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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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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이행법 위반, 법정행…논란 여전

재판까지 가는 과정도 쉽지 않아

2023-10-16 06:00

조회수 : 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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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양육비이행법이 수차례 개정을 거듭했지만, 법의 빈틈을 노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여전합니다. 최근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해 첫 형사 재판이 열렸으나, 실제 판결로 가기까지 수년의 세월이 소요됩니다.
 
양육비를 지급해야 할 '아빠나 엄마'의 재정 상태에 따른 고의성 여부를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도 논란입니다. 아직도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판까지 가는데만 최소 3~4년 소요
 
'양육비 이행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미지급자의 신상공개와 최대 1년의 징역까지 가능한 처벌 근거입니다.
 
법이 시행되면서 양육비 미지급자, 이른바 '나쁜 아빠'·'나쁜 엄마'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면서 양육자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줬습니다. 아직은 실형 판결 사례가 없기 때문에 최근 열린 재판의 첫 판례가 중요합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바로 미지급자에게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순 없습니다. 형사 재판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한 양육자는 제일 먼저 이행명령 소송을 해야 합니다. 법원이 미지급자, 즉 채무자에게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내린 후에도 3개월 이상 이행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유치장에 가둘 수 있는 감치명령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감치명령 판결 후 1년 이내에도 해결이 안 될 경우에 형사고소가 가능합니다.
 
이 과정은 '한 번에' 이뤄진다는 가정하게 최소 3~4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위장전입이나 실거주지가 불분명해서 공시송달에 실패하면 법원에서는 감치를 각하하게 되고, 양육자는 감치명령을 받기 위해 다시 소송을 벌여야 합니다. 생계 때문에 장기간 소송을 할 수 없는 양육자는 형사 재판으로 가기도 전에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생활고' 주장의 딜레마…전적으로 법원 판단
 
최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관련 형사 재판이 열렸습니다. 6년 치 양육비 4000만원 미지급을 두고 벌어진 재판입니다. 검찰이 징역 6개월을 구형하면서 11월 있을 선고에서 실형 판결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지급자 측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한 것을 고의가 아닌 사업 실패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징역을 구형했더라도, 법원이 정상참작을 얼마나 받아들일 지에 따라 실형 여부가 달렸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양형 기준을 따로 정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달렸는데, 이는 양육자와 미지급자 양측의 딜레마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지급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도 구제의 길은 있습니다. 감액 소송을 통해 이혼 당시 약속했던 양육비를 현재 사정에 고려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과정 없이 형사 재판에서만 생활고를 주장할 경우 재판부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대표변호사는 "통상적인 사건에서 징역 6개월 구형은 실형으로 많이 이어지지는 않지만, 재판부에서 금전과 관련된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지 중요하다"며 "사회적 시선에서는 양육비가 다른 채권과 달리 비난 강도가 낮을 순 있으나, 아이의 생존권이라는 측면으로 고려해 볼 요소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서 양육비 이행법 절차 간소화 법안 추진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한 소송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수년간 소송이 진행될 동안 자녀가 성인이 되면 그동안의 채무를 받을 수 있는 길도 좁아지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자녀가 법적 성인이 되면 감치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판결합니다. 이는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는 뜻입니다.
 
국회에서는 양육비이행법 개정이 별다른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자,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도록 또다시 법안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현재 감치명령을 받고 1년 뒤에나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는 절차를 삭제하고 이행 명령 후 3개월 이내에 밀린 양육비를 안주면 바로 형사고소가 가능한 법안입니다.
 
구본창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는 "처음 이혼할 때는 양육자와 채무자의 소득을 합산해서 법원에서 양육비를 산정한다"며 "그때는 동의했던 양육비를 이제 와서 지급 못하는 상황이 와도, 어차피 소송을 할거라면 그 절차라도 간소화하는 게 소모가 덜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5월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한부모 가족의 날 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정부선지급제와 한부모 중위소득 100% 보장, 돌봄국가책임제 선행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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