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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흰머리 휘날리며'…경계현 사장 '힙하다 힙해'

주총 때 스키니진에 가죽재킷 파격 패션…재계 '소통왕'으로 유명

2023-11-06 06:00

조회수 :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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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점심은 쉑쉑버거 먹읍시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미국 3대 버거 브랜드인 쉑쉑(쉐이크쉑, SHAKE SHACK)버거 오찬을 제안한 건 다름 아닌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었는데요.
 
재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쉑쉑버거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땐데 경 사장의 트렌드를 읽어내려는 소통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줄곧 반도체 관련 경력을 쌓았는데요. 
 
1994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 2013년 플래시개발팀장, 2015년 플래시개발실장, 2018년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두루 거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1994년부터 4년 동안 D램을 연구했는데, D램에 빠져서 꿈속에서도 일했다고도 종종 회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 사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흰머리' 입니다. 눈에 띄기 위해 하얀 머리로 염색했다는 일부 얘기도 있지만, 사실은 나이가 들면서 염색을 하면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본연의 하얀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패션 역시 눈길을 끄는데요. 젊은 세대 취향과 비슷한 캐주얼 복장을 선호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경 사장이 예전에 '기존 주주총회와 달라야 한다'면서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 사장이 스키니진에 컨버스하이탑 슈즈를 신고, 명품백을 들고 왔더라"면서 "패션 코디는 사모님이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현재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끄는 투톱이지만 경 사장에게도 남모르게 눈물 흘려가며 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부장을 맡았던 경 사장은 잦은 야근에 어느 날 왈칵 눈물을 쏟았다고 합니다. 경 사장은 지난 5월 KAIST 학생들을 만나 "울면서 일해본 적 있느냐. 나는 있다"고 회고했는데요. 너무 많은 일이 해결되지 않던 경 사장은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일이 줄었다고 합니다. 경 사장은 "나는 포스트잇에 해야 할 일을 쭉 적어 놓고 늘어놓는다"며 "우선순위를 매겨서 앞에 것부터 떼어내면서 일했다"고 자신의 업무 방식을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굉장한 강도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1만 시간을 일하면 누구든지 어떤 분야든 도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쭉쭉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소통에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평가도 받습니다. 사내에서 '소통왕'으로도 불리는데요. 직원들과의 소통은 물론 소셜네트워크(SNS) 활용에도 적극적입니다. 미국 출장 당일 SNS에 무지개 사진을 올린다든지 '삼성 고속도로'라고 적힌 도로 표지판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경 사장은 상호 존중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활발한 소통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직원들에게는 사장 직함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 ‘KH’로 불러줄 것을 제안하는 등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경 사장은 계속 질문을 던지는 스타일인데 '~~해'라고 지시하는 타입이 아니다"며 "임직원 모두에게 존대한다"고 전했습니다.
 
경 사장은 최근 임직원 소통 행사인 '위톡'에서 "누구든지 자기가 말할 수 있고 생각하는 것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며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는 포용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경 사장은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동행'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행보로 보고 있는데요.
 
다만 경 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정보통신) 수요 위축으로 지난해부터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는 난관을 헤쳐가야 하는데요. 여기에 미중 갈등으로 인한 수출 규제 강화도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올 3분기 3조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3개 분기 연속 반도체 적자로, 상반기 적자(8조9400억원)를 포함하면 올해 낸 반도체 적자만 12조6900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등으로 적자폭을 전분기보다 6000억가량 줄였는데요.
 
경 사장은 이에 대해 "중요한 것은 꾸준한 마음"이라며 '중꾸마'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혁신의 시대에 반도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사업으로서의 삼성도 중요한 시대를 맞았다"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 함께 힘을 실으면 미래에 보상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온다"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경 사장은 지난달 26일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세계 최초 V낸드 기술을 개발하는 등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과 국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경 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잘 투자해서 앞으로 1년, 늦어도 3년 이내에 세계 반도체 1등이라는 자리를 되찾도록 하겠다"며 "오늘 받은 훈장을 그 증표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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