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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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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위기의식도, 쇄신의지도 없다"

김기현 "혁신위에 전권 부여"…인요한 "아내·아이 빼고 다 바꿔야"

2023-10-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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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최수빈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이 23일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으로 호남 출신의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호남 출신', '특별 귀화 1호'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만큼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선 기대 섞인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부족한 점과 함께 인 위원장의 역할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논란만 야기한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건강보험 사회주의" 발언 논란…백선엽 치켜세우기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당의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갈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를 모시고자 한다"며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위원회 구성·범위·기한·안건 등에 있어서 전권을 갖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요한 혁신위'는 위원 선임 절차를 거쳐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혁신위 명칭부터 위원 선임, 혁신 주제 등과 관련해 전권을 쥐게 되는데요. 김 대표는 "인선 과정에서 권한이나 역할에 대해 어떤 제한을 가하는 조건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접촉한 분 모두에게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인 혁신위원장은 19세기 미국에서 온 선교사 유진 벨의 증손자입니다. 4대째 한국에서 선교·의료·교육 활동을 펼친 가문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와의 인연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은 사회주의적',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발언해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인 위원장은 지난 8월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한 공부모임 강연에서 "저는 백선엽을 아주 존경한다"며 백선엽 장군에 대한 존경도 표했습니다. 당시 그는 "백선엽이 일본서 훈련받았다고 나쁘게 표현하는 이들 있는데 그럼 조지 워싱턴도 잘못됐고 미국도 잘못된 건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임명 직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 등과 면담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 사람 생각은 달라도 미워하지 말자, 이런 통합"이라며 "아직 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모르지만,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서 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와이프(아내)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만난 뒤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선 직후 '김한길 소환'…당 내부선 "독립성 없는 혁신위"
 
당초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 인선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혁신위 출범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간 김 대표는 원외 인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혁신위원장을 물색했지만, 당사자들이 고사했거나 '전권을 주지 않으면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하태경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추천했지만, 김 대표가 이들에게 별도의 제안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결국 외부 인사에게 위원장직이 맡겨졌습니다.
 
당 안팎에선 '인요한 혁신위'를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각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기대감은 안 위원장이 국민통합과 지역발전에 대해 이해도가 깊은 점과 '특별 귀화 1호'인 만큼 상징성도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영남권 3선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인 교수는 우리나라가 위기 상황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고, 집권당이 국민 마음에 다가가고 시대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체질이나 시스템 변화를 국민적 관점에서 모색할 수 있는 분"이라며 "잘 된 인사"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인 위원장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보장이 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하면 큰 실패를 경험했던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처럼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과연 정당 내부를 혁신하는 데 있어서 그 정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졌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 같다.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얼마 전 인 교수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이런저런 대담도 한 점을 봤을 때 어떤 방향성, 어떤 의도를 가지고 된 카드가 아닌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비주류의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부 인사를 뽑자는 것은 외부에 방점을 찍자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뜻이었는데, 독립성 부분에서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며 "단기간 내에 과감하게 혁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켜봐야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쇄신 기능을 강화하려면 당대표가 임명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 아니라 총의를 거쳐서 당과 별도의 기구를 만들던지 해야 하는데, 독립성이 수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인 교수가 훌륭하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당을 혁신하거나 정치를 잘하는 것과는 연관성이 없다"며 "등을 돌린 민심을 국민의힘에 다시 돌리는 것이 혁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심지어 김한길, 장제원 신당 이야기가 나와도 당의 체질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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