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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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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국만 외면했다

미중·중일 정상회담 연이어 개최…한, 진영외교로 '국제무대 고립' 자초

2023-11-19 12:24

조회수 : 5,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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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첫 번째 정상회의 세션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 및 업무 오찬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부터 주목받았던 한중 정상회담이 끝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의 굳건한 공조를 재확인했지만 미일과 달리 한국만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불발, 대중 리스크 관리에 적신호가 켜질 전망입니다. 19일 외교가 안팎에선 "윤석열정부 초부터 한미일 중심의 진영외교에 매달린 결과, 한국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시진핑, 바이든·기시다와 연쇄 회담한국만 '외면'
 
윤 대통령은 2박4일 간 APEC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지난 18일(한국시간) 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회의 기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기여 방안, 공급망 구축, 다자무역체제 복원 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경고를 보내는 한편,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각국의 지지 확보에도 주력했습니다.
 
또 이번 회의 기간 안보·경제 분야에서 한미일 3국의 포괄적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3국의 정상은 16일(현지시간) 별도로 회동해 10분간 담소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같은 날 기시다 총리와는 올해 들어 7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17일엔 스탠퍼드대에서 스타트업 간담회와 공동 좌담회를 열어 양국의 수소 협력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년 만에 다시 만나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다만 대만 문제와 수출 통제 등 핵심 쟁점에서는 입장 차를 드러내 신냉전 구도에서 양국의 긴장이 지속될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두 정상의 회담은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 갈등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입니다.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도 1년 만에 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되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계속 추진해 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미중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중일 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인근에서의 해양 활동, 대만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이견은 여전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시진핑과 '고작 3분' 담소커지는 '대중 리스크'
 
반면 기대를 모았던 한중 정상회담은 무산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회의 기간 시 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3분가량 대화를 나누는 데 그쳤습니다. 두 정상의 회담은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 불발은 연이어 열린 미중·중일 정상회담과 비교해 한중 관계가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한미일 일변도' 외교로 북중러 3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킨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난 8월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사실상 3국의 군사동맹을 선언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했습니다.
 
이에 맞서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9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기 거래와 첨단기술 협력 등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관계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중 회담 불발은) 1년 넘게 진행돼 온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하강 국면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중국이 볼 때는 한국이 어떤 정부보다 더 친미적이고, 중국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래서 한중 관계가 내려가기 시작한 것인데 이런 현상은 다른 반전의 계기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한중일 정상회의(중국은 리창 총리 참석) 개최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 개최와 시 주석 방한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오는 26일 예정된 한중일 3국의 외교장관회의가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20일 다시 출국해 영국을 국빈 방문에 나섭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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