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진아

toyouja@etomato.com

지금 이 순간, 정확하고 깊이있는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여당 '또' 발칵

인요한 "영남의 스타들, 서울 험지 와야" 발언에 술렁

2023-10-30 17:17

조회수 : 2,25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연일 '험지 출마론'에 불을 지피면서 여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수도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당 쇄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을 가지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험지 출마론을 둘러싼 당내 파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요한이 불지핀 '험지 출마론'…압박 커진 김기현·주호영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세대교체'와 '수도권 위기론 돌파'를 명분으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희생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영남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은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띄웠는데요.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기현(울산 남구을·4선) 대표나 주호영(대구 수성갑·5선) 의원 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영남권 의원 물갈이'를 예고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인 위원장은 "누구를 특정해서 얘기한 적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둘러싼 당내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내 111석의 국민의힘은 영남 65석 중 56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중도층, 수도권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는데요. 당내 3선 이상 중진 31명 중 16명이 영남권에 포진한 탓에 세대교체가 지리멸렬하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정치 신인이 비교적 수월하게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3선 이상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살펴보면 대구에는 5선 주호영 의원 외에 3선 윤재옥(달서을) 원내대표와 김상훈(서) 의원이, 부산에는 5선 서병수(부산진갑)·조경태(사하을) 의원, 3선 김도읍(북강서을)·이헌승(부산진을)·장제원(사상)·하태경(해운대갑) 의원이 있습니다. 경남에는 5선 김영선(창원 의창) 의원, 3선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박대출(진주갑)·윤영석(양산갑)·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해당됩니다. 울산에는 4선 김기현(남을) 대표와 3선 이채익(남갑) 의원이 있습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험지 출마론' 메가톤급 변수…김기현호 시험대 
 
당내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인 위원장이 김 대표의 희생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기현 체제'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인데요.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권 중진들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혁신위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해 온 바가 없다"면서도 "제안을 정식으로 해오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당내 인사들이 말하기 꺼리는 주제를 인 위원장이 공론화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당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용남 경기 수원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하태경 의원실 주최로 열린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위원장한테 듣는다' 토론회에서 "수도권을 험지로 인식하고 있는 지금의 국민의힘 영남당의 한계는 반드시 깨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희생돼야 할 사람은 솔선수범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이달 초 부산 해운대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의원의 서울 험지 출마 선언을 계기로 여당 내에서는 중진 차출론이 불거졌지만, 아직까지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 험지 출마 기류는 없는 상태인데요.
 
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은 "영남권 중진들이 수도권에 온다고 유권자들이 표를 주는 줄 아느냐"며 "김기현 대표도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인 위원장이 먼저 중요한 무기를 해체해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산 5선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전 기자들과 만나 "부산 북강서갑·사하갑·남구을과 (경남) 김해갑·양산은 민주당이 점하고 있다. 수도권만 험지라는 인식은 맞지 않는다"며 "험지냐 아니냐의 기준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구 예산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콜로라도 주 의원을 워싱턴 D.C.에 갖다 놓으면 선거가 되겠냐"라고 지적했고, 이준석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남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시나리오는 선거에 있어서 말 그대로 양념 같은 수준의 이야기"라며 "홍범도 논란과 박정훈 대령 처우, 경제상황 등에 빡친(화난) 유권자가 주호영·김기현 두 의원의 수도권 출마로 마음이 풀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박진아

지금 이 순간, 정확하고 깊이있는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