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K금융 전진기지 베트남)①무한 잠재력 지닌 '포스트 차이나'

2023-12-05 06:00

조회수 : 7,24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베트남 호찌민=이종용 기자) 11월 마지막주를 시작하는 27일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베트남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국내 금융사를 출입하고 있는 취재팀은 5박6일 일정으로 이곳에 머물렀는데요. 신남방 금융정책의 전진기지인 이곳 상황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 교역국이기도 한데요. 국내 금융사 44개사가 이곳에 진출해 금융 서비스 노하우를 무기로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떤선녓 공항 출입문을 나오니 따뜻하고 눅눅한 공기가 몸을 덮쳤습니다. 우리나라는 영하권을 넘나드는 추위였는데요. 건기가 시작되는 12월 문턱에서 베트남은 적당히 습하고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베트남 국민 이동 수단인 오토바이 행렬을 마주하니 호찌민에 도착한 사실이 실감났습니다. 공항 안팎에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익숙한 간판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심업무지구' 1군에 외국계 즐비
 
공항에서 10㎞를 이동해 취재팀 숙소인 빈탄군의 랜드마크 81 호텔에 도착했는데요. 여기에선 상업지구인 1군과 부동산 개발이 한창인 2군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호찌민에 자리잡은 외국계 금융사들은 1군에 모여있는데요. 1군의 엠플라자(MPLAZA) 사이공타워에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국내 은행 5곳의 지점이 입점해 있습니다.
 
분주하게 업무를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타국 땅을 밟은 만큼 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호찌민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호텔 로비에 집합한 취재팀은 2개 조로 나뉘어 흩어졌습니다. 각각 베트남 중심업무지역인 1군에 위치한 현지 은행 관계자와 우리나라 금융사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첫번째 조는 베트남 은행인 비엣콤뱅크 남부지역 본부(본점)으로 향했습니다. 비엣콤뱅크는 베트남 내 자산규모와 실적 1위 은행으로 무역금융 기반 금융사입니다. 베트남 은행들 역시 고금리 충격과 부동산경기 불황으로 리스크 관리에 고민이 깊은데요. 부동산 파이낸싱(PF) 비중이 큰 부동산 개발 전문은행이나 중소형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과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파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조는 호찌민 1군의 엠플라자(MPLAZA)사이공타워로 갔습니다. 엠플라자에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국내 은행 5곳 지점들이 들어서 현지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베트남에 법인 형태로 진출했고, 최고 30년의 업력을 갖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도 디지털 전환 정책이 화두인 만큼 국내 은행들도 디지털 노하우를 강점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호찌민 1군에 위치한 엠플라자 사이공센터에는 KB국민·우리·DGB대구·BNK부산 등 국내 은행들이 입점해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은행도 공격적 출점 가속
 
둘째날과 셋째날은 호찌민 현지 한인상공인 협력단체인 코참(KOCHAM)을 찾았습니다. 코참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00여개를 회원사로 둔 비영리 민간단체로 경제교류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코참 산하의 금융협의회는 우리나라 금융사 간 침목도모를 비롯해 규제 완화 관련 건의사항을 당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는 금융감독원 사무소도 설치돼 있는데요. 금융시장 동향을 파악하면서 우리나라 금융사가 갖는 애로사항을 듣고 있습니다.
 
넷째날은 호찌민의 대중교통과 일반 식당, 병원을 이용하면서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경험했습니다. 베트남은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곳으로 기업 밀집도가 높은 도심을 제외하고는 신용카드나 전자 결제가 어려운데요. 중국의 알리페이 사례처럼 QR코드 기반의 전자 결제가 확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모모(MoMo), VN페이, 잘로페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비현금 결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전자 결제 시장의 틈새를 공략 중입니다. 
 
베트남 호찌민 1군에 외국계 및 현지 금융사들이 몰려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으로 눈돌리니 '블루오션'
 
신남방정책의 전진기지로 꼽히는 베트남을 취재하면서 느낀 키워드는 '블루오션'입니다. 동남아 주요 경제국으로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베트남이 꼽히는데요.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 국가의 금융사들이 공격적으로 진출해 자리를 잡은 포화시장이라면 베트남은 아직까지 선진국가들의 관심이 덜한 편입니다.
 
베트남은 동남아 다른 국가와 달리 사회주의 시스템입니다. 수십년간 여러 번의 금융개혁을 단행하면서 외국계 기업 유치를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차원에서 통제력이 강합니다. 싱가포르 등 외국계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다른 국가에서는 영어 구사 인구가 80%에 달한다면 베트남은 현지어 사용 비중이 높습니다. 도로 이정표부터 간판, 식당 메뉴까지 베트남으로 돼 있어 번역기 없이는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베트남 내 15세 이상 인구 중 은행 계좌를 보유한 사람의 비율은 70%인데요. 상대적으로 기본적인 금융업무 활용도가 낮은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개인의 신용관리가 어렵습니다. 베트남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베트남 전쟁 이후 여러 번의 화폐개혁과 물가 급등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내가 현금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관이 강하다고 합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새로 계좌를 열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잠재 고객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곳에 주재하는 한 한국 금융인은 "베트남이라는 국가가 성장잠재력이 있으면서 금융 사용도가 저조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블루오션이 맞다"면서도 "과거 금융사들이 베트남 진출 제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전략에 맞춰 현지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편에서 계속>
 
베트남 호찌민=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