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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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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마다 '자유'…매카시즘 광풍까지

광복절 경축사, 자유 27번·공산 8번 언급…'편가르기' 비판 ↑

2023-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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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가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최대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철 지난 반공주의'라는 비판이 공존하는데요.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주요 연설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자유'입니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자유' 기조는 유지된 가운데, '공산전체주의'·'반국가세력' 등의 단어가 언급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대통령이 나서서 극우 이념과 좌우 편 가르기 등 진영논리에 기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극우에 치우친 윤 대통령의 자유철 지난 '반공 이데올로기'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역시나 '자유'입니다. 오롯이 '자유'만 언급된 경우는 16번, 자유민주주의·자유사회·자유시장경제 등을 통해 언급된 '자유'는 총 27번에 달합니다. 이어 평화·번영·안보가 11번, 대한민국 10번, 국민 9번, 북한 그리고 공산이 8번입니다. 일본과 한일이라는 단어 언급은 고작 각각 3번, 1번에 그칩니다.
 
자유는 윤 대통령이 취임식을 포함해 주요 연설마다 항상 강조했던 단어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10일 취임식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외쳤고, 약 3개월 뒤 진행된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자유를 33번이나 언급했습니다. 올해 3·1절 기념사, 4월 미국 의회 연설,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등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자유'입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이며, 향후 연설에서도 가장 많이 쓰일 핵심 키워드입니다.
 
문제는 '자유'가 아닌 그 옆에 나란히 붙어 이례적으로 8번이나 언급된 '공산'이라는 단어입니다. 6번이나 언급된 '공산전체주의'라는 단어까지 합치면 '공산'은 무려 10번 이상이나 언급됐는데요.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등의 발언으로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콕 짚어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경축사 초점이 '자유민주주의 세력' 대 '공산전체주의 세력' 대결에 맞춰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실제 야권에서는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 "나치 괴벨스 선동문에 가까운 충격적이고 참담한 연설" 등 거센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험한 반공 이데올로기…편 가르기로 분열 조장
 
윤 대통령의 '극우 발언'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6월 한국자유총연맹 기념사입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도 "북한과 그들을 추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과 연계해 유엔사 해체를 끊임없이 주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에서도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극우적 인식의 노골화는 물론, 대통령이 나서서 좌우 편가르기 등 진영논리에 기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에 "국민통합을 위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공산전체주의 세력' 발언과 관련해 "그걸 일반화해서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면서 "누가 특별하게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인상을 주는 정치 행위는 국익을 위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6·25 전쟁 기념사 같은 느낌"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정치는 갈등을 풀고 사회를 통합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것인데, 편가르기를 하는 등 분열 정치를 하고 있다"며 "정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 퇴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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