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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소득 양극화 그늘 '여전'…저·고소득 '소득 격차' 5.55배

불황에 저소득 가구 지출↓…고소득 가구는↑

2023-11-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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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용훈·김유진·이민우 기자]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수입이 줄고 상위 20% 5분위 소득은 늘어난 가운데 지출 씀씀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합니다.
 
올해 3분기 저소득 가구는 지갑을 닫았고 고소득 가구의 지출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 간 소득 격차비율도 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87만1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소비지출은 280만8000원으로 3.9% 늘었습니다. 비소비지출은 106만 2000원으로 4.3% 증가했습니다.
 
씀씀이…소득 하위↓·상위↑
 
분위별로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3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감소했습니다.
 
항목별 증감률로 보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7%) 지출이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교육(-13.9%), 통신(-10.4%), 교통(-8.1%), 주류·담배(-7.2%) 등의 지출도 감소했습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고물가 부담 속에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대형마트.(사진=뉴시스)
 
저소득 가구가 가계 지출을 줄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고물가·고유가·고금리 등 3고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7월(2.3%) 2%대 초반으로 다소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3.4%) 들어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바 있습니다. 이후 9월(3.7%), 10월(3.8%)까지 3개월 연속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9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6.5% 증가했습니다. 5분위 가구의 경우는 오락·문화(28.7%), 교육(19.4%), 주거·수도·광열(15.0%) 등에서의 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항목별 소비지출 비중 면에서도 저·고소득 간 차이를 보였습니다.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23.0%), 주거·수도·광열(17.5%), 음식·숙박(12.8%) 순으로 소비지출 비중이 컸습니다. 5분위 가구는 음식·숙박(15.5%), 교육(13.7%), 교통(12.7%) 순이었습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의 경우 1분위 가구는 평균 90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6% 증가했지만, 월평균 33만원의 적자 살림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831만9000원으로 3.1% 증가하는 등 평균 339만7000원의 흑자를 내며 저소득 가구와의 극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5배로 나타났습니다. 표는 최근 5년간 분기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표=뉴스토마토)
 
직전 분기보다 상승한 소득격차
 
특히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 간 소득격차는 직전분기보다 더 벌어졌습니다.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5배로 직전 분기(5.34배)보다 0.21배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국민 소득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로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나타냅니다. 
 
이는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보다 5.55배 많다는 의미로 통상적으로 배율이 커진다는 건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화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만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1년 전 5.75배보다 0.20배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 여파로 지금과 같은 소득 불평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고물가·고유가·고금리 등 3고 현상을 겪고 있는 하위 이상 소득자들도 지출 씀씀이가 커질 수 밖에 없어 대부분의 소득가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87만1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진은 직장인 모습. (사진=뉴시스)
 
"상위 부자빼곤 다 어려운 구조"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 속에서는 모든 분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면서도 "고소득층인 5분위 소득은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1분위는 사업소득이 줄어든 데다 고용시장까지 얼어붙어 실업이 증가해 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1분위 가구의 경우 주로 고령층으로 많이 구성돼 있어 경기침체로 인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료 출신의 다른 경제학자는 "부자를 제외한 증산층부터 하위 소득자들은 모두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위는 수입이 줄어 지갑을 닫고, 중산층권은 3고 현상으로 인한 고정 지출 부분에 씀씀이가 커질 수 밖에 없어 최상위권인 부자를 제외하곤 모두 어려운 힘들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저소득 가구가 구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반면 고소득 정규직들의 벌이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완화 등을 통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돈을 벌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조용훈·김유진·이민우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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