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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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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험지 출마' 최후통첩…공관위원장 요구에 명분 퇴색

여 혁신위, '희생' 공식 요구…"공관위원장 추천해달라"

2023-11-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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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 '희생안'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했습니다. 특히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나부터 희생하겠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며 지도부에 오는 4일까지 답을 달라고 못 박았습니다. 스스로 공관위원장을 맡아 혁신안들을 직접 관철시키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반대로 공관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면서 스스로 '희생'과 함께 당 '쇄신'의 명분을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 위원장은 답변 시한을 4일까지로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김기현 대표는 약 2시간 만에 "적절하지 않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빈손 혁신위' 전락하자…인요한, 불쑥 '공관위원장' 요구
 
혁신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11차 전체회의를 열고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담은 권고안을 6호 혁신안으로 공식 의결했습니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 3일 '희생' 권고안을 내놓으며 당 주류의 거취 결단을 촉구했으나, 4주째 침묵이 이어지자 정식 안건 의결을 결정한 것인데요.
 
오신환 혁신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국민이 희생했지만 이제는 국민의힘이 희생으로 보답할 때"라며 "혁신 조치의 진정성 담보를 위해 당 지도부 및 중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부터 험지 출마 등 희생의 자세를 보일 것을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안건은 다음 달 4일 또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혁신위 발표에 앞서 인 위원장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나부터 먼저 희생하며 당 지도부에 제안한다. 이번 총선에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혁신위의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혁신위에서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관위를 통해 온전히 관철돼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한다"며 "당의 답변은 다음 주 월요일(4일)까지 기다리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습니다. 인 위원장의 이 같은 요구는 혁신위 의결 사항이 아닌 개인 결단인데요. 오 혁신위원은 "사전에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인 위원장이 양해를 구했다"면서 "구체적으로 공유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인 위원장은 "혁신의 특징은 제로섬이다. 100점 아니면 0점"이라며 "70점, 80점짜리 혁신 없이 받아들이거나, 안 받아들이거나"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당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조치를 국민께 보여드려야만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로 넘기겠다는 일방적인 답변으로 일관해선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지도부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인요한 요구 일축…당 내부선 "막장드라마"
 
공관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에 나설 후보를 정할 공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직 요구는 자신이 직접 공관위원장을 맡아 혁신안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요. 즉 본인이 직접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해 지도부와 중진, 윤핵관에 칼을 휘두르겠다는 의미입니다. 
 
그간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로 넘기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공관위원장직을 요구하면서 되레 스스로 '희생'과 함께 당 '쇄신'의 명분을 퇴색시키는 오점을 남겼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건강한 당정 관계 정립이라는 본연 역할을 망각한 채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며 "백의종군하겠다는 혁신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스스로 요구하다니, 막장드라마의 장르가 코미디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권력을 쫓아 만세나 부를 줄 아는 인 위원장은 사퇴하라"며 "혁신위원장이 공간위원장을 스스로 요구하다니, 도대체 배후에 누가 있길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직 요구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요.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그런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혁신위가 참 수고를 많이 했는데 당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드린다"고도 했습니다. 인 위원장은 답변 시한을 오는 4일까지 줬지만, 김 대표는 약 2시간 만에 거절한 것입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를 거절한 것이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전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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