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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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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바이오 주가로 엿본 테마주의 흥망성쇠

‘선상승 후증명’…한때 인기주 20분의1 토막

2023-08-04 02:00

조회수 : 8,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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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차전지 열기로 한창 달아올랐던 증시가 미국발 악재로 쉬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고 2차전지 광풍이 멈췄다고 단언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종식된 것은 아닙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고평가라는 시각이 주를 이루지만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라 보입니다. 언제든 다시 고개 들 준비가 돼 있습니다. 
 
2차전지뿐 아니라 과거 테마주가 우리 증시를 주도할 때마다 고평가 논란은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실적이 증가하는 실체가 있는 성장은 물론 손에 잡히지 않는 성장 기대감도 주가를 들썩이게 했죠. 
 
그렇다면 테마주 열풍이 지나간 뒤엔 어땠을까요? 대표 기업들이 여전히 시가총액 상단에 포진하고 있으나 기대했던 것과 주가 흐름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환호성이 가라앉은 뒤엔 밸류에이션이란 검증대에 서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2차전지처럼 4~5년 전 가까이는 2~3년 전 뜨거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바이오 종목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테마주의 흥망성쇠와 2차전지의 미래를 가늠해 보겠습니다. 
 
‘삼바’ 매년 실적 급증했는데 주가 하락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등 바이오 열풍을 이끌었던 주역들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실적도 꼬박꼬박 잘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영 힘이 빠진 모양새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2017년부터 2018년 중반까지 큰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이때를 1차 상승기로 명명하겠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상반기까지는 2차 상승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 8월에 드디어 고점을 찍습니다. 마감가 기준으로 100만원을 넘었던 날도 있습니다. 당시 시가총액이 67조원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80만원 아래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그 사이 유상증자를 해서 주식 수가 500만주나 늘어났는데도 시총은 56조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1차 주가 상승기였던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은 557억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신기록을 새로 써가며 2021년엔 거의 10배로 불어난 537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1년 뒤 2022년엔 83%나 증가한 983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조원에 바싹 다가섰습니다. 아마도 올해는 1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적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주가는 오히려 고점에서 상당히 밀려난 것입니다. 
 
 
또 다른 바이오 테마주였던 셀트리온은 실적마저 정체돼 있습니다. 고점 대비 주가 낙폭은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클 수밖에 없겠죠. 요즘 잠깐 반등해서 15만원 부근인데 37만원을 구가했던 2020~2021년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바이오 테마가 증시를 휩쓸었던 2018년을 전후해 개인 투자자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던 코스닥 시장의 인기스타들은 현재 욕받이로 전락했으니까요.
 
대표적인 종목이 1차 상승기 바이오 신드롬을 일으킨 신라젠(215600)입니다. 2017년 11월 고점을 찍은 후 지금 주가는 당시의 20분의 1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신라젠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바이로메드는 2018년의 바이오 광풍을 주도했습니다. 2019년 초 화려하게 고점을 찍을 당시 사명을 헬릭스미스(084990)로 변경했죠. 지금은 신라젠처럼 20분의 1 토막 신세입니다. 
 
2017년 11월 뜨거운 열기의 한가운데서 기업공개(IPO)를 진행, 세상의 관심과 시중 유동성을 함께 빨아들였던 코오롱티슈진(950160)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이들의 차이점은 명확합니다. 대장주 두 종목은 그래도 실적으로 주가 상승의 이유를 보여줬으나, 후자의 기업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져 있죠. 또 각종 소송과 비화로 얼룩져 있습니다. 
 
2차전지든 바이오든, 인기가 한창일 때는 섹터에 속한 누구나 주목받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상한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세입니다. 하지만 열기가 한풀 꺾이고 나면 그 다음엔 실적으로 먼저 달려간 주가를 증명해야 합니다. 
 
게다가 실적이 뒷받침되는 경우라도 이제부터는 밸류에이션이 까탈스럽게 적용됩니다. 예전보다 실적이 훨씬 증가했는데도 비싸다는 평가가 있으면 주가는 쉽게 오르지 못합니다. 실적 증가로 보답하지 못한 기업은 여지없이 추락했고 퇴출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열풍 지나간 테마, 평가기준 달라져
현재진행형 테마인 2차전지 열풍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섹터를 대표하는 대장주들은 전체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함께 성장할 겁니다.
 
코스닥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247540)의 경우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성장 중입니다. 2019년 371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807억원으로 10배나 뛰었습니다. 2년 후, 이르면 내년엔 연간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현재 시총이 37조원입니다.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주가입니다. 
 
핵심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테니 실적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에도 2차전지에 대한 시선, 즉 밸류에이션 기준이 지금처럼 너그러울지 의문입니다. 또 다른 테마가 등장하면 지금보다는 박한 대접을 받겠죠. 이것이 테마주의 숙명이며 한국 증시의 역사였습니다. 
 
성장산업엔 기대감이 잔뜩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특정 테마가 출현하면 주가 먼저 저만치 달려가고 기업들의 실적은 시차를 두고 뒤따르는 흐름을 반복했습니다. 2차전지도 앞선 주가와 보폭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느 가격대에서 횡보 또는 조정을 시작할지,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지만, 증권업계의 평가를 참고하면 열광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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