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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김태효의 ‘신냉전’ 정세 인식…현실은?

윤 대통령, 시진핑 주석 만나야

2023-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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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겠다”고 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고 했습니다.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의 지난 19일(현지시간) 베이징 회동은 미중 관계에 있어 중대한 변곡점이 될 회동입니다. 블링컨을 베이징에 보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미중 관계가 올바른 길 위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시 주석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물론 미국이 기술패권의 가늠자인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 분야라는 ‘좁은 마당’에서는 중국을 봉쇄하는 ‘높은 울타리’를 계속 세우겠지만, 미중 관계가 대결 일변도에서 대결·협력 구도로 바뀐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김태효, 2021년 논문에서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 중국이 완전히 쓰러질 때까지 지속될 것” 주장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국 대외전략의 선택지가 시험에 올랐다. 지난 5년 사이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은 마치 과거 소련에 했던 것처럼 중국이 미국 앞에 완전히 굴복하고 쓰러질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21년 여름에 쓴 ‘미-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 논문에서 이렇게 예측하면서, “이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히 잘 지내면서 모호한 외교를 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외교를 되돌아보면 결국 김태효 차장의 논문대로 집행된 것 아닙니까? 미국과 일본에 올인하는 내내 시진핑 주석과 만난 시간은 불과 25분뿐이고, 당선인 시절 25분 통화한 것까지 합쳐도 겨우 50분입니다. 지난해 6월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국제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중국 수출 호황 끝”이라고 선언했고, 그리고 급기야 ‘싱하이밍 파동’까지 터졌습니다.
 
대통령실 “미-중 디커플링, 현실적으로 불가능” 인정
 
현실은 어떤가요? 2년 전 김 차장의 예측과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0일 ‘시진핑·블링컨 회동’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정치·외교적으로도 그렇게 맞는 표현은 아니"라면서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도 중국과 경쟁할 것은 경쟁하되, 정치·외교적으로 끈은 놓지 않으면서 인도·태평양 문제나 우크라이나 문제까지 중국과 가능한 대화를 이어 나가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정도면 김태효 차장의 ‘신냉전 정세 인식’은 완전히 파탄 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정부가 곰바우 같은 외교를 하고 있다면, 일본 기시다 총리는 여우 같습니다.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 방문도 검토하겠다는 것입니다. 21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의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며 러시아와 경제 등 국익 관점에서 협력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기시다,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6개월 만에 "김정은과 정상회담-방중 추진" 선언
 
지난해 12월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걸고,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전변시키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한 지 불과 반년 만에 중국과 북한에 손을 내미는, 그야말로 현란한 행보입니다. 이런 약삭빠른 외교는 일본의 장기입니다. 미국이 1971년에 키신저를 중국에 보내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자마자, 일본은 바로 그다음 해 1972년 9월에 잽싸게 중국과 수교해 미국을 벙찌게 만들었습니다. 정작 미중 정식수교는 1979년 1월에 이뤄졌는데 말입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윤석열정부도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중국의 대한국 정책이 '억제와 압박'으로 전환하고, 특히 경제분야에서 탈동조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올 전반기 내내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한중 관계에서 유일한 희소식은 지난 4월 시진핑 주석이 광둥성 광저우 소재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것입니다. 중국이 한국에 무엇을 원하고, 한국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웅변합니다. 의지만 있다면 계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장 오는 9월에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윤 대통령은 세계박람회(EXPO) 부산 유치를 위해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영어연설을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4대 이벤트로 꼽히는 세계박람회 유치전도 국제정치의 영역에 있습니다. 중국이 비협조적이면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진영 중심 외교를 표방해온 윤 대통령은 전 세계에 5개만 남은 사회주의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을 국빈방문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말입니다. 외교는 결국 그런 것 아닙니까? 
 
지금처럼 윤석열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정책 전위대 노릇을 계속하다가는,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모두 사라지고 덩그러니 혼자 남는 처량한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대국 외교는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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