 장애평가기준의 오류가 발견돼 2013년 대한의학회 주관으로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재활학회 등과 공동으로 작업한 개정판이 나왔고, 2016년 3차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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