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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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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대 기획사…달라진 '권력의 추'

2023-10-31 16:37

조회수 : 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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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권력의 추가 방송사에서 기획사로 넘어갔습니다.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힘이 거대했습니다. 신곡을 발매하더라도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외에는 홍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기획사는 방송사의 눈치를 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은 0%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획사는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신곡을 소개할 방법이 생겼습니다. 그렇기에 기획사는 과거처럼 방송사의 횡포를 더 이상 감내하지 않습니다. 반면, 방송사는 0%대 시청률 대신 화제성이라도 잡기 위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K팝 아티스트의 출연이 절실해졌습니다.
 
방송사-기획사의 힘 겨루기
방송사와 기획사의 힘 겨루기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와 MBC,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과 KBS의 관계입니다. 하이브와 MBC의 불화는 4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2019년 방탄소년단이 미국 최대 연말 음악쇼 출연으로 인해 같은 날 열린 MBC '가요대제전'에 불참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9 '가요대제전'에 하이브 소속 여자친구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라인업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이후 MBC '2020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에 하이브 소속, 혹은 하이브 레이블 소속 가수들이 모두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하이브와 MBC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하이브 소속 가수를 비롯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인 뉴진스를 비롯해 방탄소년단, 르세라핌, 지코, 프로미스나인, 세븐틴 등이 MBC 음악 방송 '! 음악중심'에 출연하지 않으면서 이들의 힘 겨루기가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임영웅 역시 지난 109일 신곡 '두 오더 다이'를 발표했지만 4개 주요 음악 프로그램 중 KBS 2TV '뮤직뱅크'에만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임영웅과 KBS의 악연은 지난해 5월 출연한 '뮤직뱅크'에서 방송 점수와 시청자 선호도 점수에서 임영웅이 모두 0점을 받아 1위를 하지 못하자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작됐습니다. 한 시민의 고발로 '뮤직뱅크' 제작진 등이 점수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사안은 경찰이 무혐의로 지난 2월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하지만 10월 신곡을 발표한 임영웅이 목요일 Mnet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금요일 '뮤직뱅크', 토요일 '음악중심', 일요일 SBS '인기가요'로 이어지는 4개 주요 음악 프로그램 중 '뮤직뱅크'에만 불참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요계 관계자들은 물고기뮤직과 KBS 예능국 사이에 앙금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이브·MBC 4년만에 화해
이런 상황 속에서 4년간 콘텐츠 교류가 중단된 MBC와 하이브가 다시 만났습니다. MBC 안형준 사장은 지난 30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상암 MBC에서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만났습니다. 이번 만남은 하이브가 아닌 MBC의 대화 제안으로 성사됐습니다. 안 사장은 과거 잘못되고 낡은 제작 관행들 때문에 상처 받았을 아티스트들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선진적 제작 관행 정착을 위한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또한 과거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와 관련해 발생했던 일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 의장은 이 자리에서 K팝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아티스트 권익에 대한 존중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아티스트들이 프로그램 종료 이후 제작진에게 인사하기 위해 한참 대기하는 관행 등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꼽았습니다. 하이브와 MBC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과거의 불공정한 방송 제작 관행을 타파하고 아티스트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제작 환경을 정착시키는 데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양사는 건전한 방송제작 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이날 만남은 대중문화 시장의 권력이 방송사 등 플랫폼에서 스타를 보유한 기획사 쪽으로 넘어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K팝 아티스트들이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고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되면서 권력의 추는 기획사 쪽으로 기울어진 지 오래입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MBC 안형준 사장.(사진=하이브)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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