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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할인·보조금 확대…전기차 보급목표 '빨간불'

올해 26만8000대 보급 목표, 현재 10만3000대 그쳐

2023-10-03 13:00

조회수 : 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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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정부가 보조금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한시적 보조금 증액만으로는 올해 보급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전기차 제조사가 전기차 가격을 할인해주면 할인폭에 비례해 보조금을 늘려주기로 했는데요. 최근 전기료 인상에 따라 충전 비용이 증가하고 자동차세 개편 움직임에 세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둔화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3일 환경부 및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판매된 전기승용차는 6만7654대로 전년동기대비 5.7% 감소했습니다.
 
2021년(1~8월 기준) 3만9409대에서 지난해 7만1744대로 2배 이상 늘었던 것에 비하면 성장 속도가 급격히 꺾였는데요. 같은 기간 전체 전기차 판매량도 10만3428대로 3.6%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72.1%의 증가율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26만8000대인데 현재 실적은 목표의 38% 수준인 10만3000대에 그칩니다.
 
정부의 무공해차 보조금 예산도 예상보다 많이 남았습니다. 9월 현재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60% 가량 남았는데요. 환경부의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시의 전기차 보조금 집행률은 40% 수준으로 다른 지자체도 50%를 밑돕니다.
 
정부는 최근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최대 680만원이던 국비 보조금을 780만원까지 100만원 더 늘리기로 했는데요. 이번 보조금 확대 방안은 기본 가격 5700만원 미만의 전기승용차를 대상으로 오는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전기차 제조사의 가격 할인폭이 클수록 국비 보조금도 많아집니다. 정부의 전기승용차 보조금 지급 체계는 성능보조금 500만원에 △보급목표 이행보조금 최대 140만원 △충전인프라보조금 20만원 △혁신기술보조금 20만원 등을 합쳐 최대 680만원입니다.
 
이중 성능보조금을 제외한 180만원에 제조사의 할인금액을 900만원으로 나눈 비율을 더해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이번 정책의 골자인데요. 이에 따라 최대 680만원을 지급받는 전기승용차에 대해 제조사가 500만원을 할인할 경우 확대 비율에 따라 보조금 100만원(180만원×500만원/900만원)을 추가 지원받게 됩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현대차(005380)·기아(000270)도 전기차 할인에 나섰습니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가격을 각각 400만원, 코나EV는 200만원 내렸습니다. 기아는 EV6 320만원, 니로 EV와 니로 플러스 120만원 할인합니다.
 
당장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겐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의 고무줄 정책이 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특히 정부는 보조금의 핵심인 성능보조금을 지난해 600만원에서 올해 500만원으로 줄인 데 이어 내년에는 4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이면 보조금이 줄어 가격이 올라 또다시 전기차 판매 위축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사진=현대차)
 
또 업계에선 정부 정책에 사실상 기업을 동원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가격 정책은 엄연히 자동차회사의 고유 권한인데 전기차 보급 둔화를 이유로 가격을 깎으라고 압박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죠.
 
정작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 증액이 핵심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100만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충전기 등 인프라가 부족해 전기차 구매를 꺼린다는 것이죠.
 
전기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충전료, 세금 올린다면서 (전기차 성장세) 분위기 망쳐놨는데 쓸데없는 정책", "올해만 넘기면 내년은 어떻게 할 거냐" 등의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 공공충전기 요금은 1㎾h당 324.4원(50kW 충전기)로 지난해 8월까지 요금(1㎾h당 292.9원)보다 11% 올랐습니다. 공공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한전은 이미 100㎾ 미만 아파트용 전기차 충전료를 ㎾h당 8.8원 올렸습니다. 현재 100㎾ 이상의 급속충전기 요금은 ㎾h당 347.2원으로 2020년173.6원에서 꾸준히 올랐습니다.
 
자동차세 개편 역시 전기차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데요. 정부는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기존 배기량에서 차량가격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행 자동차세(승용차)의 경우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되 차량 용도에 따라 부과 기준(영업용 cc당 18~24원, 비영업용 80~200원)을 달리하고 차령이 많을수록 감액하고 있습니다. 반면 배기량이 없는 수소차와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분류해 정액 10만원을 부과합니다.
 
전기료 인상에 따라 충전 비용이 증가하고 전기차 보조금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세마저 오르면 전기차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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