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위를 상징하는 '복날'은 '개고기 먹는 날'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고기를 판매하는 식당도 점점 사라졌고, 식용 개를 도축하거나 판매하는 곳들도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올해로 끝’을 표방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 논쟁은 끝나는 걸까요? 오늘 토마토Pick은 개 식용 논란의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개 식용 종식’ 논란 왜?
개 식용 논란은 1980년대 이후 40년 넘게 이어진 해묵은 논쟁입니다. 당시 외국의 동물보호단체는 개 식용을 하는 우리나라가 88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강하게 항의했는데요.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개고기집을 외곽으로 옮기고 이름도 보신탕에서 영양탕 혹은 사철탕으로 바꾸게 했습니다. 당시 외국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한 이유는 개가 이미 반려동물로 정착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세월이 흘러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면서 2020년대에는 그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동시에 개고기도 점차 사라지고 있고, 이제는 개고기를 완전히 추방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됐습니다.
‘연내에 끝낸다’
드라이브 거는 국회
여야 정치권 모두 개고기 종식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국회에서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이 발족됐는데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의원 44인이 공동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개 식용 종식이 이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국격의 문제인 만큼 관련 법안들을 연내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원들은 이미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인데요. 축산법에서 정의하는 축산물에서 개를 제외하는 것과 개의 도살 및 음식으로 만들어 보관·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개농장주의 폐업 및 전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다음과 같습니다.☞관련기사
-태영호(국민의힘) : 개·고양이를 도살, 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판매하는 행위 금지(2023년 4월).
-조수진(국민의힘) :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 강화(2023월 4월)
-한정애(더불어민주당) : 개 도살 및 개로 만든 음식물의 취득·운반·유통 등 금지, 개농장주의 폐업 및 전업 지원(2023년 6월)
-박홍근(더불어민주당) : 축산법상 가축의 정의에서 개 제외(2023년 7월)
-이헌승(국민의힘) :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및 증식, 도살, 개로 만든 음식 판매 금지(2023년 8월)
-이용빈(더불어민주당) : 축산의 정의에서 개 제외, 동물 사육 시 충분한 환경 및 공간 제공(2023년 8월)
-안병길(국민의힘) : 개농장 운영 및 알선으로 처벌받은 자의 개 소유 금지, 소재 지자체장이 개의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조치 시행(2023년 9월)
-윤미향(무소속) : 개농장주 폐업 시 개의 소유권은 소재지 관할지자체가 취득(2023년 9월)
개는 가축?
관련법 혼선 정리 필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공통점은 꼬여있는 법망을 푸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는 개를 식용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국가에서 허락하지 않은 고기인데요. 그러나 축산업의 발전과 축산농가 소득 증대 및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이 목적인 축산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축산법에서 규정이 된 만큼 개고기가 만들어지는데,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가축이 아닌 만큼 가공 및 유통 과정에서 위생 검사를 받지 않아 위생 상태를 알 수 없는 개고기가 유통되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관련법들을 내는 이유는 이 혼선부터 정리해 개 식용을 위한 도축이 불법이라는 확실한 근거를 만드는 한편 관습이라는 명목으로 허용됐던 법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관련기사
‘연내 마무리’ 가능성은?
동물단체는 ‘개 식용 금지법’이 연중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초당적 의원모임도 연내 통과를 강조했는데요. 이들이 올해, 특히 11월 이전으로 목표를 잡은 까닭은 내년 4월 열리는 22대 총선 때문으로 보입니다. 선거 전후는 여야 간의 대립이 특히 심한 시기인 만큼 그 전에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질 수 있다는 걱정때문입니다. 총선 이후로 처리가 미뤄진다면 약 1년 가까이를 허비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이 때문에 총선까지 시간 여유가 있고,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지금이 관련법을 통과시키기에 최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야 뜻 어떻게 모았나
전·현 정부 모두 환영한 사안
이처럼 개 식용이 종식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여야의 뜻이 정확히 일치하는 양상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개 식용 종식’ 주장이 제기되고, 관련법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과는 대조적인데요. 이러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진 것은 개 식용 종식이 전현직 대통령들의 공통 관심사였던 덕으로 해석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토리’라는 강아지를 키울 정도로 유명한 애견인인데요.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며 화두를 던졌고, 윤 대통령은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을 위해 각종 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개 식용 금지법을 ‘김건희법’이라고 해 논란이 됐는데, 논란과 별개로 이번 이슈에 대한 대통령 부부의 관심이 얼마나 깊은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관련기사
관건은 ‘먹을 자유’
이에 반해 육견협회나 개고기 음식점 상인 등 주로 개를 사거나 파는 쪽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반려견을 키우며 개 식용에 혐오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개 식용 금지 제도화가 누군가에게는 ‘먹거리 제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이 운영하는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개 식용 반대 의견이 60%로 높게 나왔지만, 법제화 추진도 반대 의견이 60%나 됐습니다. 개 식용은 반대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죠. ☞관련기사
법적 폐기 vs 자연도태?
개 식용 종식 찬반 의견이 뜨거운 것은 결국 제도적으로 특정 음식을 규제하는 게 옳으냐는 문제의식이 깔려있습니다. 개 식용에 부정적 시선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차차 자연스럽게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면 개 식용 금지를 제도화하자는 측은 개인의 기호 외에도 위생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 식용 논쟁이 과연 올해로 끝날 수 있을까요? 국회를 지켜보면 해답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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