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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교전발 9·19 합의 '효력정지' 탄력…남북합의 첫 폐기 나오나

'7·4 공동성명' 후 남한 선 폐기 없어…"우리는 법치국가, 설득할 위치에 있어" 반론

2023-10-12 06:00

조회수 :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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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부·여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을 계기 삼아 9·19 남북군사합의(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효력 정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 돔'이 뚫리면서 대한민국도 북한 장사정포에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영향입니다. 하지만 남북한 사이 완충 지대가 사라져 군사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남한이 먼저 남북 합의서를 폐기하는 첫 사례가 될 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팔 전쟁 교훈은 '9·19 군사합의' 파기?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과 관련해 우리 정부·여당은 시선을 북한으로 돌렸습니다. 
 
이스라엘 아이언 돔은 단거리 로켓과 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 체계로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하마스가 발사한 5000여발의 로켓에 아이언 돔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군도 '한국형 아이언 돔'을 개발 중입니다. 장사정포요격체계(LAMD)를 2026년까지 개발할 예정인데, 시간당 1만6000여발의 포탄을 퍼부을 능력이 있는 북한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북한 위협의 해법을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제시합니다. 실제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교전 발발 이후 정부·여당에서는 지속적으로 남북군사합의 무용론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기자실을 찾아 "9·19 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의 임박한 전선지역 도발 징후를 실시간 감시하는 데 굉장히 제한된다"며 "최대한 빨리 9·19 합의의 효력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도 이를 거들고 있습니다. 같은 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번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먼 곳에 일어나는 전쟁이라 우리와 무관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의 안보는 뚫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9·19 군사합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쁜 평화는 없다"
 
윤 원내대표는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 기준 5㎞ 포격훈련은 물론 연대급 기동훈련을 전면 중단시키고 전투기, 정찰기 비행도 군사분계선 서부 이남 20㎞까지 금지했기 때문에 국군과 주한미군의 방위태세에 큰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여당의 주장은 한국형 아이언 돔이 완성 돼 방어체제를 갖추더라도 9·19 군사합의가 방위태세에 큰 제약이 된다는 겁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전쟁은 없지만, 나쁜 평화라는 것도 없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상기시킨다면 오히려 9·19 군사합의 이행에 방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보수 정부에서의 개성공단 중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북한의 핵능력이나 도발이 완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리 국민 피해만 커졌고, 한반도 긴장은 더욱 악화된 것이 교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남북 합의, 남한이 깨는 첫 사례될까
 
남북한은 지난 1972년 '7·4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2018년 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까지 주요 합의를 이뤄왔습니다. 북한에 의해 파기되거나 사문화된 합의는 있지만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파기한 사례는 없습니다.
 
신 장관은 "9·19 합의 폐기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고, 효력정지는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되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 절차까지 언급했습니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 2항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3항에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부분도 명시돼 있지만 '국회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 해당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실은 당초 '적절한 시기'와 '북한의 도발'이라는 전제조건을 달며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였지만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 합의로 인한 대북 정찰감시 제한 등 군사적 취약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군사합의 효력정지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향대로라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9·19 군사합의를 효력정지 시켜 사실상 '폐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남한이 나서 남북 합의서를 폐기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양 교수는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난 지 오래고,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라며 "북측이 설령 남북 합의를 위반하고 백지화를 운운하더라도 우리는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때로는 북한을 설득해야하는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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