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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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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보관부터 피킹까지"…'초국경택배' 전진기지 CJ GDC 현장

CJ대한통운 인천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 센터(GDC)' 현장 방문

2023-11-12 10:00

조회수 : 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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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과거에는 선반, 바구니 등에서 제품을 꺼내는 작업을 모두 사람이 했기에, 높은 위치의 공간을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피킹 로봇이 스스로 주행해 물품 바구니를 작업자에게 가져다주니, 편리한 것은 물론 속도도 빠르고 공간도 훨씬 콤팩트하게 운영할 수 있죠."
 
'직구', '역직구', '제3국 배송'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로 '초국경택배(CBE·Cross-Border Ecommerce)'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달 9일 CBE의 전진기지로 평가받는 CJ대한통운의 인천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 센터(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현장을 찾았습니다.
 
물류 박스가 자동 컨베이어를 통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김충범 기자)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인천 GDC, 아시아 전진기지로 기능 기대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장하는 추세인데요. 영국 물류 시장 리서치 기업 'TI(Transport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CBE 물류 시장은 오는 2026년 178조원(유로 환율 1400원 적용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지난 2021년 97조원 대비 83.5% 증가한 규모입니다.
 
아울러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직구 건수는 9612만건으로 8.8% 증가했고, 금액은 47억2500만 달러로 1.4%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관세청은 올해 해외 직구가 사상 처음으로 건수 1억건, 금액은 5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의 GDC는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인천 영종 자유무역 단지 내에 위치하며, 약 2만220㎡(6117평) 규모로 조성돼 있는데요.
 
인천 GDC에서는 미국에서 받은 상품들이 보세 상태로 보관돼 있다가 일본,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4개 국가의 소비자가 주문하면, 수출 통관 및 물류 과정을 거쳐 항공으로 운송됩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물류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배송 시간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는데요. 미국에서 직접 발송되는 것보다, 인천 GDC의 경우 물류가 효율적으로 모였다가 같은 아태 지역에 발송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상품을 더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
 
인천 GDC 센터가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은 3만 박스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운영 개시 이래 아직까지 일일 3만 박스를 채운 사례는 없다는 것이 CJ대한통운 측 설명입니다. 그만큼 GDC의 캐파가 방대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이경진 CJ대한통운 CBE 운영팀장은 "인천 GDC가 전진기지 역할을 하면서 물류 효율성은 물론 고객사,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노하우를 토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중동 지역 인근 국가로 발송하는 '사우디 GDC'도 구축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첨단 로봇 피킹 시스템 도입
 
인천 GDC는 해상 및 항공으로 도착한 물품을 △재고 관리 △주문 접수 △상품 포장 △발송 과정의 '원스톱 솔루션(One-Stop)' 서비스를 통해 국외에 출고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데요.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재고 물류장이었습니다. 물품이 차곡차곡 쌓이는 이곳이 생각보다 따뜻하다며, 외투를 벗고 작업복을 입을 것을 당부하는 안내가 있었는데요. 이는 재고 물류장의 정온 설비 시설이 건강보조식품 등의 일정한 온·습도 유지를 위해 21~23℃로 고정됐기 때문입니다.
 
직후 현장에서는 'QPS(Quick Picking System)'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소비자 오더 데이터가 입혀진 박스를 작업자에게 전달하는 'OTP(Order-To-Person)' 방식의 빠른 피킹 시스템입니다. 말 그대로 친환경 먹물로 인쇄된 바코드가 박스에 찍히고, 이 박스가 사람을 찾아가는 방식인데요.
 
작업자 앞으로 온 박스에 제품을 담으면 자동 컨베이어를 통해 포장 단계로 넘기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일련의 과정들을 사람이 담당했지만, 현재는 기계 프로세스를 이용하다 보니 작업자들이 가급적 무거운 짐을 들지 않게 된 것도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QPS 시스템을 통해 작업대 및 작업대 뒤편에 대기하고 있는 물품들의 모습. (사진=김충범 기자)
 
다만 작업자는 박스에 상품이 제대로 담겼는지를 검수하고, 피킹 작업 장 뒤편에서는 역시 작업자들의 보충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물류 검수의 막바지 단계에서는 역시 사람의 손이 필요한 것이죠.
 
사실 QPS 시스템은 기자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자동화가 된 풀필먼트 센터라 하면 자동 컨베이어를 통한 업무 프로세스가 이어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 마련입니다. 바코드 인쇄부터 포장 단계까지 넘어가는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긴 했지만요.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다음 소개된 '오토스토어(Auto-Store)'였습니다. 오토스토어는 말 그대로 제품이 작업자에게 자동으로 전달되는 'GTP(Good-To-Person)' 방식을 토대로 한 자동 저장 및 피킹 시스템입니다. QPS의 OTP 방식에서 자동화가 전반적으로 적용된 한 단계 더 진화한 방식이죠.
 
안내를 통해 작업장의 가장 상부에 도착해서 본 오토스토어의 모습은 흡사 놀이동산에서 부딪히지 않는 자동 범퍼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큐브(Cube) 형태의 보관 공간은 16단으로 켜켜이 쌓여 있는데요. 최 상단 공간에서는 총 140대의 피킹 로봇이 빠르게 움직이며 바구니(Bin)를 이동시키고 이곳에 물품을 보관하거나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바구니는 출고 스테이션 작업자에게 전달되는데요. 로봇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작업자가 개입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작업자 앞의 화면에는 물건의 크기, 맞춰 최적 크기의 박스가 피팅되는데요. 작업자는 해당 박스에 소비자 주문 정보에 맞춰 제품을 넣기만 하면 됩니다. 작업자가 이 업무를 익히는 데는 약 3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피킹 로봇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자율주행을 해서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요. 로봇 간 상호 속도 조절을 해서 이 같은 사고는 없다고 합니다. 더욱이 로봇은 돌아다니며 주문량이 많은 물건들은 위쪽에 배치시켜놓는 등 스스로 재고를 재배치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후 제함된 박스에 제품이 모두 담기면 이 박스는 자동 컨베이어를 따라 검수 공간으로 이동됩니다. 중량을 검수하고 '정상' 처리가 될 경우 3D 스캐너가 박스 내 빈 공간을 측정해 완충재를 자동으로 채우는데요.
 
다음 박스 테이핑, 송장 부착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이 일련의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20분 정도입니다. 모든 과정을 거친 물품 박스는 대형 간선 차량에 실려 인천공항으로 옮겨집니다.
 
사실 오토스토어의 도입은 풀필먼트 센터의 근간을 바꾸는 시스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간 물류 센터는 사람이 직접 물품을 보관 공간으로 옮기고 적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높은 공간이나 손이 닿기 힘든 상부 등의 공간에는 물품을 쌓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오토스토어의 경우 자동화를 통한 피킹 속도의 비약적인 향상은 물론, 상부 공간의 활용도를 늘려 적재 공간의 제약을 해소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닙니다.
 
CJ대한통운은 이 같은 오토스토어 시스템을 필두로 글로벌 물류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 엔진으로 설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요.
 
이경진 운영팀장은 "물류 현장에서 오토스토어를 실제 운용하는 곳은 국내에서 인천 GDC가 유일하다"라며 "또 QPS, 오토스토어를 병행 운영함에 따라 당일 최대 출고량은 기존 2만 상자에서 3만 상자로 1.5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오토스토어처럼 운영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첨단 기술 확대를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압도적인 GDC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시간·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CBE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킹 로봇이 오토스토어의 최 상단 큐브 보관 공간에서 자율 주행을 하며 물품 보관 및 피킹에 나서는 모습. (사진=김충범 기자)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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