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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불법 사금융 내몰리는 '위기의 소상공인'…"직접대출 정책 절실"

소상공인 10명 중 9명, '대출금 상환으로 어렵다' 답해

2023-12-01 06:00

조회수 : 3,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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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한 달에 원금과 이자 합쳐서 400만원 정도 내요.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은행에 내고 나면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어요. 결국 혼자 일하다보니 영업시간은 줄고, 매출도 떨어지고… 악순환이에요." 
 
경상남도에서 7년째 김밥전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늘어난 금융비용에 숨 막힐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김 모 씨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개업 당시 지원 받았던 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해서 문도 못 닫는 상황"이라며 "프랜차이즈 본사도 어렵다고 들어 걱정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갈수록 매출은 떨어지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비용도 날로 늘어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박 모 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21년 부산에서 디저트카페를 오픈한 박 모 씨는 최근 대출금리가 5%대로 오르면서 월 50만원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이 30% 넘게 떨어져 매달 손에 쥐는 건 100만원 남짓입니다. 박 모씨는 "대출을 받았으니 이자와 원금을 갚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것은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게 없어 희망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늘어난 금융비용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출은 급감했지만 각종 생활물가를 비롯해 대출금리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9월8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6%가 '현재 대출금 상환으로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59.7%는 작년과 비교해 대출 잔액이 늘었다고 응답했으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소상공인 우대금리를 통한 이자비용 절감'을 가장 필요한 금융지원으로 꼽았습니다. 
 
이같이 금융비용 부담은 날로 늘어가지만, 영업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월 평균 매출액이 '5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소상공인이 32.6%로 가장 많았고, '500만~1000만원 미만'이 19.4%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의 52%가 연 매출 1억 200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습니다. 월 평균 매출이 낮을수록 이자가 낮은 정부정책자금이나 1·2금융권 보다 고이율의 대부업체나 사채업체 등을 이용하는 이들의 비중도 높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소상공인들과 함께 위시볼(wish ball) 점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금융권 통계도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743조9000억원, 사용자는 117만 8000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연체액은 13조 2000억원이며 연체율은 1.78%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연체액은 2.5배에 달하며 연체율은 2.4배 늘었습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 1800만원으로 2020년 1분기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정부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관련 금융 지원안을 요청하는 것은 이같이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최근 금융위원회 등은 은행권을 상대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상 상생금융안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고금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범위와 지원 수준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2022년 5월 말 이전에 실행한 대출에 한해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6.5%(보험료 포함) 이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는 제도인데요. 올해 3월부터는 코로나19 피해 확인 기업이나 사업자뿐 아니라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기업에까지 대상이 확대됐으며 대환 한도 및 상환 구조 등이 확대되거나 개선돼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대환 사업의 10월 말 기준 누적 공급 실적은 1조2148억원(2만2968건)으로, 전체 목표 공급액의 12%밖에 되지 않습니다. 금리가 생각보다 낮지 않다는 점이 실적 저조 원인으로 꼽힙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대출의 규모를 확대한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 환영하고 또 공감한다"면서도 "상생금융이라는 정책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낮은 금리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들은 은행에 납부하는 공공기관 보증보험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서 "보증료에 대한 항목별 분석 등을 통해 소상공인 대상으로 이를 최소화하거나 면제하는 방안같은 보다 디테일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시적 대책이 아닌 '지속적인' 형태의 소상공인 대상 직접 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니다. 올해 상반기 시행된 소액생계비대출 제도가 모범적 사례로 거론됩니다. 차 본부장은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생활밀착비용 성격의 소액을 긴급하게 융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고금리의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액생계비대출이란, 서민과 취약 계층이 불법 대부업 같은 불법사금융 피해를 보지 않도록 출시된 상품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50만원에서 100만원을 대출해주는 제도입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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