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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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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미집' 송강호, 정답 아닌 정답 찾는 과정

2023-10-01 06:00

조회수 : 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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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영화 '거미집'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영감을 주는 꿈을 꾸고 재촬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송강호는 극 중 '거미집'을 연출한 김열 감독을 연기했습니다.
 
송강호는 '거미집'이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OTT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풍성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만이 가진 에너지와 매력을 가진 영화가 그리웠다. 그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거미집'이 관객에게 대중적이지만 영화의 매력에 흠뻑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흥행 스코어는 둘째 문제다"고 했습니다.
 
송강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캐릭터보다는 장르적 특성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송강호는 "한국 영화에서 이런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다. 에피소드만 엮어서 콩트 느낌으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인간의 욕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군상을 통해 영화 속 영화가 끝이 나고 실제 영화가 끝이 날 때 영화의 상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만이 가진 강렬한 맛이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영화 '거미집' 송강호.(사진=바른손이앤에이)
 
송강호는 자신이 연기한 김열 캐릭터에 대해 "열등감과 일류 감독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끊임없이 능력을 의심하면서 좌절을 한다. 영화가 이런 과정을 보여주지만 보편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런 모습이 김열만의 성격이 아니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다. 내 스스로도 그렇다. 어떤 특적한 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김열을 통해 보편적인 감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송강호는 자신도 열등감이 항상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잘 생기고 멋진 배우를 보면 움츠리게 된다. 열등감이 생긴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도 김열이 주눅이 들어 있다. 사람은 누군가 자기보다 능력을 가진 사람을 보면 열등감이 있다. 그게 자연스러운 열등감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런 보편성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송강호는 김열 감독을 연기할 때 특정한 감독을 흉내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미집'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극 중 김열이 화재가 난 스튜디오에서 촬영 감독에게 '잘 찍혔지'라고 하는 장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지운 감독이 '놈놈놈'을 찍을 때 광기에 차서 그렇게 외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촬영을 할 분량이 많고 시간이 부족해 모두가 광기의 도가니였다"고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김지운 감독에 대해 송강호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집요하면서도 진중하게 풀어나간다. 그래서 좋다. 집요함이 있어서 항상 김지운 감독만의 스타일과 영화적인 미장센이 완성이 된다. 다만 '놈놈놈' 때와는 산업적인 시스템이 다르다. 촬영 기간도 길고 현장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완벽하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차이점만 있다. 김지운 감독의 집요한 열정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송강호는 "우리 작품이 어떤 작품으로 관객에게 다가갈지, 우리가 효과적으로 설득을 할지, 원했던 새로운 영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인 리듬감을 생각하고 관객에게 소통되고 다가갈 수 있을지도 감독과 이야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거미집'은 영화 속 영화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영화 속 영화는 1960~70년대 후시 녹음 영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소비하는 20~30대에게는 낯선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최소한 50대에서 60대가 익숙한 형식이다. 젊은 관객은 '대사를, 연기를 왜 저렇게 하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흑백과 컬러 대비가 일종의 장치라고 생각이 든다. 그 시대의 공기를 흑백 풍경이다. 이 영화는 소품이나 음악, 색 대비를 통해서 전체적인 영화 톤을 관객이 체득하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 '거미집' 송강호.(사진=바른손이앤에이)
 
송강호는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면서도 송강호만의 연기 호흡을 보여줬습니다. 송강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후배들이 물어본다. 그럴 때 해줄 수 있는 건 정답인데 알고 있는 정답을 적으면 안된다고 한다. 머리 속 정답을 보여주면 정답이긴 하지만 감동이 없다. 우리가 모르는 정답을 적어내야 하는 게 정답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과거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감독이 송강호가 정답이 아닌데 정답보다 더 정답 같은 연기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지운 감독도 전에 인터뷰에서 내 연극을 봤는데 이상하게 '께름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잘 한다' '못한다' 개념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걸 안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걸 보여주니까 정답인데 정답이 아닌 정답인 거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송강호는 새로운 걸 꺼내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똑 같은 답을 내놓더라도 시선과 호흡, 이런 것들이 달라질 때 새로운 답이 된다. 정답은 한정적이다. 다른 정답을 찾아는 건 한정적이지만 다른 리듬으로 연기를 할 때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연기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송강호는 "정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예술가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감동은 영화가 끝이 나고 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답 아닌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의미다. 작은 나라가 역동적인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늘 안주하지 않고 한발짝이라도 내딛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그게 한국 영화 자부심이 아닐까"라고 했습니다
 
영화 '거미집' 송강호.(사진=바른손이앤에이)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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