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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만나다)김희지 코지모지 대표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

미끼상품서 주력상품된 키링, 7만개 판매…대기업 협업 제안 이어져

2023-11-07 06:00

조회수 : 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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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요즘 길거리를 오가는 청년들의 가방을 유심히 살펴보면 트렌드 하나가 읽힙니다. 꽤 많은 이들이 귀여운 인형을 달고 다닌다는 점인데요. 이 인형은 키링이라고 불립니다. 열쇠고리 아니고요, 가방 꾸미기 아이템이랍니다.
 
키링은 현재 아이돌, 셀럽, 일반인 가릴 것 없이 전방위에서 대유행하는 모습인데요. 다만 인기를 끄는 키링의 형태는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집니다. 요즘은 예쁘고 완벽한 것들보다는 대충 만든 듯 하찮은 모습을 해 실소를 자아내는 키링들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 하찮을수록 인기가 많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김희지 코지모지 대표가 18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코지모지 매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키링 열풍을 이끈 주역 중 한 곳이 바로 코지모지입니다. 키링이 대유행하기 전 미끼상품으로 만들어졌던 '코지모지 어글리 버드 키링'은 약 2년 동안 7만개 이상 팔려나갔습니다. 물량을 늘리기 전까지 늘 품귀현상을 일으켰고, 리셀플랫폼에서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18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서 김희지 코지모지 대표를 만나 미끼상품이 어떻게 인기상품으로 등극하게 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21년 10월, 월세 40만원의 7평형 남짓한 매장에서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브제를 판매하는 작은 소품숍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자본금은 500만~600만원 정도에 불과해 중고거래플랫폼을 통해 5000짜리 선반을 구매한 뒤 물건을 전시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나가는 세라믹 제품들을 주로 판매했다고 하는데, 가격부담 때문에 가게에 주로 방문하는 사회초년생들이 구경만 할 뿐 구매까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미끼상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휘황찬란한 인형을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자본금 부족이 걸림돌이었습니다. 단가를 줄이기 위해 원단을 빼고 각종 요소들을 빼고 나니 지금의 코지모지 어글리 버드 키링이 탄생하게 됐다는데요. 처음에는 생소하다는 반응이었으나 SNS 게시물과 태그만으로 한 단계씩 성장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3개, 5개씩 발주를 하다가 30개, 50개, 1000개로 발주 물량을 늘렸고, 현재는 한 달에 1만개씩 발주를 넣고 있습니다. 판매량도 매월 200%씩 늘어나는 것 같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MZ세대로부터 인기를 끈 덕분일까요. 코지모지는 삼성전자, 현대차, 올리브영 등과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했습니다. 모두 기업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는데요. 최근에도 김 대표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미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지모지 제품들은 29CM, 카카오톡 선물하기, 한섬EQL 등에도 입점해 있습니다. 조만간 아난티 온라인 몰에서도 판매될 예정입니다. 지난달부터 해외배송도 시작해 벌써 일본과 미국으로도 배송을 했습니다.
 
코지모지에 맑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타사의 카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는데요. 이 회사는 제품을 카피하는 방식을 점점 고도화해 코지모지와 거래하는 공장에 웃돈을 주고 물량을 빼내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이 업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힘에 부치는 일도 많이 겪었지만 한편으론 중요한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시간이 자나면서 특허의 중요성도 알게 되고, 내가 정말 보잘 것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며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됐다"며 "타사의 카피제품으로 인해 이를 악물고 제품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10월에는 모지모지 어글리 버드 키링에 대한 디자인과 도안을 특허로 출원했습니다. 신제품인 '코지모지 커스텀 캣 키링'의 경우 공개하기 전에 특허부터 먼저 등록했습니다. 현재 김 대표는 변호사와 함께 타사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해 자료를 취합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식약처 검사 등이 누락돼 곤란했던 적도 있습니다. 재정비를 마친 김 대표는 소상공인이 사업 초반에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가 많기에 적극적으로 나서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누구든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있다면 연락을 해달라"면서 "저는 여러 일을 겪으며 성장을 많이 했다. 아는 선에서 그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코지모지는 30평형대 매장으로 이사했습니다. 2주년 기념으로 사흘간 파티도 열었습니다. 이전 겸 2주년 기념 파티에는 제주도, 대구, 울산 등에서 소비자들이 찾아와 축하해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새 매장에서 김 대표는 세라믹 제품 판매에 무게를 둔다는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키링으로 1등이 되고 싶지는 않다. 키링이 코지모지의 전부가 아니면 좋겠다"며 "코지모지가 판매하고 있는 향, 컵, 키링 등의 나무들이 모여 숲에서 1등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코지모지는 펫 용품과 패션 쪽으로 카테고리도 확장할 전망입니다. 코지모지가 잘하는 감각적이고 귀여운 포인트의 사진으로 구매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또 다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김 대표는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고 재차 되뇌었습니다.
 
부산=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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