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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승민 "이준석 어떤 선택하든 존중…3가지 변화 없으면 12월 결단"

"윤 대통령, 여당 장악 강박증…국정 운영 철학은 없어"

2023-11-06 17:14

조회수 : 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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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와의 신당 창당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면서 "어떤 선택이든 존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더미디어랩'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당과 대통령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이 당과 같이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만 지난달 31일 비공개 회동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시한 세 가지 요건이 받아들여진다면 탈당 대신 '백의종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유 전 의원이 밝힌 세 가지 제안은 △사당화와 결별한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수직적 관계 청산 △김기현 체제 교체 등입니다.
 
그는 "오는 12월이 되면 당이 변화할지 안 할지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결론을 내지는 않았지만 만약 탈당을 하게 된다면 11월과 12월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람도 찾고 준비도 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윤 대통령 등보다 자신이 100배 더 당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당의 혁신과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 '더미디어랩'에서 가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원인과 책임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보궐선거 패배 원인오롯이 윤 대통령에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이 수도권 위기론을 넘어 '총선 참패론'에 휩싸였습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누구에게 가장 책임이 있습니까. 
 
윤 대통령입니다. 당을 장악하려는 권력욕은 대단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국정 전반에 걸친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민생·복지·교육과 인사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인사는 이명박정부 사람을 쓰고 정책은 오락가락했습니다. 이념 전쟁을 벌인 지 몇 달 만에 선거에 지고 나니 민생이라고 말을 바꾸는 것만 보더라도 정치를 왜 하는지, 대통령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부터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엿보이지 않았습니까. 
 
윤 대통령이 의회·정당 정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여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던 것 같습니다. 정치에 대한 나쁜 고정관념을 가지고 정당을 장악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여당을 자기 뜻대로 재단하는 과정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당에서 쫓아내고,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등 노골적으로 개입했습니다.
 
-사실상 '중··청'에 심판받았다는 게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불통과 무능을 국민들이 1년 7개월 동안 지켜보면서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표로 드러냈습니다. 이번 선거가 중요했던 것은 중도층·수도권·청년(중수청)인데, 국정 동력의 기반을 가지려면 여기서 기반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 문제나 뉴라이트 사관, 인사 등으로 당과 대통령이 점점 더 극우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의 변화가 엿보이고 있는데요.
 
물론 100퍼센트 대통령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에게 부화뇌동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완장을 차고 잘못된 지시에 대해서도 용비어천가를 부른 것도 잘못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을 보면 얼마나 민심의 실체를 정확하게 느끼고 반성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패배 후 반성과 책임, '국민이 늘 옳다'라는 워딩을 내보냈지만 이번 선거로 국정 스타일이 바뀔지는 미지수입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여의도 금강빌딩 '더미디어랩'에서 가진 <뉴스토마토> 인터뷰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유 전 의원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화 손 떼기 △국민의힘의 홀로서기 △김기현 체제 교체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윤 대통령 당에서 손떼고, 김기현 체제 버려야"
 
-국민의힘 변화 중심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있습니다.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1호 혁신안은 실패했습니다. 당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모두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5·18과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자인데, 동의할 수 없는 사면입니다. 홍 시장의 수해골프는 분명한 잘못이고 이후 보여준 오만한 행동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화가 났습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내년 1월이면 당원권 정지가 끝나는데 대단한 혁신안인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인 위원장과 회동했는데요. 어떤 조언을 했습니까. 
 
세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첫 번째는 윤 대통령이 당에서 손을 떼고 행정부 수반으로 국가 이슈인 민생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수 있으니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당이 왜 윤비어천가만을 하고 방통위원장·국방부 장관·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해 아무 목소리를 내지 못하냐는 것입니다. 당이 홀로서기를 결심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겁니다. 극우화된 정당에서 벗어나 중도층과 건전한 보수층의 민심에 통할 수 있는 지도부가 필요합니다. 비상대책위원회 든 전당대회든 뭐든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기현 대표와 윤핵관 등을 정조준한 '혁신안'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백화점식 메뉴로 매번 거론된 것이고 한 번도 지키지 않은 것들입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정권 실세, 중진들의 불출마 내지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동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위는 12월까지고, 총선 공천은 내년 3월 중순까지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윤핵관들이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지금 당장 약속해야 합니다. 동일 지역 3선 연임 금지는 각각 대입해 보면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도지사·선거에 나갔던 사례, 지역구를 바꿨던 것, 총선에서 한차례 쉰 것을 대입하면 다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습니다. 이 사례들이 바로 김기현·주호영·장제원 의원 등입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 '더미디어랩'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당에 변화의 희망이 없다 싶으면 떠날 수밖에 없다"며 "12월 중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신당 창당 여부, 12월 중 최종 결정"
 
-세 가지의 당 혁신안을 제안받은 인 위원장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인 위원장이 확답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당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당과 대통령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이 당과 같이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혁신위를 통해 변한다면 백의종군해서 당을 돕고, 변화와 희망이 없다면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결론 낸 것은 없지만 12월 중에 결정을 내리려고 합니다.
 
-신당 창당을 포함한 거취의 데드라인은 오는 12월입니까.
 
12월이 되면 당이 변화를 할지 안 할지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총선기획단과 공천관리위원회는 물론, 공관위원장도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데 김기현 체제를 상정해 놓고 인재영입위원장에 '도로 이철규'가 되지 않았습니까. 국민들도 뻔히 아는 상황입니다. 한 달 반 정도 남은 기간 혁신위 활동도 종료될 텐데, 저도 판단을 내릴 겁니다.
 
-신당 창당부터 무소속 출마, 수도권 도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요. 
 
다 열려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구에 다시 출마할 일은 없습니다. 출마한다면 수도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당이라는 것은 바른정당 때 이미 해봤습니다. 작은 정당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본 사람입니다. 신당을 하려면 의지가 얼마나 굳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신당 창당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봐야 합니까.
 
그 길로 가야 한다고 하면 뜻을 같이할 만한 분들을 잘 찾아서 어렵더라도 가야겠죠. 구체적으로 결론을 내지는 않았지만 만약 탈당을 하게 된다면 같이 할 동지들이 중요합니다. 국민들께 어떤 사람들이 새롭게 나와서 어떤 정치를 하려는지 보여드려야 합니다. 11월과 12월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람도 찾고 준비도 하려고 합니다.
 
"이준석, 친유계 아니다자유로운 선택 존중"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어떤 결심을 할지 두고 봐야겠죠. 이준석이든 누구든 같은 뜻을 하는 동지 관계가 중요한 것이지 유승민 계보 같은 것은 없습니다. 생각이 달라져서 윤 대통령에게 전향한 신원식 장관 같은 분도 있지만, 제 주변에 정치를 같이 하는 분들에게는 항상 의사를 물어보고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합니다. 이 전 대표도 마찬가지이고, 뜻이 같다면 같이 갈 수도 있고 따로 갈 수도 있습니다.
 
-총선발 신당 창당은 선거구제 개편과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초에 윤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식언이 됐고 허언이 됐습니다. 선거제도가 개편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비례대표를 목표로 하는 정당도 명분은 없습니다. 어렵다고 희망도 없는 정당에 가만히 있을 것이냐는 선택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죽더라도 부딪쳐서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보수 신당 창당에 대해 '바른정당과 무슨 차별점이 있겠느냐'고 비판합니다. 
 
바른정당은 개혁보수라는 선명한 명분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처음 33명의 국회의원으로 시작할 때 현재의 윤핵관 의원들이 개혁보수가 아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모셔와 정당의 세력을 부풀리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저와 뜻을 같이하는 개혁 보수와 이질적으로 섞여 만들어진 겁니다. 결국 국회의원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철학을 공유하고 신념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단 2명이라도 뜻을 같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만약 당이나 대통령에게 변화가 없이 이대로 간다면 헤어질 결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양향자·금태섭 등 신당 그룹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이질적 존재입니까. 
 
어떤 정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대화의 필요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빅텐트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빅텐트라는 것도 기둥이 있어야 합니다. 그 기둥이 얼마 안 가서 무너질 것이 뻔하다면 텐트를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민들께서 3당에 대한 신뢰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저 정당이 오래갈 것이냐는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이합집산에 대한 경험이 국민들에게 많은 거죠. 기회주의적 정당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위기의 윤 대통령이 맞게 될 내년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집권 초반, 1년 반 이상의 시간 동안 이렇게 낮은 지지율의 정권은 없었습니다. 노무현정부 때 낮은 지지도가 있었지만, 그는 국정 전반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인사 정책과 불통과 무능에 대한 심판입니다. 보수 언론도 최근 논조를 보면 계속 당과 정부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레임덕이 빨리 온 것입니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식물 정권이 될지, 다시 한번 국정 동력을 살리게 될지 결정될 것입니다.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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