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가전박람회(IFA) 2023'이 5일(현지시각) 닷새간의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박람회에서는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가전 기업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신제품 쇼케이스에 나섰는데요. 12일(화) 토마토Pick에서는 IFA 2023 참가 기업들의 목적,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IFA이란 무엇인가
창립 99년을 맞은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힙니다. 이 행사에는 통상적으로 전세계 40여개국 1,000여개 업체들이 참가해 TV, 냉장고, 스마트폰 등 다양한 가전·IT 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는데요. 지난 2005년까지 격년제였다가 2006년부터는 해마다 열리고 있죠. 일각에서는 예년처럼 이번 IFA에서도 글로벌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생활가전 분야 세계 1위인 LG전자가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과연 이번엔 어땠을까요?☞관련기사
삼성-LG, 한국-중국
TV 전쟁 치열
이번 IFA 2023에선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은 물론, 이들을 의식한 중국 가전 기업들의 라인업도 볼거리였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의 TV 경쟁 : 삼성전자는 한층 진화된 품질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네오 QLED 등을 선보였는데요. 특히 '거거익선' 트렌드에 맞춘 98형 초대형 TV 라인업(8K, 네오 QLED, QLED)들이 눈에 띄었죠. 반면, LG전자는 세계 첫 무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그니처 올레드 M' 단 한 대만을 전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두 기업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TV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인 셈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과시 : TV 제품 전시 규모를 줄이며 비교적 힘을 뺀 국내 기업들과는 다르게 중국 업체들은 더욱 다양한 라인업의 TV를 선보였습니다. 중국 최대 TV 제조업체 TCL은 전시장 한가운데에 163인치에 달하는 초대형 마이크로 LED '더 시네마 월 163형 4K를 전시했죠. 이는 IFA에 전시된 TV 중 가장 큰 사이즈인데요. TCL 직원은 한국 모델과 비교하며 자사의 TV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이라 칭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제품 대부분은 내수용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입니다.☞관련기사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국
아울러 중국은 이번 IFA 2023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새 활로를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떄문이죠. 그동안 중저가 보급형 제품군에 주력해온 중국이 최근 각종 유럽 전시회에서 첨단 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선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편 중국 업체들은 올해 1296곳 참가하면서 독일(228곳), 한국(165곳)을 제치고 전체 2097곳 참여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 부사장은 “사실상 올해는 ‘중국판’인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죠.☞관련기사
유럽 전력난 겨냥
대세는 '친환경'
아울러 이번 IFA 2023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대란을 겪으며 친환경·고효율 제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유럽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들이 쏟아졌는데요.
-국내기업 : 특히 LG전자는 IFA 2023 전시관을 친환경 제품과 관련 체험공간으로 꾸미며 '지속가능한 마을'을 전시 컨셉트로 내세웠습니다.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소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는 태양광 패널 지붕,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써마브이 모노블럭’을 통해 에너지 일부를 자체 생산하거나 대폭 절감하는 게 특징이죠. 삼성전자도 에너지 관리 서비스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기술을 전시 컨셉트로 삼았습니다. 이 서비스는 사전에 설정한 목표 사용량에 도달하기 전 자동으로 절전 모드로 전환하는 'AI 절약모드'를 지원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유럽 에너지 규격 최고 등급보다 전력 사용량이 40% 이상 적은 세탁기를 출시할 계획입니다.☞관련기사
-해외기업 : 유럽의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 역시 각종 고효율 가전을 선보였습니다. 전 제품의 내구성 테스트의 기준 수명을 최대 20년으로 설정했고, 전시 부스는 향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모듈식 구조로 설계해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했는데요. 특히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보쉬가 공개한 보쉬 그린 컬렉션 냉장고와 냉동고는 기존 생산소재를 사용한 모델 대비 33%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관련기사
국내 '따라하기' 여전
이렇듯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 기업이 다수였지만 한국 제품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가전도 목격됐는데요. 중국 기업 '창홍'은 화면을 세로로 돌릴 수 있는 TV 'CHiQ'를 선보였으나 이는 삼성이 지난 2019년 출시한 '더 세로 TV'를 떠올리기 충분했죠.☞관련기사 창홍이 마련한 OLED 게이밍존도 지난해 LG전자의 전시 컨셉을 연상케 했습니다. LG전자는 지난 'IFA 2022'에서 콘솔·PC 게임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영화 등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플렉스 아케이드' 존을 운영했습니다. 또한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초고화질 TV로 예술작품을 생생하게 감상하는 컨셉의 전시존을 꾸렸는데요. 이는 과거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 TV '더프레임'을 활용해 디지털 아트 전시회 개최한 사례 등을 그대로 따라한 것으로 보입니다.☞관련기사
우리도 있다!
국내 중소 업체들도 눈길
물론 국내 대기업 제품들만 모습을 보인 건 아닙니다. 쿠쿠전자, 청호나이스 등 중소 가전업체도 IFA 2023 참가자 명단에 올랐는데요. 박람회 참가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올린다는 전략입니다. 쿠쿠는 ‘종합 가전 브랜드로 부상’ 컨셉트로 블렌더와 식기세척기, 인덕션레인지 등 21가지 제품군 47개 모델을 전시했습니다. 청호나이스는 에스프레카페와 직수정수기, 수출용 탄산수 정수기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확대한다는 방침이며 쿠빙스는 올해 신제품 프리미엄 원액기 ‘REVO830’과 업소용 오토 진공 블렌더 ‘셰프CB1000’ 등 제품을 소개한했죠.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도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힘을 보탰습니다.☞관련기사
추억의 대우전자도 주목
한국인에게는 추억의 기업인 대우전자도 IFA 2023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는데요. 당시 대우전자 전시장에서 사측은 자사를 튀르키예 기업으로 소개했습니다. 2021년 튀르키예 가전 업체 베스텔이 대우전자 상표권을 확보하면서 새로 가전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대우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QLED TV,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오븐,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전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0년에 그룹 해체를 맞은 대우전자지만 중남미, 중동, 베트남 등에서는 아직 대우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인데요. 다만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일부는 대우를 여전히 한국 브랜드로 알고 있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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