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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dodwo90@etomato.com

안녕하세요. 증권부 종목팀 박준형입니다. 상장사들에 대한 생생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경영권 매각 무산 '베셀', 주주 돈으로 생색내기

발행주식총수 100% 달하는 359억 유증 결정

2023-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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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베셀(177350)이 채무상환을 위한 유상증자와 함께 200% 무상증자에 나섰는데요. 무상증자에 사용될 재원이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70%에 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영권 매각이 불발된 상황에서 어차피 사용하지도 못하는 자금으로 주주 환원을 빙자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베셀은 발행주식총수의 100%에 달하는 359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유증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발행주식총수와 맞먹는 1337만919주입니다. 전날 기준 베셀의 시총은 376억원입니다. 베셀은 대규모 유증과 함께 무증도 결정했는데요. 보통주 1주당 2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200% 무증입니다.
 
무상증자 신주 배정일은 유상증자 납입일(12월7일)의 1일 후인 12월8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식도 무증 신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무상증자가 완료되고 나면 베셀의 발행주식수는 6배 급증하게 됩니다. 예컨대 베셀주식 100주를 보유한 투자자가 100% 유증에 참여할 경우 투자자는 유증 신주 100주와 무증 신주 400주를 받아 총 600주의 베셀 주식을 보유하게 됩니다.
 
유증과 함께 200% 무증을 결정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을 곱지 않습니다. 베셀의 액면가는 500원인데요. 유증으로 발행주식이 2배 늘어난 상황에서 200% 무증을 진행하기 위해선 266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증으로 조달하는 자금의 74%에 해당합니다.
 
이번 무증의 재원은 자본잉여금인데요. 베셀은 누적된 영업손실로 결손금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해당 자본잉여금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판단됩니다. 주식발행초과금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경우 발행가와 액면가의 차이로 적립되는 금액입니다. 결국 ‘주주가 납입한 돈’인 셈입니다. 상법상 법정준비금에 해당해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발행초과금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무증 등에 사용 가능합니다. 1.5배를 초과하는 금액은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에 사용할 수도 있죠.
 
베셀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인데요. 그간 베셀은 채무상환을 위해 수차례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베셀의 유증 방법도 주주 돈으로 생색내기를 한다는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베셀은 주주우선배정 방식의 유증을 택했는데요. 주주우선배정 방식은 구주주의 우선적 청약 참여권리가 부여되지만, 신주인수권이 발행되지 않습니다. 유증을 포기하는 투자자들은 신주인수권 매도를 통해 주식가치 훼손을 일정부분 보상받을 수 있는데요. 이번 베셀의 유무상증자 결정에선 기존주주에 대한 보상을 염두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증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을 줄일 목적이었다면 무증보다는 배당을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며 “주주우선배정 방식은 기존 주주에 불리한 부분이 있는 데다, 유무상증자를 거치면 발행주식수량이 6배 급증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베셀 매각에 실패한 THE E&M(089230)이 베셀 재매각에 앞서 자금을 모두 끌어 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초식발행초과금은 일정부분 배당, 무증 등에 사용할 수 있지만 회사입장에선 사실상 불필요한 금액이기 때문인데요. 재매각을 위해선 유무상증자 흥행을 통해 회사의 채무를 갚는 것이 유리합니다. 베셀의 유증은 실권주 인수 계약이 없어 유증 흥행에 실패할 경우 채무를 모두 상환하기 힘들어 집니다.
 
앞서 더이앤엠은 오앤비파트너스와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및 3자배정 유증,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금조달을 계획했는데요. 최근 경영권 매각이 취소되면서 유증, CB 발행도 철회됐고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됐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 매각 직전 최대주주 등은 불필요해진 주식발행초과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등에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유무상증자 및 경영권 매각 관련 문의를 위해 베셀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사진=베셀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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