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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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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P의 거짓' 한정판으로 샹송 듣기, 참 쉽죠?

2023-10-13 15:09

조회수 :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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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게임의 한정판을 개봉하는 것은 마치 장아찌를 꺼내먹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숙성된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나름의 감상과 애정을 품고 한정판 구성물을 들여다보는 맛은 남다릅니다. 저는 오늘 그 맛의 주제를 음악으로 잡았습니다. 사운드트랙 CD에는 없는 주제곡을 시공간 제약 없이 듣는 방법도 알려드릴게요.
 
P의 거짓 한국 한정판 포장을 뜯는 모습. (사진=이범종 기자)
 
종합 예술의 완성은 음악
 
패키지 게임은 경험을 다각도로 확장하는 종합 예술입니다. 잘 짜인 시나리오와 함께 음악이 주는 여운이 웬만한 영화 못지않습니다.
 
P의 거짓 한정판 구성은 북미와 일본, 한국이 각기 다른데요. 한국 한정판의 특징은 단연 음악입니다. 한국 한정판에는 바이닐 레코드(LP)가 들어있는데, CD 사운드트랙 음반에 없는 샹송 '매혹의 왈츠(Fascination)'가 LP 첫 트랙에만 수록돼 있습니다. 우선 한정판 먼저 뜯어볼까요?
 
P의 거짓 한정판을 열면 처음 나오는 구성물이 바이닐 레코드판이다. (사진=이범종 기자)
 
바이닐 레코드 앨범을 펼치면 피노키오와 파란 나비 원화가 나온다. 1번 트랙 '매혹의 왈츠'는 CD에 없다. (사진=이범종 기자)
P의 거짓 바이닐 레코드 앨범에는 제페토와 소피아, 피노키오 원화 세 장이 들어있다. 각 그림 뒷면에는 노창규 예술 감독, 박광석 기술 감독, 최지원 총괄 감독의 편지가 한국어와 영어로 적혀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한정판 포장을 뜯고 처음 마주하는 구성물이 바로 LP입니다. 앨범을 펴면, 물가에 누운 피노키오가 '소피아'의 파란 나비 에르고(Ergo)를 바라보고 있는 원화가 나옵니다. LP에는 총 여덟 곡이 포함돼 있습니다. 동봉된 CD에는 19곡이 담겼는데, LP에 있는 곡 중 일곱 개가 여기 포함됩니다.
 
나머지 한 곡인 매혹의 왈츠만 LP 첫 트랙에 수록돼 있습니다. 이 노래 들으려면 턴테이블로 LP를 돌려야 하죠.
 
LP 음반을 들어내면 한정판 전용 의상 특전 코드와 베니니 배지, 공방 연합 배지, 사운드트랙 CD,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철제 케이스와 일반 판 DVD 케이스가 들어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철제 포스터도 있지요.
 
LP 음반 아래에는 상자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 순으로 철제 베니니 배지와 공방연합 배지, 사운드트랙 CD, 한정판 특전 의상 코드, 한정판 전용 철제 케이스가 들어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한정판 철제 케이스에는 라틴어 'LETUM NON OMNIA FINIT(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는 않는다)'가 적혀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동봉된 일반판 상자에서 DVD를 꺼낸 뒤 철제 케이스 안에 넣은 모습. 자꾸 열어보고 싶다. (사진=이범종 기자)
 
네오위즈가 한국판 한정판의 특징으로 내세운 게 바이닐 음반입니다. 이 음반에만 실린 매혹의 왈츠는 P의 거짓 무대인 크라트시의 로사 이사벨 거리에 울려 퍼집니다. 결말을 본 뒤 나오는 클로징 크레딧 첫 곡도 이 노래입니다. 
 
네오위즈는 지난 6월9일 P의 거짓 시사회에서도 이 노래를 앞세웠습니다. 이탈리아의 페르모 단테 마르케티가 1904년 발표한 곡을 재해석한 겁니다. 이 노래는 이후 프랑스에서 샹송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P의 거짓 속 매혹의 왈츠는 한국인이 프랑스어로 불렀습니다. 네오위즈 홍보팀에선 가수가 누군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 노래는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샹송입니다. 게임 속 샹송은 이 노래 말고도 몇 곡 더 있습니다.
 
이 게임을 2회차 이상 진행하면 황금 음반을 얻을 수 있는데요. 1회차 때는 기악곡이던 노래에 프랑스어 가사가 붙어있는 식입니다. 어려운 전투에 지친 망자(소울류의 팬)들은 크라트 호텔 축음기로 이 음반을 틀어 지친 마음을 위로하거나, 극 중 아쉽게 떠나보낸 등장인물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보통 게임의 다회차 요소로는 1회차 때 모르고 지나친 사건 발견이나 강화 아이템 확보 등이 있는데, P의 거짓의 주된 회차 요소에 음악도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피노키오가 인간성을 얻는 방법의 하나가 음악 감상인 점과도 어울리는 설계입니다.
 
P의 거짓 사운드트랙 CD. 맥에 '애플 무손실 음원'으로 전곡 저장했다. 이 노래들은 현재 나의 애플 뮤직 계정과 연동돼, 어디서든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지난 8월18일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서 받은 노창규 미술감독(사진 위)과 최지원 총괄감독의 사인. 크기가 알맞은 한정판 상자에 보관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가수도 개발자도 '해석자'
 
이 게임 속 샹송은 작품 분위기와 P의 인간성 확보 외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의 P의 거짓 개발 방향을 떠올리면 상징성이 남다릅니다.
 
서정기·이혜숙 공저 '프랑스 시와 샹송'을 보면, 샹송은 일반적으로 운율 있는 세속적이고 서정적인 프랑스 노래를 뜻합니다.
 
전통적인 샹송은 가사의 내용이 중요한데, 가수에게는 멜로디 전달보다 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시와 샹송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이유입니다. 그리고 가수가 노래한다는 사실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그 노래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것을 뜻하지요.
 
그래서 가수가 어떤 샹송을 처음 노래하는 일을 '창조(création)'라고 부릅니다. 또한 가수도 단지 노래하는 사람보다는 '해석자(interprétateur)'라고 불리지요.
 
이 작품을 만든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 역시 동화 피노키오를 잔혹극으로 재해석한 '해석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샹송이 이 게임 주제곡인 이유가 더욱 와닿습니다.
 
LP와 CD에 수록된 P의 거짓 주제곡을 아이팟 터치(4세대)에 동기화한 뒤 커버 플로우 화면을 띄운 모습. (사진=이범종 기자)
 
아이팟 터치(4세대)로 P의 거짓 주제곡을 듣다가 화면을 깨운 모습. ‘밀어서 잠금해제’가 정겹다. (사진=이범종 기자)
 
그런데 이 노래를 듣고 싶을 때마다 집에서 턴테이블을 켜야만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P의 거짓 한정판 음악을 듣기 위해 PC 녹음 기능이 있는 소니 턴테이블을 샀습니다. 이 기계를 별매하는 USB 선으로 맥(Mac)에 연결해, LP 녹음 프로그램을 켜고 재생하면 됩니다. 재생을 끝내고 앞뒤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 추출합니다.
 
앞서 맥의 '음악' 앱에 무손실 음원으로 저장한 CD 사운드트랙 앨범은 열아홉 곡이 들었습니다. 이 앨범에 LP에서 추출한 매혹의 왈츠를 스무 번째 곡으로 저장하면, 나만의 P의 거짓 주제곡 앨범이 완성되는 겁니다. 앨범 아트요? CD 사운드트랙 표지 앞뒤를 스캔해서 넣으면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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