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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풍년인데 식량난?…엇갈린 평가 원인은

풍작에도 식량 절대량 부족…배급 체계도 완전치 못해

2023-11-09 06:00

조회수 :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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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호 태풍 '카눈' 피해지역인 강원도 안변군 오계농장과 월랑농장을 방문해 복구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방송했다. 이번 현지지도에는 김덕훈 내각총리와 조원용·김재룡 당 비서, 주철규 농업위원회 위원장, 김여정 당 부부장, 김광혁 공군사령관 등이 동행했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이 전국 추수 상황에 대해 '전례 없는 좋은 작황'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 4명은 지난달 '너무 배가 고파 살려고 왔다'며 귀순했습니다. 북한의 선전과 실제 주민이 밝히는 식량 문제에 괴리가 발생하는데, 결국 '배급'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대대적 풍작 선전…"산골농장도 증산"
 
올해 초 북한은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달성해야 할 12개 중요고지' 중 첫 번째로 '알곡'을 꼽으며 식량 증산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및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농업·경공업·수산업 관련 부문에 대해 "알곡과 천, 수산물 생산 계획을 철저히 수행함으로써 인민생활 향상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추수를 시작한 이후 풍작에 대한 선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8일 노동신문은 "산골농장에도 알곡 증산의 기쁨이 넘친다"며 위원군 고보농장의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지난달 6일에는 "황해남도의 드넓은 농장벌들에 예년에 보기 드문 흐뭇한 작황이 펼쳐진 가운데 뒤떨어졌던 농장, 작업반들이 최근 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도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식량 지원 제안을 했지만 북측에서 올해 괜찮은 수준의 수확량을 달성했다며 사양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FAO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쌀 생산량(정미 공급 기준)은 지난 2021~2022년 기준 136만톤으로 국내 소비량 143만톤 대비 순수자급률은 95.1%에 달합니다. 이는 쌀 순수자급률로 따졌을 때 중국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통계청의 '2022 북한 주요통계지표'를 보더라도 북한은 2019~2021년 202~223만톤 사이의 쌀 생산량을 보이며 안정적 수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뉴스토마토>도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 답사를 통해 북한의 뙈기밭(개인 텃밭이나 농장·기관·기업소의 부업지 중 소규모 밭)의 상황을 직접 확인한 바 있습니다. 뙈기밭은 북한의 식량난을 상징하는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뙈기밭이 여전히 많이 있지만,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사자가 나올 만큼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면 뙈기밭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분석입니다.
 
북, 17년 연속 식량 부족 국가 분류
 
하지만 북한의 주장과 별개로 주민의 식량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식량난은 최근 목선을 타고 동해상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의 발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동해상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 4명은 정부 합동 조사에서 "너무 배가 고파서 살려고 왔다"고 토로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북한에 상주하며 식량과 농업정책을 지원하던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일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꼽은 것인데,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17년째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 다수가 적은 수준의 식량 섭취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식품군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엔도 지난 7월 발표한 '2023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실태 보고서(SOFI)'에서 북한의 영양 부족 인구가 1180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04년~2006년 사이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는 830만 명으로 추산됐는데, 오히려 영향 부족 인구가 크게 상승했으며 북한 주민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지난 10월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평안남북도를 방문해 농업부문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생산량 늘더라도 '배급'의 구조적 한계
 
식량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선전 내용과 국제기구의 연구 내용을 종합했을 때 어느 한쪽이 잘못된 발표를 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풍년'과 무관한 '배급'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식량 생산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절대적 양 자체는 부족할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완전하게 모든 국민들에게 배급이 되는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북한 정부가 지난해 양곡 전매제를 통해 국가가 독점으로 쌀을 유통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쌀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겪는 구조의 문제가 있는데, 소외계층들에 대한 배급도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 위원은 쌀과 옥수수 감자 등의 곡물을 제외한 ‘대체 열량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필요한 곡물량을 550만톤 정도로 이야기하는데, 북한 내 생산량이 450만톤인 점을 고려하면 국제사회는 북한에 100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국가, 영양 결핍 상태에 있다고 평가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 위원은 "생선이나 육류 등에 대한 '대체 열량원'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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