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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김여정의 '대한민국'이 던지는 질문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남북기본합의서 체제'의 운명은?

2023-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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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이하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과 11일 담화에서 연속으로 ‘남조선’대신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처음으로 이렇게 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북, 8년 전 2015년에 이미 ‘대한민국’ 표현 사용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동지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동지가 22일 오후 조성된 현 사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관진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판문점에서 긴급 접촉을 가지게 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목함지뢰 사건’과 관련해 2015년 8월 22일. 남북 고위급 인사 회담을 전하면서 이처럼 ‘대한민국’이라고 했고, 내부용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같은 표현을 썼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대한민국’표현을 계기로 북한이 남북관계 목표를 통일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 즉, ‘투 코리아’(Two-Korea)로 전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미 2015년과 2016년 무렵에 이 같은 진단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 15일에, 그간 남북이 모두 사용해온 도쿄 표준시보다 30분 늦추고 ‘평양 표준시’를 선언한 것이 큰 계기였습니다. (북한은 약 3년 뒤인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전 도쿄 표준시로 되돌렸습니다.) 북한은 또 대남 정책 관련 성명들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아니라 외무성에서 냈습니다. 지난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요청을 거부하는 발표를 조평통이 아니라 외무성이 맡고, ‘입경’이 아니라 ‘입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연상시킵니다.
 
2019년 김정은 신년사 ‘우리 국가제일주의’ 전면화…‘새로운 이념’ 의미 부여
 
북한의 국가성 강조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은 ‘우리 국가제일주의’입니다. 북한은 <노동신문> 2017년 11월 20일 자에 처음으로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등장시킨 데 이어 2019년 1월 1일 김 위원장 신년사에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고…”라며 국가어젠다화하면서 ‘전민적 국가부흥시대의 새로운 이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는 7차 대회 이후 5년을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전의 ‘우리 민족제일주의’ 강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민족’은 남한을 포괄할 수 있지만, ‘국가’는 그럴 수 없습니다.
 
노동당 8차 대회 당규약 개정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과업 수행” 문구를 삭제하고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로 대체했으며, ‘대남 인민연대’를 상징하는 “우리 민족끼리”와 “남조선 인민들의 투정에 대한 적극지지 성원”대신에 “민족의 공동번영”을 넣은 것입니다. “조국을 통일하고”라는 문구도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로, 통일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뜻하는 표현으로 바꿨습니다.
 
북한의 당 규약 개정 이전부터 “북한이 ‘남조선혁명론’을 폐기했으며, 통일을 지향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해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그간 북한은 ‘우리민족제일주의’를 내걸어왔지만 김정은은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이야기한다”며 최근 북한의 모습을 ‘일국주의 경향의 심화’라고 분석합니다. 또 “1991년에 연길에서 제가 처음 북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저를 포섭하려 했지만 1997년 이후에는 2인 1조가 아니면 저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우리가 두려운 것이고 당규약 개정은 그 증거의 하나”라고 북한의 변화를 설명합니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 1층 접견실 벽에 걸린 두개의 시계. 서울은 오전 11시46분, 평양은 오전 11시16분으로 30분의 시차가 있다. 북한은 2015년 8월15일을 기해 표준시를 30분 늦춘 평양표준시를 선포했다가 2018년 4.27정상회담을 계기로 되돌렸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투 코리아’전략을 확정한 것이 맞다면, 앞으로 우리가 북한을 어떤 존재로 상정하고 대응해야 하느냐는 점에서, 1991년 이후 30여 년간 남북관계 기초를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는 심각한 도전입니다.
 
흔들리는 기본합의서 통일지향 특수관계론…윤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 내용 주목
 
역대 남북합의서 중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기본합의서입니다.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남북한이 유일하게 남북관계 규정을 합의한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남북왕래에 ‘여권’을 신분증명서로 쓰지 않는 것은 물론 개성공단 제품 등 남북교역에서 무관세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남북교역예외 규정 그리고국제경기 대회 남북단일팀 구성과 이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인정 등 남북 교류·협력의 기본이 돼 왔다는 점에서 가히 ‘기본합의서 체제’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통일 지향 특수 관계‘라는 대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정부는 ’신(新)통일미래구상'을 연내에 발표하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윤석열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인사들이 남북관계를 보통의 ‘국가 대 관계’로 가져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변화 상황을 어떻게 담아낼지 주목됩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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