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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순직 인정 어려운 교사들…"교육당국이 입증 도와야"

최근 이영승 교사 순직 인정 받았지만 극단 선택의 경우 쉽지 않아

2023-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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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사들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순직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업무와의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순직 인정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교육계에서는 유가족들이 교사의 극단 선택과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교육당국의 더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합니다.
 
지난해 순직 인정 교원 13%…다른 직종 공무원 비해 낮아
 
5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도 의정부 호원초에서 근무하다 지난 2021년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영승 교사가 지난달 20일 약 2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습니다. 당초 학교 측은 이 교사의 죽음을 단순 추락사로 보고했으나 유족들은 이 교사가 학부모들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자 뒤늦게 재조사를 진행해 이 교사가 부임 첫해인 2016년에 담임을 맡은 학급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손등을 다친 일로 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을 겪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교사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순직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교원 사망 자료 정보공개청구를 실시한 결과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경기·강원·경북·인천교육청을 제외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순직을 인정받은 경우는 단 1명뿐이었습니다.
 
다른 직종 공무원과 비교해 봐도 교원의 순직 인정 비율이 낮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이 정보공개청구로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순직으로 인정받은 비율이 일반직 공무원은 27%, 소방공무원은 86%, 경찰공무원은 75%였지만 교원은 13%에 불과했습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판단되면 교육당국이 순직 신청 과정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학교 측이 고인에 대한 순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유족이 직접 순직 유족 급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유족들이 교사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이때 학교나 동료 교사들이 도움을 주지 않으면 인과 관계를 입증할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순직 신청과 같은 부분은 생각하지 못할 수 있는데 뒤늦게 이를 준비하고자 하면 인과 관계 확인을 위한 증거 확보가 힘들다"며 "교육청이 직접 학교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거나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유가족을 도와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유가족이 절차를 모두 이해하고 공무 관련성 입증 서류 등을 준비해 순직 신청을 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면서 "교육당국이 교사 사망 사건 발생 시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이를 지원하는 전담 부서와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영승 교사가 지난달 20일 순직 인정을 받았다. 사진은 앞서 지난 9월 4일 경기교사노동조합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호원초 故 김은지·이영승 선생님의 명예 회복을 위한 순직 인정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 교육 전문가 참여 주장도…신중론도 존재
 
최근 교사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이 많아지고 있으므로 순직 여부를 결정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 교육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사망한 교사가 순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교나 유가족이 신청서와 증빙 자료를 교육지원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교육지원청이 해당 내용을 검토해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하면 사실관계 확인이나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마지막으로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자료를 넘겨받아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김 본부장은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위원이 11~15명 정도로 구성돼 있는데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소속 4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변호사, 재해·연금 전문가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전체 국가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교원인 만큼 교직사회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의 참여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순직으로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 선택이 명백한데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광범위한 순직 인정을 하게 되면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면서 "순직 처리를 위한 기준과 절차가 더 상세히 마련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 교사에 이어 9월 군산 지역 한 교량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교 교사도 순직을 신청한 상황입니다.
 
교사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순직 인정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사진은 서이초 교사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문유진 변호사가 지난 8월 31일 서울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접수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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