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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평택 지제·세교지구 조합장 ‘횡령 혐의’로 고소당해

고소인 측 “조합장이 조합원에 돌려줄 돈을 사업비로 사용”

2023-11-09 14:00

조회수 : 8,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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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경기 평택시 한 민간 도시개발사업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주기로 했던 청산용 체비지 매매대금을 조합 사업비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조합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게 아닌 조합비로 사용했기 때문에 횡령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고소인들은 경찰이 법리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현재 수원지검 평택지청에서 수사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택 지제·세교지구 조감도. (사진=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 제공)
 
고소인 “조합원에게 돌려줘야 할 돈 사업비로 사용”
 
9일 <뉴스토마토>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평택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 전 조합장 A씨 등 16명은 지난 9월 현 조합장 B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들은 B씨가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목적이 정해져 있던 청산용 체비지 매각 처분해 통장에 예치해 둔 금액을 임의로 인출해 사업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체비지란 도시개발사업을 환지방식(사업 후 필지정리를 통해 토지소유권을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때 사업 시행자가 경비 충당 등을 위해 매각처분할 수 있는 토지를 말합니다. 도시개발법 제34조는 매각처분한 체비지 금액은 모자란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합장 마음대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전에 행정관청으로부터 환지계획인가를 받고 계획된 바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체비지 매각대금 사용 목적을 변경하려면 조합 이사회 등을 거친 후 행정관청으로부터 다시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앞서 조합은 2018년 2월 평택시청으로부터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인가(평택시 고시 제2018-56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같은해 6월28일 환지계획인가를 받았습니다. 고시에는 2블록 1롯트 등 총 19필지가 체비지 면적에 포함됐고, 이후 이 매각 대금은 도시개발사업에 필요한 사업비를 충당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고소인 “청산용 체비지 매각대금은 사업비로 사용 못해”
 
문제는 체비지 목록으로 포함되지 않은 토지 2블록 2롯트의 매각 대금입니다. 해당 토지는 사업비 충당을 위해 매각하기로 한 일반 체비지가 아니라, 현금 청산을 요청한 조합원이나 과소 토지를 소유한 조합원에게 지급하기 위한 ‘청산용 체비지’라는 게 고소인들의 주장입니다. 
 
해당 토지 매각 대금이 조합원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줘야 할 돈이라는 기록은 조합 회의록에도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A씨가 조합장이었던 2019년 7월 조합 대의원회의(제61회) 속기록에는 ‘청산용 체비지 매매대금 390억원을 조합 명의로 평택축산업협동조합에 정기예금 12개월로 예치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보다 앞서 그해 1월에 진행된 대의원회의(제55회) 속기록에는 조합장이 되기 전 대의원이었던 B씨가 “390억원의 비용을 차후에 현금 청산을 요청한 조합원이 받는 금액이 맞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한 B씨가 2022년 1월 조합장으로 선출된 이후 진행된 2022년 10월30일 조합임시총회에서는 조합원들에 보고한 수입 내역에 사업비 충당을 위한 일반 체비지와 2블록 2롯트 토지 매각으로 수입 결과를 각각 구분하여 조합원들에게 보고했습니다.  
 
2022년 10월 진행된 조합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에 배포된 책자 중 수입 내역을 보면 사업비 충당 체비지(2475억여원)와 신평택에코밸리 매각액(390억원/2-2블록)이 구분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경찰, ‘혐의없음’ 불송치…고소인 이의신청서 제출
 
하지만 해당 고소를 접수한 경찰은 이 청산용 체비지(2블록 2롯트)를 사업비 충당을 위한 일반 체비지라고 보고 지난달 초 조합장 B씨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판단을 내렸습니다. 또한 사용 내역이 △민사소송을 위한 공탁금 △대행사·법무사 지급 비용 △조합 사무실 직원과 식사 △사무용품 구매 등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유용이 아니기에 문제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 등 고소인들은 경찰이 청산용 체비지를 일반 체비지로 본 것은 도시개발 시행절차를 오인하여 잘못 내린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여 재수사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입니다. 또한 B씨가 토지 2블록 2롯트 매각 대금은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이라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사업비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횡령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고소인 등은 경찰이 B씨가 사용한 내역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고소인들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의 연봉을 2배(8000만원 → 1억6000만원)로 높이는 데에도 사용했는데, 이는 조합 정관이나 실시계획에 명시된 목적에 맞게 사용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고소인들의 횡령 의혹 주장에 대한 조합장 B씨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습니다.  
 
평택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 (사진=뉴스토마토)
 
고소인 평택시에도 세 차례 진정…시 “감사 계획 예정돼 있어” 
 
또한 A씨 등 고소인은 경찰에 고소하기에 앞서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평택시에 B조합장의 횡령 의혹이 있으니 감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11월이 된 지금까지 감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문제 삼았습니다. 
 
도시개발법 제74조 1항에 따르면, 시장은 도시개발사업의 시행과 관련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시행자에게 필요한 보고를 하게 하거나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으며, 소속 공무원에게 도시개발사업에 관한 업무와 회계에 관한 사항을 검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는 사업비는 산정 계획에 맞게 지출하는 게 맞다”며 “다만 지금 시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건건이 보고받거나, 조합이 시에 보고할 의무도 없어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감사 계획이 예정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평택 지제·세교지구는 서울 수서∼평택 간 SRT(고속철도) 지제역 역세권 개발사업과 맞물린 약 84만4000㎡(25만평)규모의 환지방식 민간 도시개발사업입니다. 경기도가 2013년 9월 3일 실시계획인가를 내줬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2021년 사업이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조합 내부 갈등과 환지 문제 등으로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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