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이 계산기를 급하게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또다른 국제적 대사건이 될 전망입니다. 오늘 토마토Pick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엮여있는 각국의 상황과 고민 등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미국의 고민
아랍 구상 완전히 꼬여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하면서 가장 고민에 빠진 나라는 미국일겁니다. 최근에는 가자지구 병원 참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부분 구상이 어그러졌습니다.☞관련기사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제동 : 앞서 미국은 중간자로서 이스라엘-사우디 아라비아 수교 협정을 이끌어내고 있었는데요. 협상이 진전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전쟁이 터지면서 협상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최근 중국이 사우디와 밀착하면서 중동 영향력을 키워왔었는데요. 미국은 수교 중재를 통해 영향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꼬여버린 아랍 구상 : 여기에 가자지구 병원 참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동 지도자들을 만나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이스라엘 지지를 요청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완전히 꼬이고 말았습니다. 병원 참사 사건 이후 아랍권 국가들이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이 취소됐는데요. 아랍권 국가들은 미국이 전쟁범죄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나름의 '균형외교' 모양새를 취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지 선언과 동시에 아랍권 국가들을 달래야 하는 미묘한 상황이 됐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방어 불가 : 미국은 확전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에 이어 우방국 이스라엘까지 지원하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도와줄 여력이 없어졌습니다. CNN은 “안타깝게도 미국이 3개 전선 모두에서 군사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으로선 지금이 대만 침공의 최적기라는 분석입니다.
이스라엘, 복잡해진 지상전 셈법
앞서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사법 정비' 입법을 강행하면서 격렬한 시위와 야권의 반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공습으로 정치적 기회가 왔는데요. 주요 야권이 전시 비상정부 참여를 고려하면서 초당적 지지를 등에 업은 네타냐후가 이번 공습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지상전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지상전은 계속 지연됐는데요. 이스라엘은 인질에 대한 복잡한 계산,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라는 서방의 압박, 헤즈볼라 개입으로 인한 전선 확대 등 여러 이유로 지상전 개시 결정을 미뤄왔습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가자지구의 병원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대규모 민간인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상 작전 개시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관련기사
“하마스, 팔레스타인 대표 아냐”
팔레스타인 내부는 하마스와 자치정부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로 나뉘는데요.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PLO는 서안지구를 실효지배합니다. 이들은 추구하는 노선과 방법 모두가 달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PLO는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해온 반면,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는 무장 투쟁을 정파 노선의 방법론으로 채택했습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개전 이후 하마스에 대해 선을 긋고 있습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도덕과 종교, 국제법을 위배된다"며 양국을 비판했습니다.☞관련기사
배후에서 즐기는 이란
직접 참전은 피할 듯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했을 때 '배후설'로 떠오른 국가는 이란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을 극도로 혐오하는 이란은 이전부터 하마스를 꾸준히 지원해왔습니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기습작전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는데요. 다만 이란이 직접 참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과 직접 교전을 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처럼 서방의 더욱 강력한 제재를 받아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이란은 '불을 지피되 화염으로부터 비켜 서 있는' 방식으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무장조직을 지원해 이스라엘을 흔들 것으로 보입니다.
반미전선 다지는 중-러
전쟁 이용해 영향력 확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팔레스타인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전하고, 러시아는 항상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 설립을 지지해왔다고 밝혔는데요. 중국 역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두 국가 방안'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급격히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 지지' 입장을 견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점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더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관련기사
이집트, 라파 문 열었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가자지구가 외부세계와 통하는 유일한 합법 통로인 라파 검문소 개방 요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라파 검문소를 관리하고 있는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인한 정치적·경제적 부담, 안보 우려 등으로 인해 개방에 난색을 표했는데요. 이미 이집트는 수단,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지에서 온 난민 900만여명을 수용한 상태입니다. 또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는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여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들어올 경우 극단주의 세력 간의 유대가 강화돼 안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 병원 참사 등으로 인한 아랍권 민심 등을 반영해 이집트는 미국-이스라엘과 협의, 트럭 20여대 분의 식량-물-의약품 등을 제한적이나마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집트는 피란민의 탈출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할 경우 인도적 지원은 종료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관련기사
에르도안, 우크라전 이어
또 중재자 역할할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또다시 중재자 역할에 나섰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9일 "양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분쟁 종식 중재를 돕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지난 17일 이미 튀르키예는 주변 여러 국가가 참여해 평화를 보증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및 하마스와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 전쟁 국면에서도 흑해 곡물협정이 이어지도록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 중재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바 있는데요. 이번에도 중재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관련기사
합참 "북, 하마스식 침략 가능"
북, 하마스에 무기 공급 정황
이번 전쟁에서 뜬금없이 북한이 화두에 올랐는데요.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습 당시 땅굴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을 두고, 이 기술이 북한으로부터 이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합동참모본부는 "하마스의 공격 방법을 북한이 대남 기습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요. 그 근거로 △휴일 새벽 기습공격 △ 대규모 로켓 발사로 '아이언돔' 무력화 △ 드론으로 각종 감시, 통신, 사격통제 체계 파괴 후 침투 등 양상이 우리가 예상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 방식'과 유사하다는 겁니다. 또 무기 공급 정황과 관련해서 합참 관계자는 "하마스 대전차 무기 F-7은 북한이 RPG-7을 수출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라며 "최근에는 북한제 122㎜ 방사포탄이 이스라엘 인근 국경 지역에서 발견되는 등 북한이 무기를 중동 및 무장단체에 수출해오고 있다는 정황이 계속 식별된다"고 밝혔습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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